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제외하고 5월 한 달 동안 처음 쉬는 날을 가졌노라 첫 문장을 완성했는데, 벌써 6월 6일 현충일이었다. 학기 후반부에 갑자기 여러 일거리가 몰려왔다. 지도교수님의 학부 수업에 주2회씩 들어가게 되었고, 다른 수업에서 원치 않은 발제를 대신 떠안게 되었고, 그와중에 페이퍼 발표 순번이 돌아왔다. 거기엔 두 달이나 준비기간을 줬으니 퀄리티를 높여오라는 엄포가 복리로 동봉되어 있었다. 공모전을 두어개쯤 나갔고, 기사 마감 하나와 등반대회 및 킥스 같은 자잘한 학과행사가 있었는데, 거기 있었던 나는 아마 내 본체가 아니라 그림자 분신 중에 하나였으며, 실체는 사회대 530호에 유폐되어 있었던 것이다.


한 달 동안 한 권의 이론 원서를 읽었고, 영어 논문 한 편, 선행 연구 10개 가량, 17개의 참고문헌을 살펴서 철야밤샘을 한 끝에 소논문을 하나 완성하였고 발표를 했다. 꽤 완성도있게 잘 썼으나 곳곳에 여기저기 빨간줄이 그였고, 수정해서 퀄리티를 높여오라는데, 내가 부족해서인 것인지 나에게 기대를 크게 걸고 있으신 건지, 여튼 지도교수님의 의중을 모르는 상태로 일단 오후 여섯시에 잠이 들어 다음날 오후 네시에 일어나서 보니까 6월 6일이었던 것이다. 가르마 펌을 새로 했고 피로가 가득한 초췌한 얼굴로 셀카를 찍었고, 용건은 없는데 마음이 시켜서 시 하나를 옮겨 적었고, 카페에서 마음 편히 독서를 했다. 두 문단으로 정리되는 한 달을 살았는데 왜 이리 나는 바빴던 것일까. 앞으로도 페이퍼 두 개와 학회 아르바이트, 면접 아르바이트, 원고 마감과 두 개의 기사마감, 서평 대회와 공모전 참가를 각각 하나씩 앞두고 있다. 스스로 자처한 일인데 누구를 탓하리오.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일단 이번주는 쉰다.

- 2018.06.06 @Prism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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