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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다 다이사쿠 - 행동과 궤적
마에하라 마사유키 지음, 박인용 옮김 / 중앙일보시사미디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희망 넘치는 새해를 맞아 첫 출근길에서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평소 존경하는 평화운동가이자 시대의 선각자인 이케다(池田, 1928~) SGI회장과 부인 가네코 여사가 나란히 지난 2일 한겨레신문사로부터 현창패를 받은 것이다. 이번 현창은 한평생 세계 평화와 인류 행복에 이바지한 위인의 공로를 기리는 것이었다. 현창패에 적힌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케다 다이사쿠 회장 부처께서는 세계 평화와 문화, 교육의 진흥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셨습니다. 또한 두 분은 큰 뜻을 세워 함께 일구어 온 생의 여정을 통해 이상적인 ‘부부의 도’를 실천적으로 펼쳐 보임으로써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셨습니다.
특별히 인류의 평화를 위해 일본의 군국주의에 끝까지 저항하며 신념을 지키신 선대 회장들의 유지를 계승, 발전시키며 한*일 양국의 올바를 역사관 정립에 진력해 오신 두 분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며 이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패를 드립니다.”
그는 오로지 민중의 행복을 위해 산다. 올해 한국 나이로 80세를 맞았지만, 가슴 속에는 청년의 열정이 불타오른다. 민중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그의 분투는 멈추지 않는다. 그런 그가 국내에서 민중의 삶과 이익을 대변하려고 노력하는 언론사로부터 현창의 영광을 받은 것은 참으로 뜻 깊은 일이다. 정시안(正視眼)을 지향하는 언론과 정시안을 갖춘 인물의 만남이라는 측면에서도 분명 특별한 일이다.
같은 날, 중앙일보시사미디어는 <이케다 다이사쿠-행동과 궤적>이라는 책을 펴냈다. 일본의 저널리스트 마에하라 마사유키가 쓴 이 책은 지난해 4월 일본에서 출판되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먼저 이 책의 강점은 간결미다. 이케다 SGI회장은 지난 30여 년 동안 국가와 종교, 사상과 이념을 뛰어넘어 1천6백여 회에 걸쳐 국가 지도자, 식자들과 폭넓은 분야에 걸쳐 대담을 나눴다. 식자들과 함께 펴낸 대담집도 지금까지 50권(1월 현재, 연재나 출판 준비중인 대담집 포함)을 헤아린다. 지난해까지 세계 6대주에서 2백여 개의 명예학술칭호를 받았다. 더욱이 지금까지 이케다 다이사쿠 전집이 98권이나 발간됐고, 앞으로 1백50권으로 완결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사실들을 참고할 때 2백 쪽 분량에 이케다 SGI회장의 일대기와 사상을 정리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그렇지만 저자는 다양한 책과 풍부한 자료를 참고해 어려운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독자들을 이케다 SGI회장의 삶과 사상 속으로 잘 안내하고 있다.
또 하나는 이케다 SGI회장이라는 인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시점을 제공한 점이다. 일본의 사상가나 문인들뿐만 아니라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카스트로 쿠바 의장,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등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관점에서 이케다 다이사쿠라는 인물을 평했다. 나는 그들 중 “그 사상의 핵은 ‘현실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민중의 소리를 듣고 민중의 편에 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라고 말한 테헤라니안 전 하와이대학 교수의 평가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저자가 이케다 SGI회장을 인터뷰한 내용은 가장 큰 관심거리였다. 그는 세계의 반대를 무릎서고 일본이 헌법 제9조 개정을 추진하려는 일에 대한 의견을 묻는 저자의 질문에 “전쟁의 길을 열 가능성이 있는 ‘개정’에는 반대다. 전쟁만큼 잔혹한 것은 없다. 이전의 전쟁 때는 모두 괴로웠다. 일본이나 세계 모두 고통을 겪었다. 제9조의 이념과 정신은 바뀌어서는 안 된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이는 세계 평화를 향한 그의 일관되고 단호한 신념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다. 또 일본 군국주의가 일으킨 침략 전쟁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에게는 안심을 준다.
“이제부터의 인생은 어떻게 보낼 생각인가”라는 질문에는 “내게는 ‘전쟁’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라는 희망이 있다. 정의도 그렇고 인권도 마찬가지로 사람이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음을 전제로 해야 한다. 타인의 불행 위에 자기의 행복을 구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환경일지라도 인간이 함부로 파괴하면 그 결과는 인간을 불행하게 한다. 자기를 위해 남의 생명조차도 이용하는 악과는 반드시 싸운다. 이것이 불법(佛法)의 진수다. 나는 이 평화 사상을 펼치기 위해 살아왔다. 청년과 더불어 청년을 위해 은사로부터 위임 받은 이 사상전을 한평생 꾸준히 해 나가려고 한다.”라고 답했다.
끝으로 그의 삶을 규정할 수 있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사제(師弟)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문학소년은 병마의 고통과 전쟁의 잔혹함을 뼈저리게 체험한다. 그리고 일본의 패망 속에서 인생의 참된 길을 모색하던 중 도다 조세이라는 불세출의 스승을 만나 불법(佛法)의 생명철학에 눈뜬다. 목숨을 걸고 사제불이(師弟不二)의 길을 관철한 그는 혹독한 훈련과 시련을 이겨내고, 세계 민중을 가슴에 껴안은 위대한 지도자로 우뚝 섰다. 그에 대한 세계인의 찬사와 존경은 시간과 더불어 점점 커지고 있다.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성황리에 열리고 있는 <간디, 킹, 이케다-평화 건설의 유산>展이 말해주듯이, 그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민중을 사랑하고 민중의 행복을 위해 헌신한 위인으로 찬연히 빛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서 참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찾기는 힘들다.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아니, 사제관계는 역사 속 위인들의 삶에서만 찾을 수 있는 화석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이케다 SGI회장은 인간에게 사제의 길이 왜 필요하고, 참된 사제의 길이 무엇인지 진실로 일깨워주고 있다. 그는 언제가 사제의 길이 ‘영원한 인간 향상의 길’이라고 정의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인생에서 스승이 왜 필요한지 사색하고, 위대한 스승을 찾아 나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