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 하고 산산조각 난 꼬마들 - 카툰 문학의 거장 에드워드 고리 걸작선 1 카툰 문학의 거장 에드워드 고리 걸작선 1
에드워드 고리 글.그림, 송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초등학생 때 봤던 '13일의 금요일' 6편 가운데 한 장면이 생각난다. 제이슨이 닥치는 대로 등장인물들을 베고 다니다가 꼬맹이들이 잠자고 있는 방에 들어갔다. 그런데 다들 자고 있었지만 어떤 여자 아이 하나가 잠에서 깨어났는데 그만 제이슨과 눈이 딱 마주친 거였다. 그런데 다른 때 같았으면 가차 없이 칼을 휘둘렀을 제이슨이 갑자기 그 아이를 멍하니 계속 들여다보기만 했다! 그 당시에는 이유를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사실 헐리웃 영화에서는 어린 아이를 살해하는 장면을 영화에 넣는다는 것은 일종의 '넘어서는 안 되는' 금기 같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하나만 더 들어 보면, 팀 버튼의 '슬리피 할로우'에서도 호스맨이 어린 아이의 목을 자르는 장면은 보여주지 않는다)

고리의 이 그림책은 바로 우리의 이 아주 오래된 금기를 건드린다. 우리가 보호해야 하고 또 보호받아야 할 존재(라고 생각하는), 어린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죽어가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뭐라 딱히 꼬집어 말할 수 없이 묘하게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 불편함은 아이들에 대한 연민이나 그들이 맞게 된 끔찍한 죽음에 대한 혐오감이라기보다는, 그런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얼굴에 조만간 닥칠 자신의 운명에 대해서마저도 철저하게 무심한 표정을 그려넣은 고리의 그로테스크한 감수성에 대한 것이다. 그 그로테스크함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건 도대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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