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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 괴물이 된 이십대의 자화상 ㅣ 지금+여기 3
오찬호 지음 / 개마고원 / 2013년 12월
평점 :
좀 된 책이다. 여기 사례로 나오는 07학번은 이미 30대가 되었고, 09학번은 김광석의 노래가 절절히 와닿을 스물아홉이 되었다. 그 사이 힐링 열풍과 인문학 열풍이 불었다. 그러나 이 책이 지적하는 20대들의 차별의 위계질서는 여전히 강고하다. 해서 좀 된 책이 오히려 숙성된 묵은 맛을 깊게 드리운다. 책에게는 여전히 읽힐 가치가 있다는 데서 행운이지만, 사회 전체에는 여전히 같은 문제를 더 심하게 앓고 있다는 데서 불행일 것이다.
존재감과 인정욕, 남들과 달라지고 싶은 차별화가 낳는 차별. 그렇게 탄생한 투명한 골품제.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야 어찌됐든'이 윗세대의 차별이었다면, '과정이 공정했다면 결과야 어찌됐든 받아들여야'가 우리 시대의 차별이다. 한번의 노력이 평생 가길 원하는, 마치 그 기업을 위해 평생을 살아온 것 마냥 자기소개서에 소설을 꾸며 적는 것이 우리들의 마지막 문학 수업인, 생존과 자아실현을 동시에 이룩하고자 하나 어느 하나도 제대로 허락치 않는 시대에 고생하는, 바닥의 기준이 워낙 높아져 위대하기보다 평범해지기 조차 어려운 20대의 자화상을 담고 있다.
서술은 구어체에 가깝게 쉽게 쓰여져 있다. 눈의 흐름 그대로 읽어 나갈 수 있다. 뿐만아니라 저자의 경험과 저자가 표집한 사례들이 나는 20대의 대표성을 뚜렷하게 묘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다니면서 한번쯤 보아왔을 그런 사례들 말이다. 이렇게 가끔은 구성원 밖에 있는 사람이 내부자보다 더욱 객관적으로 상황을 파악하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내가 대학에 20대로 있기 때문에 어느정도 편향이 들어있을지도 모르겠다.
비웃음과 조롱, '니 주제에?' 주제파악이라 적고 깔봄이라고 읽히는 냉소의 연쇄가 학력의 위계질서를 타고 20대의 말초신경과 무의식까지 잡아먹은 것이다. 각자가 뭘하든, 어디서 얼마를 벌든, 좀 존중해주면 어디 덧날까? 자기 인생. 손 안벌리고 스스로 책임지고 있다는 것, 그 발버둥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받아 마땅한데 말이다. 치열하게 깔보는 소리 좀 이제 그만 들을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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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뜨거운 가슴‘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돈이 있어야지만 가슴도 뜨거워질 수 있단 얘기다. p.212
이처럼 아무도 ‘키‘라는 걸 경쟁의 잣대로 사용하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키‘는 경쟁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p.216
그렇게 ‘힐링‘이라는 단어가 굳이 필요 없는 세상이 등장할 때, ‘아픈 청춘‘의 수는 서서히 줄어들 것이다.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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