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앞에 '모모타로'라는 일본식 돈가스 집이 생겼다.
가서 먹어보기도 하고 배달도 받아봤는데,
아이가 복숭아 그림이 그려져 있고 모모타로라고 써있자 모모타로가 무슨 말인지 물었다.
'모모타로'는 일본의 복숭아 동자인데,
커다란 복숭아가 떠내려와서 아이가 없던 노부부가 그걸 열어보니 그 안에 아기가 있었고,
그 아기 이름을 복숭아를 타고 왔다해서 '모모타로'라 짓고
그 아기는 훗날 커서 꿩과 개와 원숭이를 데리고 요괴를 퇴치했다...
고 설명을 하니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굉장하다며 감탄을 한다.
사실 모모타로의 설화나 이런것을 읽은적은 없다.
그런데, 일본만화를 많이 접하다보니 나도모르게 알게된 것들이다.
일본 만화에도 자세히 나오는게 아니라 대충 나오지만(자기들은 잘 아는 얘기니까)
하도 이 만화 저만화에 나오다보니 저절로 짜깁기가 되어서 이야기가 완성이 되어가고 있었다.
대략 생각나는 만화만해도 '환수의 성좌','짱구는 못말려'.'세일러복에게 부탁해'....
그리고 또 자주 나오는것은, 바로 머리가 반질반질한 일본의 '갓파'
물이 없으면 죽으므로 물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만화로 터득한 지혜이다.
이 역시 '지금부터 우리는''펫숍오브 호러즈2'...수많은 곳에서 등장을 한다.
이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 문득 두려워진다.
문화에 젖어드는건 이렇게 무섭구나.
스스럼없이 애니메이션을 '아니메'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어느틈엔지 대중들 사이에서 일본 문화가 자연스러워지기 시작을 했다.
아, 물론 나는 문화쇄국주의자는 아니다.
오히려 일본문화개방을 찬성했던 편이고,
카피하거나 먹히지 말고 경쟁하라고 주장을 하는 터이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내가 한 10여년 전 쯤에 일본으로 출장을 갔다가 겪은 일이 있다.
옷가게에 들렀는데 흘러나온 노래가 우리나라 모 그룹이 부른 노래와 똑같은 노래가 나와서
일본에서 카피했다고 흥분한 적이 있는데, 알고보니 우리나라에서 카피한 것이었다.
국내에 돌아오니, 그 그룹의 작곡자라 주장했던 가수는
도리어 자기가 자살소동 벌이고 그 후에도 절대 사과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몇몇 가수의 좋은 노래도 일본 카피라는 말을 듣고
문화적으로 막아놓으니 오히려 카피의 좋은 대상이 된다...는 생각이 들어
입맛이 씁쓸했던 기억도 있다.
사실 나는 만화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소장하는 사람이지만,
일본 작가와 우리나라 작가의 비율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 나라 작가들도 크게 성장을 하고 있으며,
또 많이 사줌으로 해서 더욱 더 그들이 성장해 나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만, 문화에 젖는 모습은 우리나라 작가에서도 보여지는데,
우리 나라는 스스로 기합을 넣을때에도 자기 손으로 양볼을 따귀때리진 않는다.
이건 다분히 일본에서 받은 영향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이런 모양을 우리 나라 작가들이 흉내내에 그리는 것을 보면
아, 이건 아닌데...하는 아쉬움이 들곤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순정만화는 극히 적은 몇몇 작가를 제외하면
-순정만화가에는 '도깨비 신부'와 '분녀네 선물가게'정도 밖엔 생각나지 않지만-
주로 학원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오히려 구분이 어렵기도 하다.
점점 다양한 작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우리나라의 정서와 문화가
다른 나라들도 적셔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아, 돈가스 집에서 얘기가 너무 멀리 왔다.
그래서 그 집이 맛있었냐고 물어온다면,
개점당시엔 알탕에 알이 많았는데,
요즘 알탕엔 알이 딱 세조각 들어가서 무진장 섭섭하다,는 생각이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