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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하누 어스시 전집 4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지연, 최준영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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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디 어 어스시 시리즈의 4권을 만나게 되었다.
내가 어스시의 마법사를 처음 읽었던 것이 무려 10년도 훨씬 전인, 나의 중학교 시절인 것을 감안하면,
이건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흐른 후인가 말이다.

이로써, 나는 3가지 장정이 뒤섞인 어스시 시리즈의 일부를 가지게 된 셈인데
1993년에 나온 웅진출판 버전과, 황금가지에서 2002년에 펴낸 지난 버전과
그리고 이번에 발간된 <테하누> (이제서야 4권을 펴낸, 그것도 지난 판을 절판시키고 새로운 장정으로 펴내고만 황금가지의 일관성 없는 방침에는 실로 애석함을 금할 길 없지만... 5권을 간절히 기다리는 이 아이러니는 르귄의 세상에 중독되고만 독자의 몫인가 -_-)

어스시 시리즈 4권, 테하누.
10년이나 지나, 아투안의 지하무덤을 탈출했던 어린 테나의 나이 든 모습과 비로소 만났다,
테나가 성장하고, 오랜 시간 삶의 나날을 보낸 만큼 나의 시간도 지나버린 지금에 와서야 말이다.

그때의 설레임과 두근거림은 아직도 바래지 않았다.
게드를 키워낸 대현자 오지언은 이제 사라졌고, 무궁무진한 미래를 가슴에 품고 있는 어린 테루가 등장했으며, 악과의 싸움에서 지치고 나약해진 게드는 테나와 다시금 얼굴을, 체온을 마주 대하고, 헤브너의 왕좌에는 이제 젊고 지혜로운 왕이 빈 자리를 채웠다.

400여페이지에 이르는 긴 책을 잠시도 쉬지 않고 읽어내려갔으되
이렇게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린 테루의 이야기가 새로이 펼쳐질 미래의 여운을 짙고도 강하게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용과 인간의 땅 위에서 펼쳐질 길고도 거침 없는 이 모험은 다시금 어떤 세상으로 우리를 이끌어 갈까?
잠시 지금 발붙인 이 땅에서 떠나 곤트의 안개 속에서 긴 꿈을 꾸고 싶은 열망을 되새김질하며,
르귄의 새로운 이야기가 우리 곁으로 다가올 시간을 간절히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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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단편집 - 스켈레톤 크루 - 하 밀리언셀러 클럽 43
스티븐 킹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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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의 상권이 전체 분량의 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첫번째 단편 <안개> 등에 기인해 다소 SF 같은 인상을 주었다면, 스켈레톤 크루 下권은 악수를 하면 죽음을 맞이한다거나 고장난 트럭이 살인을 저지르는 등의 기이한 소재와 무인도에 고립되는 등의 비일상적인 상황을 동원하여, 신비스럽고도 몽환적인 공포 소설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그러나 그 스물스물한 공포감이 작품의 전편에 긴장감을 주기보다는, 뻔히 보이는 결말을 향해 스물스물 달려 가는 느낌이랄까, 시작에 있어서의 기이한 상상력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기괴한 소재와 비극적인 결말은 일견 에드가 앨런 포우를 연상케 하지만, 그와 같은 으스스하고 소름 끼치는- 무게감 있는 공포라 말하기엔 다소 부족한 기분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실망스럽던 전반부를 넘어서면,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의 최고 걸작이라 손꼽고 싶은,
<고무 탄환의 발라드>와 조우하게 된다.  

이 이야기의 화자이자 제2의 주인공인 '편집자'는
'인간의 광기란 고무 탄환 같은 것'이라 정의한다. 광기란 일종의 정신적 자살이라는 이야기다. 
언젠가 생방송 중인 방송국에 뛰어들어 내 귀에 도청장치가 있다고 외쳤다던 어느 광인의 해프닝이 머리를 스치는데...-.- 
'인간의 광기'라는 이 흥미로운 소재를 빌어, 광기라는 것이 전도유망한 천재 작가를 어떠한 파멸로 내몰게 되는지를 긴장감 있게 펼쳐보인다.

