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를 줍는 할머니가 있었다. 부산 특유의 막돼먹은 언덕은 노년의 관절과 근력을 기어코 주저 앉혔다. 하필이면 오늘은 무척이나 더운 날이었다. 보자기로 꽁꽁 싸맨 노구의 여인은 폐지를 잔뜩 실은 리어카를 세워놓고 어쩔 줄 몰라 주저앉는다. 비 오듯 흐르는 땀에 눈물이 섞인다.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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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편의점에서 콜라를 들이키다 나온 남방계 청년이 이를 목격한다. 이 동네는 외노자가 많은 동네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추정한다. 더듬더듬하는 한국어로 괜찮습니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손짓 발짓 몸짓 고갯짓으로 노인을 돕는다. 리어카를 지지하며 가파른 언덕을 천천히 내려보낸 후, 특유의 경상도 남자처럼 아무일 없다는 듯이 언덕을 다시 올라 제 갈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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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본 것일까. 먹고 살기 힘들어 만주로 연해주로 불법체류했던 조선인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배우면서도, 파독광부와 시체닦이로 외화벌이에 나선 근성의 한국인 영화에 눈물을 흘리면서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노자는 왜 혐오를 당해야 하는 것일까. 그가 앞으로도 계속 한국어를 못해서 댓글을 주의 깊게 읽는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
2018.7.20 @PrismMa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