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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커피가 현대인의 키워드로 재조명되면서 커피에 함유된 카페인에 대한 정보가 언론을 통해서 심심치 않게 보도가 되고 있다. 몸에 좋다더라 또는 몸에 안좋다더라 등 의견이 분분한데 여기서는 카페인의 의학적인 작용에 대해서는 생략하기로 하고 커피를 중심으로 카페인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기로 하자.

카페인의 정체

카페인이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카페인(caffeine)의 어원은 커피다. 위키피디아 백과사전 일본어 버젼에 의하면 1819년(1920년이란 설도 있음)에 독일의 지성이라 불리는 괴테의 권유를 받은 분석화학자 루드비히 룽게가 처음으로 커피로부터 카페인을 분리했다고 한다. 그런데 왜 괴테는 커피를 분석하고 싶어했을까? 괴테는 잘 알려졌다시피 당대의 지성으로 시를 비롯한 문학과 철학 등에 일가를 이룬 인물이다. 말하자면 생각하는 직업을 가졌던 사람인데 정신적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당연히 커피를 좋아했을 것이고 괴테는 바로 커피를 통해서 정신적 비타민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커피의 효능에 관심을 가진게 아니었을까?  

위키피아에 의하면 카페인은 알카로이드의 일종으로 알카로이드란 질소를 포함하고 염기성을 나타내는 유기화합물의 총칭이라고 되어있지만 일반인이 듣기엔 도대체 뭔 소리인지 알 방법이 없다. 어쨌든 카페인은 각성 작용을 비롯하여 이뇨 작용이라던가 심장의 박동을 빠르게 하는 등 여러 작용이 있는데 이러한 기능들은 사람 개개인의 신체적 상황에 따라 좋거나 나쁘게 작용할 것이다.

특히 카페인의 각성 작용을 통해 사람은 피로 회복감을 느끼게 되는데 사실은 카페인이 피로의 원인 물질을 제거해주는 것이 아니라 마치 피로감이 없어진 듯한 느낌을 뇌에 전달할 뿐이다. 그러니까 거짓 피로 회복인 것이다. 하지만 바쁘고 피로에 지친 현대인들에겐 그게 가짜던 아니던 일단은 카페인에 매달린다. 때문에 카페인은 커피 뿐 아니라 각종 차, 건강 음료, 탄산 음료, 초코렛 등에 포함되어 일상 생활에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처럼 결국 커피를 마시는 행위는 카페인을 섭취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카페인의 유혹에 매일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인스턴트 커피, 카페인 함유량 가장 높아 

커피의 카페인은 커피 나무의 다양한 종자와 재배지의 기후 환경, 생두의 가공 방법 등에 따라 카페인 함량이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인스턴트 커피의 원료로 쓰이는 로브스타종은 카페인 함량이 아라비카종 원두보다 2배 정도 높다. 또한 같은 아라비카종이라 하더라도 이디오피아 커피나 예멘 모카 커피는 카페인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강하게 볶은 커피는 쓴맛이 강하고 카페인이 많을 것 같은 오해를 많이 하는데 사실 강하게 볶은 커피일 수록 카페인의 함량이 줄어든다. 왜냐하면 볶는 로스팅 과정에서 카페인 성분이 빠져 나가기 때문이다.

그럼 에스프레소 커피와 핸드 드립 추출 커피 중에선 어떤 커피가 카페인이 많을까? 고압의 증기를 이용해서 빠르게 추출하는 에스프레소 커피가 카페인 함량이 적다. 아라비카 원두를 사용하는 에스프레소는 그 자체로도 카페인 함량이 적지만 고압의 증기와 빠른 추출 과정을 통해 카페인이 제거(사실은 카페인 성분이 우려나오기 전에 커피가 먼저 추출되는 것임)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카페인 함량이 많은 순으로 커피 종류를 나열하면 인스턴트 커피 > 드립 커피 >에스프레소 이렇게 된다.