타자기 속에 작은 요정이 산다고 믿는 천재 작가,
그리고 전염병 옮듯, 이 광기에 전염되고 마는 편집자, 그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보면
어쩌면 그 요정들이 실재하는 것은 아닐까,  그들이 미친 것일까 우리가 미친 것일까,
아니면 진정 이 모든 것이 현실은 아닐까- 광기와 이성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기묘한 느낌에 휩싸이고 만다. 
그리고 또한, 한 명의 화자의 입을 빌어 이야기하는, 자칫하면 지루해질법한 서술 방식에도 불구하고, 그 팽팽한 긴장감의 끈을 전혀 늦추지 않고 흡인력 있게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스티븐 킹의 화술에는 더더욱 혀를 내두르게 된다.

더불어,  뒷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우유배달부> 시리즈와 살인을 도발(?)하는 미녀 <노나>의 섬칫한 매력에 빠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고, 할머니와 단둘이 남겨진 소년의 심리를 다룬 <할머니>에서는  일상적인 상황이 공포로 변하는 새로운 경험속에서, 방심하고 있던 바로 이 순간, 지금 내 주위를 한번쯤 둘러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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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2014-03-14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문득 드는 생각인데 노나가 이토준지 토미에에게 어느정도 발판을 마련하지 않았나 싶음.

고무탄환의 발라드가 이 책에서 최고의 작품인건 두말할 여지가 없음
 
제인 에어 납치사건
재스퍼 포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북하우스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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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의 영원한 로망(?), 타임머신.

 영화 <백투더퓨처>에서는 과거로 돌아간 마이클 J. 폭스가, 자신의 부모가 예정대로(?) 사랑하도록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나온다. 아이러닉하게도 그는 그 사랑의 방해자인 동시에, 조력자이기도 하다.  


이 ‘비틀린 시간’의 묘한 뫼비우스 띠(?)는 이 소설에서도 무척 재미있는 역할을 해낸다.

 다소 지루한 감도 없잖은 초반부, 연방의 지명수배자 아케론 하데스를 놓치고 동료까지 잃어 망연자실한 여주인공 서즈데이 넥스트, 그 앞에 등장해 그녀를 새로운 운명으로 이끌고 가는 것은 다름아닌 미래에서 온 서즈데이 넥스트이다.

“서즈데이! 스윈든의 리테라텍 일을 맡아!”

 어딘가 낯익은 얼굴의 그녀가 미래의 자신이란 것을 깨달은 서즈데이는 망설임없이 자신의 고향이자 촌구석(?)인 스윈든으로 향하고, 이제부터 사건은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이 소설은 단적으로 말하자면, ‘어긋난 경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또한 소설 속 주인공들(제인, 로체스터 등)과 실제 인물들(서즈데이 넥스트) 사이의 경계,

 즉, 허구와 현실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일어나는 재미있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어린 시절, 서즈데이는 <제인 에어>속으로 들어가 제인과 로체스터의 만남을 극적으로 만들었고,

 로체스터는 부상을 입은 서즈데이를 치료해주고 사라진다.

 이처럼 허구와 현실 세계의 경계가 미묘하게 비틀리면서 사건은 재미있어진다. 

 악당 아케론 하데스가 이용하려는 것이 바로 이 어긋난 경계의 틈새이다. 

그는 온 국민이 사랑하는 <제인 에어>의 제인을 납치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모든 것은 그의 계획대로 되어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소설은 마지막까지 이 틈새를 이용한 유머를 잃지 않는다.

 서즈데이가 사랑하는 남자를 잃을 위기의 순간, 그 남자의 결혼식을 방해하러 오는 것은 소설 <제인 에어>속에서 로체스터의 중혼을 폭로했던 변호사이다. "제인과 로체스터가 나를 보냈죠"

 또한 시간의 틀에서 이탈한 서즈데이의 아버지를 잡으러온 시간경비대의 ‘낯익은’  청년은 자조적인 한 마디를 내뱉는다. “혹시나 시간경비대가 되려고 하는 아들이 생기면 꼭 말리세요.” (하하-)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작가의 재치에 씽긋 웃고야마는 경쾌한 결말.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개는 말할 것도 없고>와의 유사성 때문에 읽게 되었는데, 그에는 조오금 못 미치지만 나름대로 소소한 유머가 넘치는, 즐거운 소설이다.

