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진짜 큰 결심을 했다.

집안에 교육을 빙자한 즐비한 만화책들을 죄다 내쳐버린것이다.

아이고, 한꺼번에 쌓아놓으니 많기도 했다.

그 계기가 되었던것은 아이가 읽고 있던 책들을 내가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한 것이다.

몇 권을 살펴보았지만 점점 더 나의 궁금증은 더해가기만 했다.

도대체 이 책의 어디가 교육적이란 말인가? 하는 점이다.

그래서 내친김에 아이의 소위 교육만화서는 죄다 꺼내어 읽었다.

그 시초가되었던 마법천자문, 그램그램, 위기탈출 넘버원, 살아남기 시리즈, 와이시리즈,

보물찾기 시리즈, 비밀찾기 시리즈, 짱구의 사전시리즈....

우리집에도 참으로 많은 책들이 널려있었고 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책들이라서

감히 이 책들의 위상은 건드리지도 못할지경이었는데,

대부분의 책들이 한개의 뚜렷한 스토리 구조를 갖고 스토리대로 진행을 하고,

정말 곁다리로 나온 작은 토막정도의 지식을 올려놓고 교육책이라 주장하는 것들이 많았다.

특히나 본편과 상관없이 교육내용이 들어가서 정말 억지로 비집고 넣었다싶을 정도의

내용도 흔했고, 무엇보다 스토리에 집중을 하다보면 그런 교육적 내용이

어른인 내눈에도 들어오지 않고 다음 스토리가 궁금해서 자꾸 책장이 넘어가게 되는것이었다.

그래서 '아이도 즐겁게 지식도 얻고'의 두가지 꿩을 잡아보려던 내 계획은

참으로 어리석었구나 하는 한숨과 함께 대대적인 숙청 작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요는 이 책들이 있으면서 다른 책들의 독서도 엄청난 수준으로 방해를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아이는 단호한 내 태도에 할 말을 잃었는지, 일단 '살생부'의 목록을 알고자 했다.

나는 일단 만화면 다 위험할 것이라고 말을 하고 왜 그런 결심을 했는지 설명을 해주었다.

아이는 "그럼 교육적으로 배우는게 있는 책이면 괜찮은 것이지요?"

하더니 위기탈출 넘버원과 WHY시리즈는 배울게 많으니 살려달라고 애원을 했다.

WHY는 애매한 선상에 있었으므로 고민의 여지가 '약간(와이 플러스가 훨씬 낫기때문에)'있었지만

사실 위기탈출 넘버원은 나로서는 차라리 텔레비젼을 보여주는게 낫지

이미 싸늘한 숙청 대상이었으므로 안된다고 분노의 도리도리를 해주었다.

그리하여 사정없이 묶여나온 책들은 베란다에 쫓겨나버렸고,

아직도 내눈은 터미네이터처럼 곱지않은 시선으로 삐빗삐빗 교육빙자만화책들을 살펴보고 있다.

요즘 많은 만화책들이 제법 팔리면서 각종 시리즈가 쉴새없이 나오고 있고,

그 수준이 다 높다고 말할 수 없음을 강조하는 바이다.

내가 결심한 것은, 차라리 도라에몽이나 토리의 비밀일기는 사줄 수 있지만,

교육의 탈을 쓴 질낮은 언어와 코메디의 아이 대상 만화는 싫다는 점이다.

이것은 아이에게 책을 읽히고 싶은 부모들의 작은 소망을 이용하여

일본만화가 카피그림에 대충 그려서 개그 버무려서 얼른 얼른 만들어내는것으로

출판사가 얄팍하게 주머니를 채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기도 하다.

내가 아이 나이때에는 꽤 작은 글씨의 위인전도 읽었는데

내 아이는 지금도 책을 좋아해서 틈만나면 쉴새없이 책을 읽고 있는데도

읽기나 이해도에 있어서 상당히 수준이 의심되는 내 아이를 보면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위인전도 저학년용 큰 글씨로 사줬는데도 읽어줘야 간신히 듣고있다 딴소리하고,

만화교육책은 교육내용이 아니라 개그내용 가지고 낄낄거리고 있으니

재미와 교육 두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던 내 계획은 별로 성공하지 못한게 분명하다.

물론 같은 책을 읽어도 잘 이해하고 교육적인 부분까지 훌륭하게 이해하는 아이들도 있을테고

이 부분은 상당히 개인차가 심할 것이 분명하지만,

학교 담임선생님도 독후감 쓰라는데 메이플 스토리같은 만화책을 들고와서

아예 금지령을 내리셨다고 하실 정도인걸보면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렇게 흘러가고 방치되다시피한 '제대로 읽기'에 관한 부분은

다시 한번 공든탑을 쌓아야 할 듯 하다.

에구... 정말 자식이 뭘까...

아이를 키우면서 나는 많은 것을 새로 배우고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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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8-11-30 0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가는 이야기입니다. 학습만화가 인기를 끌다보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줄기차게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도 만화를 좋아해서 아이들에게 그만 보라는 말을 하면서도 사주곤 하는데(^^;) 학습만화는 아이들에게 어느 한 분야-역사나 과학 등-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정도로만 생각해야 할 듯 합니다. 아이의 좀 더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한 책을 접해주는 공을 들이는 것도 부모의 몫이겠죠?

잠못드는밤 2008-11-30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만화책 좋아합니다.^^아이에게 도라에몽 전집을 사줬고 김나경씨 만화 전시리즈 사주고 홈피에 가서 글도 남겼을 정도로 만화에 대한 편견은 없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이 학습만화는 뭔가가 어긋나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아이에게 학습만화중 과학책 종류를 정말 많이 사줬는데 검사를 해보니 그쪽 분야가 가장 취약하고 수준이하인 것으로 판명이 되었습니다. 별로 학습에 도움이 안되는것 같다는 저의 짐작이 사실로 판명이 되었지요. 아영엄마님 말씀처럼 깊이있는 독서를 위해서 다시 한 번 시작을 해봐야 할 듯 싶습니다.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만화는 만화대로 편하게 읽히는것이 더 좋을 듯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