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떠 있는 밝은 날에 귀가를 했다. 대학원에 복학하고 아마 처음있는 일이다. 마치 고3때 야자를 하루 빼고 집에 가는 기분좋은 어색함이랄까? [오늘은 쉽니다]를 이마에 붙이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자취방 창문 바로 앞에 벚꽃이 만개했다. 유난히 선명한 봄꽃처럼, 봄에는 무언가를 도드라지게 하는 특별한 재주가 있나보다. 그 기운은 무엇이든 꽃빛처럼 선명함을 더한다. 사람의 낯빛과 옷차림에는 들뜸이 있고, 고양이의 낮잠에는 걱정하나 없는 늘어짐이 가득하고, 건물과 가로수는 세수를 아주 깨끗히 한 모양이랄까.



가불했던 잠을 갚았다. 봄에는 잠도 잘온다. 잠은 낮에 자야 제맛이다. 숨 마디마디에서 노곤함이 새어 나왔다. 배가 고팠다. 초코우유와 치즈케잌의 맛이 기가 막히다. 미각이 감지하는 봄이 왔다. 봄은 눈부시고 일상은 매번 비슷하지만, 비슷한 나날에도 맞을 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 하루다.


-2018.3.29 @Prism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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