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화장에 모인 추모객들
 

내가 죽어서 화장되면 납골이 될 납골묘를 보러 가던 길에  
친구가 떨리는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농담이라 하기엔 너무 진지하고 떨리는 목소리, 나는 믿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라디오를 켜보라고, 그럴리가 없다고 말하며 라디오를 들었다.
하지만 이미 내가 좋아하던 농사꾼 대통령은 우리곁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말았다. 
남편과 나는 먼 길을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침묵했고, 흐르는 눈물을 참을수가 없었다. 

내가 느낀 것은 힘없는 나 자신에 대한 증오와 가신분에 대한 죄스러움이었다.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저 똑똑하고 뛰어난 분도 견디지 못한 이 세상을, 나같은 사람은 어찌 헤쳐나갈까?
며칠을 울면서 또 그럴리 없다고 머리를 흔들며 보냈지만
내가 존경하던 그 분이 나와같은 세상에 안계시다는 것을 믿어야만 했다. 

나는 불과 얼마전에 아버지를 보냈다.
그 때 나는 사람이 스러지는것이 얼마나 허망한지 알아버렸고,
늘 입버릇처럼 '이 다음은 없어'라고 말하곤 했다.
나는 언제나 봉하마을에 가서 '대통령님 나오세요~!'하면 나오실줄 알았다.
그럼 나는 두손 번쩍 들고 만세를 하고 큰 소리로 사랑한다고 외치려고 했다.
아이 가슴에 품어줄 큰 그릇을 가진 위인으로, 꼭 뵙게 하려고 했었다.
그래서 남편에게도 아이에게도 이담에 꼭 가자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 다음은 없다. 


시민들의 글이 가득적힌 대통령의 사진

아이와 함께 시민분향소(수원역)에서 조문을 하고, 아이와 함께 울었다.
아이가 죽음에 대해 뭘 알까(심지어 대통령 할아버지를 보낸 손녀딸도 그렇게 철없이 해맑은데)
마는, 아이는 연이어 받아들여야하는 죽음들이 슬픈지 많이 울었다.
그리고 연화장에 가야겠다 결심을 하고있던 차에, 친구가 간다는 얘기를 듣고 같이 가게 되었다. 

3시에 시작한다기에 1시부터 도착을 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고, 그보다 많은 경찰들이 와 있었다.
YTN이 실세라는 건 가보고 금새 느꼈다.
방송도 모두 YTN을 보여주고, 다른 방송사는 경찰들이 제재를 가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미 방송사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듯
제재를 당하자 화를 내는것이 아니라 사정사정 하는 모습이었다. 
맨앞줄에서 펑펑울던 나와 내친구, 그리고 이름모를 아가씨가 그 모습에
의아해져 눈물을 잠시 거두고 바라보기까지 했으니까... 

YTN의 광고가 나오는 시간에는 락별의 'We Believe'를 보여줬는데
살아생전의 그 분의 모습과 목소리가 더 슬퍼져 아예 땅에 고꾸라져 울었다.
나나 내 친구나 그다지 건강한 편이 못되어서, 서로 무리하지 말라고 말은 했지만
우리 둘다 종일 굶고 눈이 퉁퉁붓고 목소리가 쉬어서 서있기도 힘들었다.

예정보다 늦어질것이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훨씬 늦은 6시에 도착을 하셨다.
그리고 도착즉시 관을 화장장에 집어넣는데 어떤 분노가 일었다.
이 모든것이 불 속으로 뛰어들어가 그저 의문점으로 사라져 버리는가?
진짜 유서인지 아닌지 알수도 없는데 꼭 그에 따라 화장을 해야하는가?
아버지를 화장하면서 슬피울었던 나로서는 화장장에 들어가는 관을보니
슬픔과 분노와 어떤 회한이 서려 발을 동동 구르며 악을 쓰고 울수밖에 없었다. 

맨 앞줄에 서있던 탓에 너무나 조그맣고 수척해보이는 권양숙여사를 보면서
목이 메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힘내세요!'라고 외쳤지만
이미 그 분은 돌아가셨는데 어떤 말이 위로가되며 어떤 힘이 되어드릴 수 있으랴...
화장이 시작되는 순간 오열하며 쓰러지신 권양숙여사의 심정을 너무도 생생히 아는 나로써는
남들보다도 더 슬프게 그 광경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같이 갔던 친구는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을 가야한다고 연락을 받고 두시간을 넘겼던 상황이라
우리는 비참하고 슬픈 마음으로 연화장을 나서야 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엔 '설마 그분이 우리들을 버리고 그렇게 가셨으랴'싶었는데
이젠 어쩌지도 못하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그 처참한 기분....

모르는 분들이 큰길까지 차로 태워주셔서 생각보다 편하게 큰길로 나왔다.
세상은 아무일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여전히 어린 커플들이 사랑가득한 연애를 하고 있고,
마트는 여전히 음악 꽝꽝 울려대며 열심히 장보는 이들을 유혹하고
내가 마치 모르는 세상에서 빠져나온 듯 아무일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영원한 내 마음속의 대통령
 
그렇게 울다가 왔는데도 목욕을 하고 나와서 다시 텔레비젼을 보니 또 눈물이 쏟아진다.
남편이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울고 있는 나를 진정시키려고 애써보지만,
우리 둘다 어찌나 무력한지...
어떤 쥐는 사람을 물어죽여놓고도 그 앞에서 슬쩍 웃음도 날려주는데(당황이라 변명하지만)
나에겐 죽음은 너무 잔혹한 슬픔일뿐,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 
연화장에서 노사모분들이 나눠준 저 그림은 차마 버릴수도 없거니와 
저 그림만 보면 어찌나 눈물이 나는지 마주보지 못하고 계속 뒷면의 종이만 봤는데,
집에 와서 저렇게 놓아두니 남편이 눈물나서 못보겠다고 치워달라고 부탁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잊으면 어떻게 될까..
우리는 또 제2,제3의 희생자를 만들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꿋꿋히 볼때마다 눈물이 나는 저 그림을 잘보이는 거실 정면에 두었다.
노사모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눠준 노랑 스카프는 국기게양대 꼭지에 묶어두었다.
내 아이에게 밝은 세상을 물려주고픈 나의 소망은,
어느 크고 맑은 분의 희생으로 이제 한걸음 한걸음 시작이 될 것이다.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당신은 저의 유일한 대통령이셨고, 앞으로도 제 가슴에 남아계실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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