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 그녀의 행동은 어떤 의미를 가졌을 수도 있다. 욕망에서부터 순수까지 거의 어떤 의미라도 갖다 붙힐 수 있는 텅빈 공간인 셈이었다. 그 행동이 언젠가 내가 그녀에게 다가가 입을 맞추는 것(벽에 걸린 큐피드처럼)을 허용해주겠다는 미묘한 상징(브론치노의 상징보다 더 미묘하고 증거도 더 부족한 상징)일까? 아니면 피로한 팔 근육이 아무 뜻없이 무의식적으로 경련을 일으킨 것일까?

이미 큐피드의 화살을 맞은 이상 상대의 모든 행동과 말...심지어 작은 손짓직만으로도 온갖 의미를 부여한다.
상대의 뜻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무의식적으로 늘 하던 행동이나 몸짓, 손짓일 뿐인데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은 이미 큐피드의 화살에 맞은 이상 모든 것은 스스로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만다.
곡해였다, 오판이었다란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비참해져 있을 때...

그녀는 내가 바라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
이 때쯤 내 손을 잡아주기를 바랬을 때는 손을 잡아 주었고, 내가 입맞추고 싶을 때 그녀는 눈을 감았고 내가 그녀를 안고 싶을 때는 그녀는 벌써 내 품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래서 난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란 오판을 했다.
그래서 난 그녀의 모든 것을 보고 있다란 곡해를 했다.
막상 그녀가 날 떠날 때는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했으니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