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 그녀의 행동은 어떤 의미를 가졌을 수도 있다. 욕망에서부터 순수까지 거의 어떤 의미라도 갖다 붙힐 수 있는 텅빈 공간인 셈이었다. 그 행동이 언젠가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는 것(벽에 걸린 큐피드처럼)을 허용해주겠다는 미묘한 상징(브론치노의 상징보다 더 미묘하고 증거도 더 부족한 상징)일까? 아니면 피로한 팔 근육이 아무 뜻없이 무의식적으로 경련을 일으킨 것일까?

이미 큐피드의 화살을 맞은 이상 상대의 모든 행동과 말...심지어 작은 손짓직만으로도 온갖 의미를 부여한다.
상대의 뜻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무의식적으로 늘 하던 행동이나 몸짓, 손짓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은 이미 큐피드의 화살에 맞은 이상 모든 것은 스스로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만다.
곡해였다, 오판이었다란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비참해져 있을 때...

그녀는 내가 바라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
이 때쯤 내 손을 잡아주기를 바랬을 때는 손을 잡아 주었고, 내가 입맞추고 싶을 때 그녀는 눈을 감았고 내가 그녀를 안고 싶을 때는 그녀는 벌써 내 품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래서 난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란 오판을 했다.
그래서 난 그녀의 모든 것을 보고 있다란 곡해를 했다.
막상 그녀가 날 떠날 때는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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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그녀는 내가 그녀를 바란다는 것을 알까? 그녀도 나를 바랄까? 그녀의 문장의 끄트머리에서 그녀의 입꼬리에서 유혹의 흔적을 찾아낸 것 같은데...맞나?아니면 나의 욕망이 순수의 얼굴에 투영된 것뿐일까?

일방적인 판단에서 비롯된 오해를 견제하기 위한 통제력을 상실했을 때...정말 원하지 않는 결론이 나올수도 있다.
의례적인 만남의 차원에서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하는 답례, 끝까지 결례를 범하지 않으려는 노력을 오로지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해석하고 판단한다보면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불러 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내가 하는 말에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린다. 난 비어가는 창고에서 아무 것이나 꺼내서 그녀에게 주려 애를 쓴다. 상관없다, 모든 것을 다 꺼내버려 더 이상 줄것이 없어 당황할지도 모르지만 상관없다. 갈때까지 가 보는거다. 그녀가 웃고 있으니깐!
이렇게라도 그녀와 같이 있을 수 있으면 모든 것을 다 줘도 상관없다.
그런데...
그녀는 모른다.
지금도 난 그녀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줄 수 있는데...
그녀는 더 이상 내가 주는 것은 필요가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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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서 우리 내부에서는 빠져 나가고 없는 완벽함을 찾으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합을 통하여 어떻게 해서든 인간 종에 대한 불확실한 믿음(자기 인식에서 나온 모든 증거에 위배됨에도 불구하고)을 유지하고 싶어한다.

난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원하는 그녀를 찾아 내가 하는 프로포즈를 받아 들인 그녀라면.
그리고 그녀가 나의 어둡고 탁한 부분을 사랑해주기를 바랬다.
내가 선택한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그녀가.

그녀는 가고 없다.
더 이상 나보다 못한 남자가 없을 정도로 나는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남자가 되었기에 그녀는 가고 없다.
그러나 나는 그런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다.
내가 보낸 것이랑 별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럼에도 난 그녀를 사랑한다.
내 필연의 사랑이고 내 최후의 선택이기 때문에...
날 버린 그 선택까지 사랑한다.
내 필연의 사랑이고 내 최후의 선택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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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완전한 이상화의 순간...

내면의 이상형...
듣고, 보고, 배우게 된 이성에 대한 모든 정보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슴 한 곳에 만들어 놓은 이상형.
그 이상형과 아주 흡사한, 거의 비슷한 이성을 봤을 때 우리는 "완전한 이상화"를 이루게 된다.

난 뚜렷한 이상형이 없었다, 없다.
긴 머리 살랑거리는 소녀도 아니고 유감적인 몸매를 지닌 마돈나도 아니고 짧은 컷트 머리의 커리어 우먼도 내 이상형이 아니었다, 아니다.
그런데 그녀를 본 순간 나의 이상형은 순식간에 만들어졌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상형은 아무리 애를 써도 지워지지가 않았다, 않는다.
그녀보다 더 이쁜 여자를 봐도, 그녀보다 더 나은 여자를 봐도, 만나도...
난 그녀를 지울 수 없었다,없다.
그녀가 내 이상형이었으니깐, 이상형이니깐.
나의 "완전한 이상화"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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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우리가 만나고 못 만나는 것은 결국 우연일 뿐이라고 5840.82분의 1의 확률일 뿐이라고 느끼게 되는 순간은 동시에 그녀와 함께하는 삶의 절대적 필연성을 느끼지 않게 되는 순간, 즉 그녀에 대한 사랑이 끝나는 순간이기도 할 것이다.

누구나 이성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동시에 소유하고자 하는 이성의 집착까지 두 이상형을 가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사랑하는 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릇한 상상을 하기도 한다.
어느 날 내가 꿈꾸던 이상형을 만나 내 인생의 마지막 선택일 것이라며 필요이상의 다짐과 믿음을 건네다 한 순간에 허무하게 무너지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연적 운명적 사랑이 아닌 우연히도 아주 흡사한 이상형을 만났을 뿐이라고 자위를 하게 된다.

하지만...
난 아직도 필연적인 운명적인 사랑을 하고 있다.
때문에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으며 이 사랑의 끝은 나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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