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섀퍼의 돈
보도 섀퍼 지음, 이병서 옮김 / 에포케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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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 섀퍼의 돈’이라, 책 제목부터 상당히 노골적이다. 책 속에 뭔가 우아하고 감미롭거나 지적인 것이 담겨 있기 보다는 철저하고 에누리 없는 현실이 있을 뿐이라고 속단하고 싶은 제목이다. 사실 사무실에 놓고 읽으면서도 표지가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이 싫어서 뒤집어 놓았다. 나는 얼마나 이중적인가. 정작 인터넷 서점을 방문해 이런저런 책을 살펴보고 난 뒤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쓴 감상문을 한참이나 읽고 선택했는데 말이다.

. 무엇보다도 세상을, 자본주의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품이다. 황량한 도시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돈이 없다면 살아가기조차 힘들다. 돈이 없으면 가장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하는 문제부터 사교나 취미활동, 문화생활 등 모든 것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우리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지만 돈은 많은 비극을 불러일으킨다. 은행이나 신용카드사에서 빌려다 쓴 돈을 제대로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 꼬리표를 다는가 하면 신체포기각서를 쓴 사람도 있다. 돈이 완전히 바닥을 드러내면 삶이 공허하고 황폐해진다. 삶의 의욕마저 꺾어놓는다. 또 사람들과 돈을 주고받는 거래에 문제가 발생하면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도 원수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돈은 양지와 그늘이 있듯이 잘 쓰면 빛이 될 수 있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된다. 또 돈이 넘쳐나서 어디에 쌓아둘까 고민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천 원짜리 한장이 아쉬운 사람이 있다. 자본주의사회는 가장 큰 부작용 중 하나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나도 돈의 풍요 속에 살아본 적이 없었다. 이것은 자랑도 부끄러움도 아니고 사실일 뿐이다. 그래도 젊은 혈기를 믿어서 그런지 지금까지 큰 불편 없이, 그리고 돈에 대한 큰 욕심 없이 살아왔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애를 낳고 돈이 쓰일 데가 점점 늘어나면서 불편은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다. 이와 함께 좀더 돈을 벌었으면 하는 희망도 같이 늘어나는 것 같다.

보도 섀퍼의 책을 읽으면서 돈에 대한 내 생각을 곰곰이 돌아봤다. 돈이 좀 넉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기본적으로 돈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만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돈으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많은 불행들이, 돈을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유익한 결과들을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저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니 돈에 대한 긍정적 측면을 많이 잊고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돈을 잘 쓰기만 하면 자신에게, 가족에게, 친지나 친구들에게, 그리고 이 사회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돈 자체는 좋은 것도 아니고 나쁜 것도 아니다. 단지 돈을 만들고 주고받고 쓰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가 결정될 뿐이다.

나는 예전부터 내 인생에서 큰 돈을 만지는 일은 별로 없을 것이라 생각해 왔다. 그런데 책을 덮고서 새로운 생각이 들었다. 비록 많이 벌지는 못하지만 알뜰하게 모으고 그것을 잘 활용해서 확고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자, 그래서 언제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걱정하지 않도록 하자고. 책 속에는 빚에서 벗어나는 방법, 이자를 불리는 방법, 투자의 기본원칙 등 여러 가지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돈에 대한 생각을 확고하게 정립하고, 느낀 것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라고 시종일관 일깨우고 있다. 돈으로 자유로워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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