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친구는 상당히 진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다. 사회적 이슈에서부터 정치적 문제까지...가장최근에는 우리나라사람의 안전불감증 문제까지 거론됐었다. 가끔은 오버로 느껴질 정도로 사회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내게서 가장 가깝고 오래된 친구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려고 했던 도전은 많았다.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그럴 수록 그녀는 내게서 더욱 부각되는 것을 느꼈다. 녀석은 내게 가장 편하고 가장 친근했다. 우린 많이 싸웠다. 서로에 대한 오해도 많았고, 불만도 가장 많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래도 가장 좋은 친구였다. 아이러니 하지만 그게 사실이었다. 우리는 싸웠기 때문에 오해를 풀 수 있었다. 오해가 있었기에 서로에 대한 불만을 말하고 털어버릴 수도 있었다. 친하고 편했기 때문에 불만은 즉시든 조금 나중에든 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오해는 늘 풀렸다. 불만은 있어도 풀리지 않는 오해는 없다. 복잡하지만 그것 역시 사실이다.
사실 나는 변명하는 것이나 잔소리는 싫어한다. 나 역시 변명을 안해버릇해서 가끔 오해의 소지가 난다. 걱정해 주는 소리조차 달갑게 들리지 않았다. “말로는 뭘 못해.”그 소리에 딱 동감하는 사람이었다. 난 좀 비뚤어진 모습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말하는 것을 싫어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에 좀 느끼게 되었다. 말하지 않으면 잘 모를 수도 있다고. 나는 말보다 행동이나 표현에서 애정이 드러나는 스타일인데 잘 모를 수 있는 사람도 있다. 친하지 않을 수록 더 그렇다. 그 녀석과 나는 타입이 좀 반대였다. 가치관은 비슷했지만 표현방식이나 생활 방식이 많이 달랐다. 덕분에 오해의 소지가 많았다. 잘못한 일에 대해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한다고 하는 말이 내게는 변명으로밖에 안 들렸던 일이 흔하다. 붙잡은 일은 어떡하든 제시간내에 해야된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 녀석에게 융통성 없는 사람이라는 오해를 받기에 쉬웠다.(둘 다 고지식 하긴 마찬가지지만...ㅡㅡ) 우리는 약 7년을 함께 지냈지만 그래도 오해가 생긴다. 그리고 또 싸운다. 예전과는 다르게 훨씬 빠르게 풀리지만...우리가 뒤끝이 없어서 다행이다라고 새삼스레 생각했다. 세어보면 우리 서로에게 정말로 많은 오해와 다툼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이렇게 지내고 있는 것은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우린 둘다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가치관도 비슷했다. 얘기할 수 있는 수준도 비슷했다. 예를들어 오늘 한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토론은 아무나 붙잡고 할 수 있는 얘기는 아니었을 것이다. 오늘의 토론은 이런 것이었다.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을 것인가? 문제가 번져서 결혼을 안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의식...그러고 보니 이녀석과 이야기를 하면 항상 사회적 문제로 번진다.ㅡㅡ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수준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점도 있다. 그 녀석은 “낳을거야.” 주의였고 나는 “입양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지 않아?”라는 둥... 뭐, 그래도 이 녀석과 하는 토론은 재밌다. 그리고 사회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녀석이 정말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요즘 신문을 보고 있다.ㅡㅡ
이 친구가 얼마 후면 떠난다. 아쉽다. 사실은 갈테면 가라지라고 말하고는 있다. 그리고 때로 그런 생각이 든다. 가서 좋으면 좋지,뭐. 떨어져 있는 것이 때론 서로에게 좋은 영향이 될 수도 있어. 우린 너무 오랫동안 같이 있었잖아. 때론 떠나서 따로 자랄 필요도 있어. 그리고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 녀석에 대한 생각을 많이 지우고 잊으려고 했다. 효과는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는 그 녀석을 보낼 준비가 차차 아주 순조롭게 되고 있다.
헤어짐이 있는 사귐을 두려워했었다. 그 녀석을 보낼 생각을 하면서 더욱 그랬다. 그래서 대학 들어와서는 친구를 사귈 생각을 안했다. 더구나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내게 있어 가장 두려운 일이었다. 지금은...많이 나아졌다. 헤어짐이라는 것이 별로 두려운 것은 아니란 생각을 한다. 주님의 뜻이라면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거고 주님의 뜻이 영원히 헤어지는 거라도 그게 가장 내게도 그에게도 유익한 것일 거라는 걸 깨달았다. 이 깨달음은 내게 용기를 준다.
잘가라, 친구야. 넌 반드시 잘 될거야. 믿음을 꼭 지키고 빛되고 소금된 크리스챤으로서 살아가기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