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아이에게도 리듬이 있다 - 소아정신과 전문의 김창기의 아이마음 읽기
김창기 지음 / 풀빛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육아서라면 지긋지긋하게 많이 갖고 있고 늘 읽고 있다.
그 말은 즉, 우리 아이도 평범한 아이는 아니라는 뜻이다.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소아정신과 의사들 말을 들으면 분통이 터졌고,
우리 아이는 그 어느 누구의 양상과도 달랐기때문에 '하나마나한 소리'를 해대는
소아정신과 의사들이 좀 새로운 의견을 들고 나왔으면 하고 바라기까지 했다.

나중에 보니 우리 아이의 경우 모든 나쁜것이 몰려있는 흔치않고 힘든 케이스였다.
큰 다음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선천적으로 제 아빠를 닮아서
알레르기성 체질에 몸도 아팠고, 유전적으로 성격도 예민하고 상처도 잘 받고,
또 나를 닮아 잠도 없고 잘 못자는 것까지 닮아있었으며(그러니 내가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더구나 행동발달도 너무 느리고 언어발달도 심각하게 느려서
장애를 가진 아이가 분명하다고 내심 의심하고 있을 정도였다.

지금으로선 오히려 그때 내가 무슨 배짱으로 그런 아이를 그냥 지켜보았나 싶을 정도로
우리 아이는 남달라도 너무 힘들게 남다른 아이였다.

더구나 언어발달이 심각하게 느리다보니 '어''으'같은 말로 의사소통을 다하다보니
주변에서 나보다 더 아이를 걱정하기도 했었다.
말귀도 못알아듣고, 내가 뭘 좀 가르쳐주려고하면 괴성을 지르며 모든걸 뒤집어버렸고
나까지 화가 치밀어오르다못해 눈물을 흘리기가 일상다반사였다.

그러니 시댁과의 일까지 짓눌려 부부사이는 좋았을 리가 없다.
남편은 방관자였고, 나는 남편을 '잠만자고 밥만먹고 나가는 하숙생'이러 불렀고
남편은 집에선 하숙생이었을지망정 밖에선 남들에게
늘 자기가 완벽한 사람인양 훈장질을 일삼아서 내 속을 뒤집었다.

그러던 우리 아이는 성장했고, 그간 몇번의 수술을 받아서 아팠던 부분을 보충하고,
그리고 느리지만 착실하게 성장을 하고 있다.(놀랍게도 공부도 점점 성적이 오르고있다)
아직도 의사소통이 힘들어 초등3학년이나 된 아이에게
'말하기가 힘드냐?'고 물었을 정도로 느릿느릿 크고 있지만
아주 귀엽고 사랑스럽고 예의바르고 어른들이 예뻐하는 아이가 되었다.

이 책이 기억에 남는건, 이 저자의 좌충우돌 육아담이 너무도 와닿기 때문이다.
아이를 전혀 포장하지 않고 있는그대로 묘사하고 또 자신의 심정도 솔직히 전달하여
웃음이 날 정도로 '누구라도 아이를 키우면 그 삶이 똑같구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남현이가 어떻게 성장을 했을지(아마도 지금은 고등학생쯤 되었을듯싶다) 궁금하다.
우리 아이처럼 고집세고 떼쟁이지만 예쁘고 귀여운 남현이의 성장담도 기다려진다.

이런 아이를 대함에 있어서 보통의 육아서처럼
'이렇게하면 아이는 이렇게 바뀝니다"가 아니라
정신과 의사이지만 아이에게 쩔쩔매고, 적당히 타협도하고, 떼쓸때 못 이기고
그러한 우리들의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하지만 이 저자의 다른점은
'이런 내 아이를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본다'라는 관점이 다르다.
이정도되면 '정말 못말릴 우리아이'가 될법도 한데,
아이를 잘 관찰하고 아이의 특성을 인정해주고 가능한 자연스럽게 놓아두면서
아이의 성장을 천천히 지켜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아, 그래서 배운 사람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또한 이 책은 다른 육아서처럼 정공법-이러면 이렇게하라-의 말도 있지만
전혀 다르게 부모를 분석하고 '말잘듣는 아이'의 위험성을 이야기했다.
이 '말잘듣는 아이'의 경우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아이의 급우들을 보면서
나도 생각을 했던 것인데, '어떻게 저 상태에서도 저렇게 예의바른 아이가 있을까'
부러우면서도 의아했던 부분인데, 그 부분을 콕 찝어놓았다.
물론 우리 아이도 무척 예의바르기때문에 나도 은근 걱정이 되기는 한데
아이보다는 내가 더 인사를 더 많이 잘하니까 문제는 아니라고 우겨볼란다.

남현이보다 우리 아이가 더 커서 육아부분보다는 내게는
부모에 관한 글이 더 마음에 남는다.
아이가 10개월령이었던 무렵 나는 이사를 했는데
아이도 많이 아프고, 무척 떼를 쓰고, 나는 남편과 소원했고, 시댁과 좋지 못했고,
집은 남서향인데 층이 낮고 앞건물이 가려서 해가 잘 안들었다.
그 무렵 아이는 나의 수고로운 환기노력에도 불구하고 천식을 앓았고
나는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 벽만 쳐다봐도 눈물이나고 글을 쓰다가도 분노가 일었는데
그 무렵의 나는 아이와 함께 살짝 우울증을 겪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무식한 부모가 아이만 까다롭다고 타박을 한 셈이 아닐까 싶어 마음이 아프다.

이 저자가 자신의 아이에게 그랬던 것처럼,이 저자의 책처럼 육아에 정공법이 있을까 싶다.
글이 읽기 쉬운 단어들로 이루어진것에 반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어 술술 읽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앉은자리에서 끈질기게 읽어나갈만큼 재미있고
작가가 진솔하게 쓰고자 한 부분들이 그대로 와닿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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