그렇다면, 디카페인 커피는 어떨까? 디카페인 커피는 생두에서 카페인을 인위적으로 제거한 커피를 말한다. 문제는 인위적 과정이 과연 무엇이냐는 것인데 삶은 생두를 물을 이용해서 카페인을 제거하는 방식과 솔벤트라는 용재를 사용해서 카페인을 없애는 방식이 있는데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게 사물의 이치라 이러한 과정을 통해 커피는커피 자체의 맛과 향을 조금씩 잃게 된다.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카페인이 싫은 사람들은 앞으로 인스턴트 커피만 피하더라도 카페인 섭취를 상당량 줄일 수 있다. 특히 커피 말고도 콜라, 건강 드링크 음료류 등의 음용을 피하는 것도 잊지 말자.

어쨌든 적당한 카페인 섭취는 생활의 활력소가 되며 약간의 긴장감을 해소시킬 수 있는 좋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지나친 과식은 부작용을 일으키니 자기자신에 맞게 적절하게 조절하는게 옳치 않을까 생각된다.  

사족 : <커피견문록>의 저자 스튜어트 리 앨런은 아담과 하와의 선악과 열매는 사과가 아니라 커피 체리였을 것이라는 가설을 주장한다. 커피의 카페인을 통해 각성한 인간이 사고의 과정을 거쳐 의심을 하게 되고 결국 신에게 반기를 든다? 후후 제법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고 보니 <매트릭스>에서 모피어스가 네오에게 빨간약과 파란약을 보여주면서 선택을 하라 하는데 진실의 모습을 알게하는 약이 바로 빨간약(빨간 커피 체리)인 것도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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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 커피의 구매는 어디서?

최근 커피 시장이 급성장하고 커피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커피 관련 정보나 지식들이 인터넷을 통해 많이 유통되고 있다. 특히, 지난 십 년간 에스프레소 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고급 원두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고 이에 따라 로스팅과 핸드드립 커피도 자연스럽게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젠 조금만 커피에 관심이 있다면 인터넷을 통하거나 로스터리 카페에서 자신이 원하는 다양한 원두를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커피 소비자 대중들은 커피에 대한 기준이 까다로워진 셈이라 커피 회사들은 심기 일전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다시말해 쇠고기 문제로 온나라가 시끄러웠듯이 커피도 음식이란 측면에서의 접근과 조명이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커피는 갓볶은 것이 신선하고 맛있다는 엄연한 진리(하지만 그동안 감춰졌던 상식)가 이제 시장을 바꾸고 있다.

갓볶은 커피는 바로 마셔야 제맛?

갓볶은 커피가 좋은 것은 분명하지만 무조건 갓볶은 커피가 맛있는 것은 아니다. 갓볶은 커피가 맛있으려면 어떤 생두를 어떻게 볶았는지에 대한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또한 어떻게 추출을 했는지도 중요하다. 하지만 오늘은 일단 갓볶은 커피 원두의 보관법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예전에 어떤 커피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로스터 기기에서 갓볶아진 커피에 코를 대고 향을 맡는 장면이 나온 것을 본 적이 있다. 아마도 연출된 장면일 것이다. 사실 갓볶은 커피 그러니까 로스팅 기기에서 막 볶아 나온 커피는 오히려 커피향이 많이 나지 않는다. 이때는 향보다 색깔이나 오일 방출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옳다.

어쨌든 로스팅 직후의 커피에서 향이 약한 이유는 볶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가 커피향의 발산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커피 원두는 아주 미세한 작은 구멍들로 구성되어 있는데(이는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이 작은 구멍 안에 이산화탄소가 가득차 있다. 이런 이산화탄소가 다량으로 남아있으면 커피를 추출했을 때 커피맛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갓볶은 커피에는 이산화탄소가 날아갈 시간이 필요한 데 이것을 숙성 기간이라고 표현한다. 로스팅을 얼마나 강하게 했는 지에 따라서 이 숙성 기간은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개 로스팅 후 3일~5일 사이의 커피가 가장 커피향이 풍부한 정점이 된다. 그리고 15일 이내 소진하는 것이 좋다. 앞으로 커피 원두를 구매할 때 참고 하시기 바란다.

분쇄 야욕 분쇄하자!

