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준 선물 - 쉼표와 느낌표 1
유모토 가즈미 지음, 이선희 옮김 / 푸른숲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이었을까 평일이었는지 휴일이었는지도 알 수 없지만.... 창 밖에선 과일 장수 아저씨의 고함소리가 들려오고 녹색 그늘 아래 매미소리가 휩쓸고 지나가는 여름의 한가운데, 하루가 기울어가는 한가롭고 고즈넉한 오후. 아무도 없는 자취방에서 오후의 한가로움에 취해 읽어내려갔던 소설.  쉽고도 가볍게 술술 읽혀내려가는 내용이었음이도 불구하고, 문득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몇년 뒤인 지금에야 재판이 나온 걸 발견하고 며칠 전에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직 삶에도 미숙하고, 죽음에도 다가가지 못한 세 소년. 그들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동네의 한 할어버지네 집을 기웃거리기 시작한다. '곧 죽을 것'이란 기대와 두려움으로 그 할어버지를 관찰하는 동안,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할아버지의 삶 속으로 뛰어들게 되고, 자신들의 생활 속에서 할어버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커져간다.

집 안의 자질구레한 일을 넘어 함께 수박을 나눠먹고 속 깊은 얘기를 나누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친밀해져 가는 할아버지와 소년들. 소년 하라의 코 끝이 찡해오는 마지막 대사가 일품,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책의 막바지에 이르면 싸아- 하면서 가슴이 아픈 것도 아닌, 시리게 슬픈 것도 아닌 묘한 느낌이 저며들고 코 끝이 뜨끈해져 오면서 아득하게 그리운 기분이 퍼져나간다.

곁에 있어도 잘 하지 못하는 소중한 사람들과 저 멀리 떠나간 그리운 이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책이다.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따스한 추억이 있으신 분이라면 지나간 따스한 기억에 웃음 한자락을 입가에 머금게 될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