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금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김진명.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기억하세요? 핵폭탄을 둘러싼 박정희 대통령과 이휘소 박사의 숨은 이야기. 남북한에 화해가 그려졌던 가슴 뭉클한 결말이 새삼 떠오르네요. 그러고 보면 「몽유도원」, 「황태자비 납치사건」, 「1026」, 「하늘이여 땅이여」, 「최후의 경전」 등 글쓴이의 모든 작품에 일관되게 흐르는 건 ‘한민족에 대한 사랑’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천년의 금서」에서 다루고 있는 소재는 ‘잃어버린 우리 고대사’인데요. 역시나 우리 민족에 대한 사랑이 듬뿍 담겨져 있죠. 고대사... 대한민국의 ‘한’은 어디서 왔을까를 밝히는 것. 그것이 잃어버린 우리 고대사를 찾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라며, 비교사학, 실증사학에 목숨 건 기존 역사학자들을 크게 꾸짖습니다.

 

“명색이 역사학자이자 국사편찬위원이고 대학에서 선생질을 하고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이 왜 대한민국인지, 한국인이 왜 한국인인지, 한반도가 왜 한반도인지, 도대체 그 한(韓)이라는 글자가 어디서 왔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77쪽)

 

당연히 말이 안 되죠. 어찌 보면 슬픈 일이기도 하지만, 그럼 역사가가 아닌 소설가를 통해 대한민국의 뿌리를 들어볼까요? 물론 좋지만, 걱정스럽기도 하시다구요? 네. 아무리 그래도 우리 역사를 소설을 통해 들어서야 되겠느냐구요?

 

제 생각으론 전혀 그렇지 않답니다. 단지 소설이란 형식을 빌렸다 뿐이지, 역사논문을 방불케 하는 증빙문헌들과 다른 유명학자들을 통해 이미 알려진 사실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거든요. 오히려 역사를 쉽게 설명해주는 책이지 일반적인 문학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

 

다 알려드리면 「천년의 금서」를 읽으실 때 재미없을 수도 있겠죠. ^^*

여러분, 대한민국의 한(韓)은 어디서 온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당신은 마한, 진한, 변한이 있으니 그 뿌리인 한이 있다고 주장하는 거요?”

“삼한은 한의 존재를 짐작할 수 있는 유력한 근거가 된다는 뜻이에요.”

“여기는 논리학 교실이 아니오. 삼한은 한반도 남부에 있었고 백제 신라 가야로 발전된 거 아니오. 그런데 당신이 얘기하는 한은 도대체 언제 어디에 있었다는 얘기요?” 

“그전에 먼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삼한이 한반도 남부에 있었다는 최 교수님의 주장은 어디서 나온 겁니까?”

“당신은 삼한이 남부에 있었다는 주장이 이마시니 류를 비롯한 일본 학자들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에 잘못됐다고 말하려는 거요?”

“하여튼 대답을 해보세요.”

“<삼국사기>에 백제가 마한을 병합하였다는 기록이 있고 백제는 한반도 서남부에 있었으니 거기에 근거를 둘 수 있소.”

“진한과 변한은요?”

“그건 마한이 백제에 병합되었으니 진한은 신라에, 변한은 가야에 병합되었으리라고 생각하는 거요.”

“그렇다면 같은 <삼국사기>에 진한은 고조선과 진나라의 유민들이 세운 나라라고 하는 건요?”

“<삼국사기>의 기록은 대체로 받아들일 수 있소.”

“그 유민들은 국명을 왜 하필 진한이라고 했을까요?”

“진의 유민들이 한 지역에 와서 세운 나라라는 뜻 아니겠소?”

“한 지역은 어디를 말하는 겁니까?”

“물론 지금의 경상도 지역이오.” 

“최 교수님, 진은 서북중국에 있었던 나라입니다. 고조선은 주로 한반도 북부와 만주 지역에 있었던 걸로 가르쳐지고 있고요. 그들이 그 먼 경상도에까지 내려와서 진한이라고 했을까요?”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나라 학자 중에는 삼한이 정확히 어디에 있었는지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소.”

“그런데 왜 삼한이 백제 신라 가야의 뿌리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왜 일본 학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더 이상의 검증을 안 하는 거죠?”

“좀 더 연구해야 할 문제요.” 

“삼한에 대해서는 수많은 학자들이 모두 제각각의 추측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나라 교과서는 지금 일본 학자들의 견해를 싣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제가 어떤 주장을 해도 마찬가지로 추측에 불과하다는 평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저는 논리적 귀결점을 찾고 문헌상 증거를 보이겠어요."

: 천년의 금서, 291~293쪽, 김진명, 새움출판사, 200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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