또한 원두를 구매할 땐 분쇄한 커피 보다는 갈지 않은 홀빈 상태의 커피를 사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위에 언급했듯이 커피는 작은 구멍으로 이루어져있기에 그라인더로 커피를 갈아 버리면 커피 향을 머금고 있는 구멍들이 없어지는 셈. 따라서 순식간에 커피향이 날아가버릴 뿐 아니라 공기 중 산소와 접하는 면적이 증가하여 커피 산폐 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진다. 보통 분쇄 후 5일이 지나면 커피향은 없어지기 시작하고 산화가 지속될수록 맛은 그 만큼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이러한 이유로 갓볶은 커피 원두 구매는 반드시 홀빈 상태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홀빈으로 구입하고 싶어도 분쇄기가 없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 데 앞으로 지속적으로 커피를 즐길 계획이라면 커피 분쇄기 정도 하나는 장만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커피 분쇄기는 크게 전동식과 수동식이 있는데 쓸만한 전동식 분쇄기는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가격이 저렴한 전동식 분쇄기는 전동 모터의 열이 커피의 맛을 떨어뜨리고 심지어 모터의 고장이 잦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왕 구매하리라 마음 먹었다면 수동식 핸드밀을 추천하고 싶다. 그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고 자신의 힘으로 커피를 가는 수고를 통하여 커피 마시는 과정 자체에 정성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산화탄소(CO2)를 발산시키지 않는 그러니까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적인 행동을 실천하는 멋진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커피 마실 때 마다 커피를 직접 갈면 당연히 귀찮고 힘들 수 있지만 커피 브레이크를 삶의 여유로 승화시킬 수 있는 또다른 기회라 생각하고 한번 도전을 해보시길!

최적의 보관이 최고의 맛을 지킨다.


그럼 구입한 커피 원두는 어떻게 보관을 해야할까? 앞서 언급했지만 커피는 갈지 않더라도 결국 산폐가 된다. 산폐란 커피가 산소와 맞닿아 화학 반응을 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화학 반응으로부터 커피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완벽한 방법은 없다. 하지만 최선의 방법은 있다. 그것은 밀폐용기에 보관하고 빨리 마셔 없애는 것이다. 그런데 밀폐 용기라 해서 가정에서 많이 쓰는 프라스틱 재질은 피하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커피 원두의 향이 플라스틱 용기에 스며들뿐만 아니라 플라스틱 고유의 냄새가 커피에 섞여 커피향을 변질 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반드시 유리로 된 밀폐 용기(허 참, 커피 하나 마시려면 살게 참 많군!)에 실온 보관한다.

저기요! 그냥 고무줄로 커피 봉투 꽁꽁 묶어 냉장고에 보관하면 안되나요? 네, 절대 안됩니다. 라고 대답하고 싶다. 커피는 자체 향도 강하지만 다른 냄새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 냉장고나 냉동고에 들어있는 각종 다른 음식 냄새들이 이 커피에 빨려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피를 방향제나 탈취제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커피를 구매하면 그 커피가 어떠한 봉투에 담겨져 있는지  여부를 막론하고 구매와 동시에 유리로 된 밀폐 용기에 옮겨 담아야 한다.(물론 봉투 체 유리 밀폐 용기에 넣는 것은 오케이다.)  이렇게 커피 보관은 커피의 맛과 직결되는 중요한 과정 중의 하나다. 아무리 최고의 생두로 최고의 로스터가 볶은 커피일지라도 보관이 허술하면 그 커피는 생명을 읽는다. 매우 당연한 이치다. 왜냐하면 커피도 음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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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09-01-19 23:24   좋아요 0 | URL
커피보다 글이 더 향기롭고 맛있습니다. 고무줄 꽁꽁 당장 버리고 밀폐용기에 옮겨야겠습니다.

로그 2009-01-20 17:31   좋아요 0 | URL
이런 칭찬을 받다니. ^^ 감사!
 

커피의 재배 조건, 이젠 제/대/로 말할 수 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는 커피 나무 열매의 씨를 볶은 것이다. 지금까지 마셔왔던 대부분의 커피를 인스턴트 커피 형태로 소비 하다보니 커피 열매 구경은 커녕 로스트 빈(볶은 커피콩)을 직접 구경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에스프레소 커피전문점 또는 로스터리 카페(직접 커피 콩을 볶아 판매하는 커피하우스)의 증가와 인터넷의 수많은 커피 동호회를 통해 커피의 로스팅과 신선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대중들에게 점차 알려지고 있다. 안전하고 좋은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작금의 상황에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다. 