 기발한 상상력에서 비롯되는 SF적 재미에다가, 익히 알고 있는 <제인 에어>의 스토리를 잘 녹여냄으로써 평소 영미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매력을 지녔다. 브론테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 희곡의 작가 문제 등 문학사에 있어서의 이슈를 엿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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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뽀로 여인숙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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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에 의해 북해도에 대한 이미지가 잔뜩 부풀어 있던 내게 <삿뽀로 여인숙>은 불난 데 기름을 퍼붓는-_- 격의 소설이었다. 아니, 오히려 답답한 기분에 잔뜩 취해있던 내게 어디론가 떠나라고 부채질을 해대는 잔인한 소설이었다.

책 속의 주인공 진명이는 한없이 불안정해 보이는 소녀다.

너무도 위태위태해서 길 가다가 문득 만나면 어쩐지 뒤돌아보게 될 것 같은 그런 아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던 쌍둥이 선명이가 죽고 나서 그 괴로움을 잊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한없이 달리면 그 괴로움이 모두 바람에 날아갈 수 있을까?


스무 살의 나이라기엔 너무 많은 걸 잃고 너무 메말라버린 듯한 진명.

선명이가 사왔던 울리지 않는 종은 그들 사이를 잇는 알 수 없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귓속에선 먼 곳의 메아리가 들려온다.

달리고 또 달리고 보드카 선라이즈에 쉽사리 취해 빠져들고 은행을 털면 아카풀코로 떠날 것을 꿈꾸고... 불안한 젊음은 탈출을 꿈꾼다, 인가?


사람들은 많이도 변해간다.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모두가 크고 성장하고, 변해간다.

변하지 않는 건 과거로 사라진 이들 뿐이다.

삿뽀로에 가면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까?

그건 진명이가 삿뽀로에 간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불러낼 것도 같다.

이 소설의 결말은 설레임과 더불어 긴긴 여운을 남겼다.. 진명이는 과연, 고스케를 만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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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준 선물 - 쉼표와 느낌표 1
유모토 가즈미 지음, 이선희 옮김 / 푸른숲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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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몇 년 전이었을까 평일이었는지 휴일이었는지도 알 수 없지만.... 창 밖에선 과일 장수 아저씨의 고함소리가 들려오고 녹색 그늘 아래 매미소리가 휩쓸고 지나가는 여름의 한가운데, 하루가 기울어가는 한가롭고 고즈넉한 오후. 아무도 없는 자취방에서 오후의 한가로움에 취해 읽어내려갔던 소설.  쉽고도 가볍게 술술 읽혀내려가는 내용이었음이도 불구하고, 문득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몇년 뒤인 지금에야 재판이 나온 걸 발견하고 며칠 전에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직 삶에도 미숙하고, 죽음에도 다가가지 못한 세 소년. 그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동네의 한 할어버지네 집을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곧 죽을 것'이란 기대와 두려움으로 그 할어버지를 관찰하는 동안,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할아버지의 삶 속으로 뛰어들게 되고, 자신들의 생활 속에서 할어버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커져간다.

집 안의 자질구레한 일을 넘어 함께 수박을 나눠먹고 속 깊은 얘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친밀해져 가는 할아버지와 소년들. 소년 하라의 코 끝이 찡해오는 마지막 대사가 일품,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책의 막바지에 이르면 싸아- 하면서 가슴이 아픈 것도 아닌, 시리게 슬픈 것도 아닌 묘한 느낌이 저며들고 코 끝이 뜨끈해져 오면서 아득하게 그리운 기분이 퍼져나간다.

곁에 있어도 잘 하지 못하는 소중한 사람들과 저 멀리 떠나간 그리운 이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따스한 추억이 있으신 분이라면 지나간 따스한 기억에 웃음 한자락을 입가에 머금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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