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눈물이 많다.
이시영님의 만화를 보면 그런 구절이 나온다.
마음이 14인치만 허락해서 그 이상의 큰 티비를 들여놓지 않는다는 내용인데,
14인치 이상의 티비를 보면 그 감동이 너무 커서 안된다는 것이다.
그것처럼, 나역시 감동의 상한선이 너무 낮은 까닭에, 애들 만화를 보면서도 운다.
특히 임신했을땐 그 정도가 정말 심해져서, 오후 여섯시에 아이들이 보는 만화를 보다가
대성통곡을 하고 운적도 있다.(그건 그런데 웃기는 만화였다는게 포인트!)

그런고로, 나는 절대로 비극적인 결말은 보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영화라고해도 그 여운이 너무 큰 탓에, 견딜 수 없기때문이다.
아이랑 여우비를 보면서도 울고, 거대토끼의 비밀을 보면서도 울었다.
애도 나를 닮아서 둘이 붙들고 울기시작하면 남편이 기가차서 어쩔줄 몰라한다.
강경옥님의 '별빛속에'도 주인공이 죽었다는 이유로 소장하지 않았던 것이다.
'홍차왕자'에서 홍목단이 떠나고 미경이가 울때도 같이 울었고,
'아기와 나'에서 형아를 발견하고 신이가 덩실덩실 춤출때도 울었다.

그리고 바로 어제, 디워를 보았다.
마지막에 아리랑을 들으면 뭉클한다는 사전정보를 입수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극장에 들어섰다.
그런데, 눈물은 이미 사전에 터져버린것이다.
전혀 기대치 않았던 장면에서 터져버린 눈물은, 영화가 끝날때까지 그치지 않았고,
결국 뻘건 토끼눈으로 꼴찌로 나오는 사태까지 가게 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이무기가 여의주를 얻어서 용이 되는 장면이었는데,
요즘 들어서 서양식 용을 너무 많이 보다보니 우리 나라 전통적인 용모양을 얼핏 잊고 살았다.
그런데 화면 가득 들어선 우리나라 용을 보니까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옆을보니 아니나 다를까 우리딸도 울고 있었다.(도대체 왜?)
'여의주' '브라퀴' '이무기'등 영어속에 섞인 우리말들도 감격 스러웠고,
서양식 무자비하고 무서운 날개달린 용이 아니라
인자하고 수염이 긴 용을 보는건 정말 보지않으면 느낄 수 없는 감격이었다.

학교를 졸업한지 이제 15년, 그간 우리나라 용을 볼 기회가 한 번도 없었기에,
디워가 이렇다 저렇다를 떠나서, 세계적인것에 한국적인 것을 녹여낸 마음이 감격스러웠다.
이렇다 저렇다 말도많은 디워!
이 영화가 어떤지는 본 사람의 마음속에 있다.
그게 설령 좋든 나쁘든, 그건 본사람의 결정이지 남이 이래라 저래라 할일은 아닌듯하다.
내게 디워는 너무 멋진 영화였다. 역시 눈물 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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