고급 원두 커피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아라비카종 커피는 인스턴트 커피용으로 재배되는 로부스타종 커피에 비해 재배 조건이 무척 까다롭다. 보통 적도를 기준으로 북위 남위 27도 사이의 아열대 기후 지역을 '커피 벨트'라 부르며 이 지역에서 커피가 자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지만 커피의 재배 조건은 이렇게 간단히 정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커피의 재배 조건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기온과 강우량이라고 한다. 년중 1,200mm~2,000mm에 이르는 강우량이 물론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비를 받쳐줄 수 있는 토양이라 하겠다. 그것도 적당히 수분을 머금으면서 걸러낼 수 있는 땅 말이다. 이런 땅이 없다면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려도 커피를 재배할 수 없다.

또한 따뜻한 기온이란 조건에서도 정작 중요한 것은 항상 따뜻한 온도가 아니라 낮과 밤의 적정한 온도차다. 낮과 밤의 온도차는 커피 열매의 이완과 수축을 반복시켜 조밀도를 높혀 맛과 향을 뛰어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선 이상적인 고도가 필요하다. 아라비카종 커피의 이상적인 재배고도는 1,500m~2,000m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사실 온도와 강우량 말고 매우 중요한 전제 조건이 하나 있다. 어쩌면 제일 중요한 것일 수 도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서리가 내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아무리 커피 벨트 지역이라 하여도 커피 농장에 서리 한번 내리면 농장을 옮겨야 할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커피는 파종을 해서 첫 수확을 하려면 최소한 2~3년이 지나야 가능하기 때문에 서리 피해는 커피 농가에 큰 타격을 준다. 하지만 해발 고도가 3,000m 넘더라도 에콰도르나 코스타리카에선 맛좋은 커피가 나오고 이른바 음영수(Shade tree, 커피 재배에 필요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식물을 말하며 대표적으로 바나나와 야자나무가 있다.)가 없더라도 구름이 그늘을 만드는 자마이카, 하와이, 콜롬비아 나리노 등을 보노라면 역시 커피 재배는 신의 영역인 것이다.(현재 60여개국에서 커피가 재배된다.)

커피, 그 기나긴 여정의 시작

자, 이렇게 자연 조건이 충족된 공간과 시간대에 재배된 커피 나무의 열매가 빨갛게 익으면 드디어 수확을 한다. 커피콩은 커피 열매로 부터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얻어지는데 수세식 건조 가공 방식과 자연 건조 방식이 그것이다. 수세식 가공은 잘 익은 커피 열매가 물에 뜨는 성질을 이용한다. 물에 붕붕 뜬 열매만을 골라내 탈곡기를 거치면 껍질이 벗겨진다. 그리고 다른 한가지 방법인 자연 건조 방식은 열매 그대로 말리는 것인데 말리는 방법도 태양에 그대로 말리는 것과 건조 기계를 이용하여 말리는 방법이 있다.

이와 같이 건조 방식에 차이가 있는 이유는 자연 조건도 한 몫하겠지만 무엇보다 돈이다. 경제력이 있는 농장이라면 자연 건조 방식 보다는 보다 설비를 갖춰 수세식 건조 방식을 사용한다.어쨌든 이러한 건조 방식을 통하면 커피 열매는 적절한 수분을 함유한 파치먼트(씨앗) 상태가 된다. 여기서 우리가 또 한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파치먼트 상태까지 만들 수 있는 농장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커피 열매(커피 체리) 상태로 그대로 갖다 파는 소규모 영세농이 많다는 것인데 이러한 농가들은 그 만큼 자신의 농작물을 값싸게 넘길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게다가 커피의 질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체 넘기는 아픔까지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유럽의 공정무역 커피 단체들은 이렇게 중간 유통 단계에서 벌어지는 농가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파치먼트 단계까지 생산할 수 있는 설비들을 지원해 주면서 농가 소득을 높히고 그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파치먼트 상태로 생산된 커피콩은 주로 커피 커피 협동 조합에 모이게 되는데 이곳에서 커피는 커핑(cupping, 맛 테이스팅 과정)을 거쳐 등급을 받는다. 이것은 마치 우리의 쌀 농사 추곡 수매 과정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등급을 받은 커피는 등급별로 분류되어 세계의 커피 무역 회사에 판매가 된다. 커피 무역 회사들은 커피 생두 주문이 들어오면 도정(파치먼트를 생두로 만드는 과정. 그러니까 커피 씨앗의 얇은 껍질을 제거하는 과정으로 쌀 도정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을 해서 생두 상태로 만든 후 커피 포대에 담아 선적한다. 커피 포대는 보통 6,70kg 단위로 되어있다.

