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운전치고 제법 능숙했다. 바람같이 달려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했다. 인생의 예외란 항상 자신은 아닐거라 자신하는 사람을 빗겨간다. 우연은 행운을 담보하지 않지만, 불운은 늘 필연을 달고 온다. 항상 질주하던 우리는 달리지 않는 자동차를 인정하지 않았다. 차의 시동이 꺼졌다. 


계절비가 내린다. 세상은 아직 한 편의 수묵화다. 그러나 빗방울이 먹을 씻기면, 곧 봄이 올 것이고 꽃잎은 나름의 방식으로 부풀 것이다. 마른 햇살이 여기저기서 부스러질 것이며, 작은 도랑이 넘실거릴 것이다. 그 순간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봄의 기운을 응원한다. 우리네 삶도 덩달아 수채화였으면 좋겠다. 2월의 마지막 날, 부산의 끄트머리에서.


-2018.02.28 @Prism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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