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를 증오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진정한 증오는 세월을 통해 배워지는 일종의 재능이니까.
다시는 그녀를 보지 않겠다고, 그녀의 이름을 두 번 다시 언급하거나 그녀 곁에서 잃어버린 시간을 추억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어찌 된 일인지,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집을 뛰쳐나오게 했던 분노가 이미 연기처럼 자취를 감춰버리고 사라졌다. 그러나 다음 날 새로운 분노로 다시 그곳에 돌아올 것이 두려웠다. 그날 밤 있었던 일의 파편들이 스스로의 무게에 의해 추락할 때, 질투와 부끄러움이 서서히 나를 소진시키는 것이 두려웠다. -102쪽
그래, 난 누리아가, 비록 말은 않지만, 아직도 그자를 기억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래서 난 결코 카락스를 용서하지 않을 작정이다. 너는 아직 젊어 모르겠지만, 난 이런 것들이 얼마나 아픈 일인지를 안단다. ... 카락스는 마음을 도둑질한 놈인데, 그놈은 내 딸의 마음을 무덤이나 지옥까지 가져가버린 거란다.
-119쪽
그는 그녀의 허리에 팔을 둘렀고, 그녀는 장난치며 그에게 뭔가를 소곤대는 듯했다.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 모습은 나로 하여금 미소 짓게 했다. 나는 그 한 쌍의 남녀에게 집중했다. 그들의 옷으로 보아 나는 그 사진이 적어도 25년이나 30년쯤 된 것임을 추측할 수 있었다.
그것은 나이를 얼마 먹지 않은 젊은이들의 시선에만 깃드는, 서로에 대한 약속으로 충만한 빛과 희망이 모습이었다. -164쪽
"여자의 마음은 속임수를 쓰는 남자의 버릇없는 정신에 도전하는 섬세한 미로지. 만일 네가 진정으로 한 여자를 소유하고 싶다면, 그 여자처럼 생각해야 돼. 그리고 그녀의 영혼을 얻는 게 우선이지. 나머지 것들, 즉 사람으로 하여금 감각과 미덕을 잃게 하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포장은 보너스로 오는 거야."
-214쪽
"모르겠어." 그녀가 결국 중얼거렸다. "모르겠어."
"언젠가 누가 그랬어.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생각해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춰선다면, 그땐 이미 그 사람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 -282쪽
"이봐, 다니엘. 여자들이란, 이웃에 사는 메르세디타스처럼 대단한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리보다 똑똑하단다. 아니면 적어도 자신들이 원하거나 원하지 않는 것에 대해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지. 너나 세상 사람들에게 말하고 않고는 또 다른 문제야. 넌 지금 본성의 수수께끼에 직면해 있는 거란다.
여자란 바벨탑이자 미로지.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게 되면, 넌 지게 돼. 이 말을 기억하라구.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정신, 사랑을 갈구하는 자의 코드지." -306쪽
"수년 동안 너보다 나이 많은 여자를 사랑했었는데 그 때문에 가슴이 찢어질 정도로 아파했다는 말도 했어."
"그 모든 일에서 찢어진 거라곤 내 입술하고 자존심뿐이야."
-3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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