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설명 : 두 분이 나란히 주무십니다....


나는 강아지를 참 좋아한다.
왜?냐고 물어도 뾰족한 대답이 없다. 아니 대답이 너무 많다.
그 촉촉한 코끝도 좋고, 따끈한 배도 좋다.
부드러운 털도 좋고, 거짓없는 솔직함이 좋다.
아침에 보고 나가서 들어오면, 십년만에 만난 이산 가족인양 반겨주면 고맙다.
아침에 조그만 숨결로 나를 바라보아 얼굴에 작은 바람이 일면
내가 살아있고 또 하루를 시작하는구나 기쁜 마음이 든다.
살짝 불면증이 있어서 바깥잠을 잘 못자는 나이지만
먼저 잠든 강아지의 고른 숨소리를 듣다보면 어느새 나도 졸음이 오곤한다.

강아지를 좋아했다고는 하나, 어릴때의 나는 참으로 무책임했다.
이뻐할땐 실컷 이뻐라 하다가, 또 어느새 까먹고 친구들과 놀다가 들어오면
반가워서 가슴에 흙발로 도장찍는게 싫어서 멀리 도망가곤 했다.
모든 식구들이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엄마는 별로 안좋아하셨는데
그도 그럴것이 모두들 무책임하게 이뻐라 하다가 종내는 다 외면할때
엄마 혼자서 묵묵히 강아지를 돌보고 계셨으니 말이다.
그러다가 엄마가 폭발을 하시면 강아지를 어딘가로 보내버리시곤 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뒤늦게 울면서 동생손을 잡고서 온동네를 찾아다니며
강아지가 어디에 있는지 목놓아 부르며 돌아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개장수가 아닐까 추측이 되지만, 별로 유쾌한 기억이 아닌건 확실하다.

내가 강아지를 좋아한다고 하면 싫어하는 사람도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그 이유를 들어보면 어려서 물려서 싫다라던가, 이유가 나온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나는 오히려 강아지를 좋아해서 더 많이 물렸다.
우리 오빠는 뱃가죽을 물렸고(재주도 좋아라 -_-)
나는 쓰다듬으려고 손내밀다가 손을 많이 물렸다.
그런데 그런 이유로 강아지가 싫어진 일은 없으니,
곰곰히 생각해보면 강아지를 좋아하고 싫어하는건
어떤 이유건간에 타고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것이다.
그래서 물린경험은 똑같으니 다른 이유는 없을까 물어보니
'만지면 털밑에 뼈가 잡히는게 징그럽고 싫다'는 말을 들었다.
오호라, 그건 그냥 싫다는 말이구나~ (개그야 상상 버전으로 읽어주세요~)
그러니 좋고 싫음은 그저 개성처럼 타고나는건 아닐까?

나는 강아지를 키워도 뒤끝이 좋지 못하다.
첫 강아지는 시어머니께서 잃어버리셨고, 두번째는 친정어머니께서 잃어버리셨다.
절대 실수반복은 없다고 들여온 세번째 강아지는
내가 다니던 동물병원 선생님이 기르던 강아지 '키위'의 세마리 새끼중 하나였다.
하나 막상 데려오고 나니 임신으로 인해
나의 면역력이 절대적으로 약해지면서 알레르기 증상이 생겼는데,
임산부가 몰래몰래 약을 먹어가며 키운것이다.(시댁 친정 아무도 모른다.알면 죽음이니까)
추운 겨울날, 산기가 와서 혼자 배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며 바닥을 기어다니는데,
남편은 스포츠보느라 부인이 어떻든 외면하고 있고(난 지금도 스포츠가 싫다)
강아지 혼자서 쩔쩔매며 누운 나의 이마를 핥아주며 어쩔줄 몰라했다.
이런 개만도 못한~ 남편같으니....-_-
그리고 날마다 강아지 근육만들어준다고 산책한 덕택에,
입원과 절대안정을 누리며 항상 유산 위기에 있었던 나는
산통후 한시간 반만에 초산으로 뚝딱 자연분만을 할 수 있었다.
의사들도 평소 나의 상태를 알던터라 너무 빠른 분만에 놀란 눈치였다.
모든 것이 강아지의 덕택이다.
유산기로 인해 우울증과 불면증이 올때 강아지는 나를 구해주었고,
같이 산책하면서 기분전환도 하고 모르는 새에 운동이 되어 건강해진것이다.

출산하러 간새에 남편은 강아지를 원래 데려왔던 수의사댁에 도로 맡겨놓았고,
한달후에 찾으러 가겠노라 말했다고 했지만, 그건 그대로 가버리게 되었다.
몇번  다시 데려 오자고 데리러 갔지만
출산후엔 알레르기가 더 심해져서
처음엔 천식 증상이 와서 다시 오고, 다음엔 온몸에 알러지성 발진이 와서 다시오고,
마지막 본 것은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인해 시야가 흐려지면서 응급실로 갔으니까.

그러나 그 광경을 본 수의사의 말을 듣고 뒤늦게 또 눈물을 펑펑 쏟아야했다.
내가 두눈을 가리고 응급실로 급하게 가는 모습을,
조그만 강아지는 유리문에 기대어 털이 비벼지고 엉켜지도록 바라보았다고 한다.
내가 가버린 후에도, 하염없이 도로를 내다보며 몇시간을 유리문에 붙어앉아서
밥도 안먹고 꼼짝도 안하고 나를 기다렸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강아지는 마침 어미인 '키위'를 잃고 우울했던 수의사 댁에서
완전 환대를 받았다고 한다.

지금도 나는 강아지가 좋다.
이젠 아이키우면서 몸이 더 약해져서 어떤 날은 멀리서 오기만해도 숨이 찰때도 있고
어떤 날은 잠깐 만지면서 온몸에 발진이 생겨 알레르기약(무진장 졸립다)을 먹곤한다.
그래도 그 사랑스러운 눈동자와 가만 들여다보면 돼지콧구뇽같은 까만 코가
너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울 뿐이다.
우리 아이는 자기가 커서 의사가 되어 고쳐줄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지만,
그러기엔 수학성적이 신통치 않다.후훗~
하나 하나가 다 사랑스럽고 귀여워서
'세상의 귀여운걸 모두 뭉쳐놓으면 강아지가 될꺼야'
하는 생각을 할 정도니, 나의 이 병은 어느 의사도 고치지 못할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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