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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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발굴단


         본 코너에서는 제가 읽은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들을 기록합니다.

왜 선정했는지 뭐가 좋았는지에 관한 제 의견이나 코멘트를 따로 덧붙이지 않고,

단순하게 기록에만 집중합니다. 제가 추려낸 부분이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리어, 톨스토이 그리고 어릿광대>


그의 반응은 시끄러운 아이한테 들볶이는 성마른 노인의 그것 같다. "너 왜 자꾸 펄쩍펄쩍 뛰어다니냐? 왜 나처럼 가만히 앚아 있질 못하지?" 노인은 한편으로는 옳다. 하지만 문제는 노인이 잃어버린 감각을 아이는 팔다리로 느낀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런 느낌이 있다는 걸 안다면 노인은 짜증만 늘게 될 것이며, 가능하면 아이를 노인처럼 만들어버리려고 할 것이다. pp.358-359




<정말, 정말 좋았지>


나는 침대를 적시는 게 (a) 나쁜 짓이면서 (b) 내 통제력을 벗어난 일임을 알았다. 두 번째 사실은 내가 개인적으로 자각하고 있었고, 첫 번째는 의문도 갖지 않던 바였다. 떄문에 저지르는지도 모르면서, 저지르고 싶지도 않으면서, 그리고 피할 수도 없으면서 죄를 저지르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죄는 누가 저지르는 무엇이기만 한 게 아니었다. 누구에게 그냥 일어날 수도 있는 무엇이었던 것이다. p.378


세인트 시프리언스의 경우에는 솔직히 모든 게 일종의 신용 사기를 위한 준비 과정이었다. 우리의 임무는 실제로 아는 것보다 더 많이 안다는 인상을 심사위원에게 심어줄 것들만 배우고, 뇌에 부담이 되는 것들은 가능한 한 피하는 것이었다. p.384


당하는 건 가난하지만 '재주'는 있는 아이였다. p.387


자기 어린 시절에 대한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모름지기 과장과 자기연민을 경계해야 한다. p.400


나는 사람이 자기 의지와 어긋나게 잘못을 저지를 수 있음을 일찌감치 알게 되었으며, 머지않아 사람이 자기가 무엇을 했는지도 그게 왜 잘못됐는지도 모르면서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p.406


그런데 최상층이 정말 부러운 것은 젊을 때 부유하다는 점이었다. 나처럼 야심 있는 중산층이나 시험 합격자 같은 사람들에겐 삭막하고 수고스러운 유형의 성공만 가능했다. p.414


생존 본능이란 것이었다. 약하고, 못 생기고, 겁 많고, 냄새나고, 그럴싸한 데라곤 없는 존재일지라도 살고 싶으며 나름대로 행복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것이다. p.422




<작가와 리바이어던>


과학적인 것이든 유토피아적인 것이든, 모든 좌파 이데올로기는 당장 권력을 잡는다는 기대를 갖지 않았던 사람들이 발전시킨 것이었다. 따라서 그것은 극단적인 이데올로기 였다. 달리 말해 왕이나 정부, 법, 감옥, 경찰력,군대, 깃발,국경,애국주의,종교, 기존의 도덕관을, 그리고 사실상 모든 질서를 철저히 경멸하는 이념이었던 것이다. pp. 440-441


그런 '특정' 압제, 즉 자본주의만 전복하면 사회주의가 도래할 것이라 생각하기 쉬웠다. 더욱이, 좌파는 자유주의로부터 확연히 의심스러운 믿음을 이어받았다. 그것은 진실이 널리 알려지면 박해는 절로 패퇴하리라는, 혹은 인간은 본래 선량하며 외부 환경 때문에 부패하는 것일 뿐이라는 믿음이었다. p.441


그런데 좌파 정부는 거의 예외 없이 지지자들을 실망시킨다. 왜냐하면 그들이 약속했던 번영이 달성 가능한 것이라 해도, 국민에게 진작에 말해준 적이 거의 없는 불편한 이행 기간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p.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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