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일기를 꾸준히 써왔다. 그 중에서도 고등학교 때부터 쓴 "하나님께 드리는 한나의 삶의 시"라는 제목의 주님께 쓰는 편지 형식의 일기는 하루도 안빼먹었다고 해도 좋다. 어쩌다 빼먹어도 다음날 아침에 쓰곤 했다. 그러다가 한동안 안 쓰기도 했다. 일종의 방황기 였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다가 문득 깨닫게 되었다. 그 공책을 쓸 때의 첫마음 같은 것을 말이다. 쓰는 것이 참 좋았었고 그건 축복이었었다. 그 이후 다시 꼬박꼬박 쓰기 시작했다. 하나님께는 숨김이 없다. 불평같이 보이는 글들도 있었고 괴로움, 슬픔, 아픔...사람들에게는 쉽게 털어놓을 수도 대놓고 불평할 수도 없는 것들을 다 털어 놓았다. 그리고 그것은 신기하게도 해결되어 갔다. 이제는 감사가 더 많아진듯 하다.
지난 1월 20일자의 주님께 드리는 편지의 일부이다.
......사실 친구들과 지체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전화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만뒀습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이 떠오릅니다.가끔씩 일상은 지루할지 모를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그러나 친하다고 사랑한다고 생각되는 사람들로부터 내가 먼저하지 않으면 다른 연락이 없으리라는 걸 깨닫는 것은 조금 슬프기도 합니다.오히려 제 인생에서 제가 사랑할 수록 그 쪽은 멀어져 갔었습니다. 사랑하는 대상에게서 사랑받지 못하는 숙명일 뿐이라고 낙담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다정한 태도나 상냥한 말이 사랑은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배려와 세심한 관심과 기도가 오히려 사랑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전 둘 모두를 갖고 싶습니다. 욕심일까요? 정녕 욕심일까요? /사실 제가 그런 걸 바라는 성격은 아니었습니다. 철저한 개인주의와 독립심을 겸비한 저로서는 오히려 자주 전화한다거나 메일을 매일같이 주고 받는 것 따위는 유난스러운 시간낭비라고 생각 했을 때가 있었습니다.(사실, 편지 쓰기는 좋아하지만요.) 그러나 저는 변했습니다. 작은 관심과 배려가 저를 익숙하게 하고 상냥한 말과 대화로 저는 단련되어 갔습니다. 그러다 방학이 되었고 몇주가 지났습니다. 지난 여름방학때는 생각지도 알지도 못했던 감정이 저를 엄습합니다.언제나 사랑에 대한 갈구가 있었으나 이토록 관심에 대한 갈구가 생길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도 전화해 주지도 메일을 보내주지도 문자를 날리지도 않습니다./ 병식순장님이 보내준 카드와 며칠전 성실이가 뉴질랜드에서 한 전화가 위로가 되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 일기를 쓴 다음 곧바로 병식 순장님에게 전화를 했다. 신년카드를 보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다음날부터 주님께 고백한 덕분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 비라고 부르는 지혜로부터 문자가 오고 성림순장님, 보경순장님, 율로부터 문자가 왔다. 샬롬순장님이라고 부르는 분으로부터도 전화가 왔었다. 내가 못 받아서 나중에 내가 전화했어야 했지만...작은 관심이 행복하다.
난 아직 크려면 멀었다는 생각이 여전하다. 내가 먼저 연락 할 수도 있는 건데 아직 나의 자존감 형성의 완성은 멀고 멀었나 보다. 그렇지만 기대하고는 있다. 부족하나마 보탬이 되고 보기에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갈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일기장은 그런 기대를 갖는 데 큰 원조를 한다. 그것도 더구나 주님께 쓰는 편지 이므로 그렇다. 앞으로도 나는 이 공책을 계속 써나갈 것이다.
회개. 감사. 희망. 꿈. 기도. 사랑....나를 자라나게 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