커피 포대 따라잡기

커피 포대는 옆의 사진에 있는 '아가베'라 하는 선인장을 이용하여 만든다. 아가베는 중남미 커피 산지 부근에 널려 있는 식물로 데낄라의 원료가 되기도 하고 약으로도 사용되는 그곳 사람들에겐 매우 유용한 식물이다. 최근엔 시럽으로 만들어 국내 유통되고 있기도 하다. 하여간 저렇게 생긴 선인장과 마대 자루 느낌의 커피 포대를 연상시킨다는 것이 어렵긴 하겠지만 사실이다. 저 아가베를 자르면 성긴 섬유질이 그대로 드러난다.

커피 포대에 담긴 생두는 커피의 기나긴 여정이 시작될 준비를 마쳤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커피 포대를 잘 보면 그 커피의 이력을 알 수 있는 정보가 담겨져 있을 뿐 아니라 자국 커피의 상품성을 높이거나 마케팅 차원에서 최근엔 커피 포대에 신경을 많이 쓰는 추세다.

예를들어 커피 포대엔 기본적으로 어느 나라의 커피인지, 그리고 어떤 농장에서 생산된 커피인지가 기본적으로 써있으며 가공방식과 수확 년도, 등급, 스크린 사이즈 등은 물론이고 수출하는 회사 이름까지 적혀 있는 경우도 있다.


여기서 잠깐, 커피의 등급 얘기가 나온 김에 등급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자. 커피의 등급 기준은 나라마다 다른데  크게 세가지 기준으로 분류한다. 첫째는 재배 고도로 나누는 방법으로 주로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멕시코 등 중앙 아메리카에서 많이 사용한다. 제일 높은 고도에서 생산된 그러니까 1,200m 이상 지역에서 생산된 커피가 SHB(Strictly Hard Bean) 또는 SHG(Strictly High Grown) 등급이다. 과테말라 안티구아 커피나 코스타리카 따라주 등이 대표적이다. SHB 밑으로 HB,HG 그리고 PW가 있다.

두번째 방법으로는 결점두수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결점두란 불량 커피콩의 갯수를 말한다. 보통 300g 을 샘플링하지만 미국은 350g을 기준으로 하고 하여간 그 안에 담긴 결점두 수를 통해 등급을 나타낸다. 예컨대 에티오피아 모카 하라 롱베리 G-4라 하면 G-4가 등급을 나타내는데 G는 grade를 뜻하고 4는 300g 중 결점두가 20~45개 나왔단 뜻이다.(참고로 G-1은 0~3개, G-2는 4~12개) 지난 시간 복습 차원에서 다시 설명드리면 에티오피아는 생산국명, 모카는 수출 항구 이름, 하라는 지방이름, 롱베리는 길쭉한 콩의 생김새를 뜻한다.

세번째 방법은 콩의 크기로 가늠하는 것으로 보통 스크린 사이즈란 말을 사용한다. 구멍이 크기 별로 슝슝 뚫린 스크리너란 것이 있는데 이것을 기준으로 한다. 1 Screen이라 함은 1/64inch의 크기를 뜻하며 대략 0.4mm의 크기다. 그러니까 18 Screen은 약 7.14mm의 크기를 말하고 'A'등급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더블A(AA) 등급은 19 스크린이며 엑스트라 라지 빈(Xtra Large Bean)이라고도 한다. 단, 케냐 AA(더블 A)는 아프리카 기준으로 18스크린이다. 곡식의 알갱이가 굵으면 보기가 좋고 상품성이 높듯이 커피도 마찬가지로 큰 놈이 인기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알갱이가 작은 피베리가 맛으로 개성이 있고 에티오피아 모카 하라 커피의 크기가 들쭉 날쭉 못생겼지만 그 맛과 향에서는 단연 커피의 본좌를 넘보는 것으로 봐서는 크기만이 최고가 아니다. 이 점은 커피나 사람이나 역시 똑같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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