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뽀로 여인숙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러브레터>에 의해 북해도에 대한 이미지가 잔뜩 부풀어 있던 내게 <삿뽀로 여인숙>은 불난 데 기름을 퍼붓는-_- 격의 소설이었다. 아니, 오히려 답답한 기분에 잔뜩 취해있던 내게 어디론가 떠나라고 부채질을 해대는 잔인한 소설이었다.

책 속의 주인공 진명이는 한없이 불안정해 보이는 소녀다.

너무도 위태위태해서 길 가다가 문득 만나면 어쩐지 뒤돌아보게 될 것 같은 그런 아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던 쌍둥이 선명이가 죽고 나서 그 괴로움을 잊기 위해 달리고 또 달린다.

한없이 달리면 그 괴로움이 모두 바람에 날아갈 수 있을까?


스무 살의 나이라기엔 너무 많은 걸 잃고 너무 메말라버린 듯한 진명.

선명이가 사왔던 울리지 않는 종은 그들 사이를 잇는 알 수 없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귓속에선 먼 곳의 메아리가 들려온다.

달리고 또 달리고 보드카 선라이즈에 쉽사리 취해 빠져들고 은행을 털면 아카풀코로 떠날 것을 꿈꾸고... 불안한 젊음은 탈출을 꿈꾼다, 인가?


사람들은 많이도 변해간다.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서 모두가 크고 성장하고, 변해간다.

변하지 않는 건 과거로 사라진 이들 뿐이다.

삿뽀로에 가면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까?

그건 진명이가 삿뽀로에 간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불러낼 것도 같다.

이 소설의 결말은 설레임과 더불어 긴긴 여운을 남겼다.. 진명이는 과연, 고스케를 만난 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