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여, 오라 - 아룬다티 로이 정치평론
아룬다티 로이 지음, 박혜영 옮김 / 녹색평론사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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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아룬다티 로이를 가장 잘 인용, 설명한 글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신자유주의에 맞선 추모의 정수를 인도의 여류작가이자 반세계화 운동가인 아룬다티 로이의 <9월이여, 오라>라는 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제 9월이면 전 세계는 미국의 압력 아래 모두 다 9.11의 희생자를 추모한다. 마치 9월에는 9.11이라는 비극적 사건 하나만 있었던 듯이 전 세계가 그들을 추모한다. 이 추모에 맞서 아룬다티 로이는 9월에 죽어 간 수많은 ‘추모 받지 못한 사람’을 불러내며 추모한다. 1973년 9월 11일에는 미국의 CIA의 지원에 의해 살바도르의 아옌데 정권이 전복되었고 그는 죽임을 당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1922년에는 영국 정부가 팔레스타인에 신탁통치를 발표하여 현재 중동의 비극의 씨앗을 뿌렸다. 1990년 9월 11일에는 부시의 아버지 부시 1세가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하기로 양원 합동회의에서 밝혔다.

이처럼 아룬다티 로이는 ‘추모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유일하게 여겨진 9.11 희생자에 보태어 ‘추모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여겨지는 자’를 나란히 추모한다. 셈하지 않는 자가 셈으로 들어오고, 셈되어서는 안 되는 자가 셈되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일,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는 셈되고 있는 자끼리 누가 다수이고 누가 소수인지 따져, 그 숫자에 따라 권력을 나눠 갖는 행태가 아니다."

-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인문학의 눈으로 본 신자유주의의 맨얼굴>(엄기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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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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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몰랐는데 올해 보니
집 앞 큰 도로 건너 논에 물이 차고, 거기에 도로의 가로등이 비추니
마치 작은 포구의 밤풍경처럼 보인다.
그래, 지금껏 어두운 밤바다는 이렇듯
어느 정도 인간의 냄새와 함께 어우러진 풍취였다.
그런데 <파이 이야기>를 읽고 난 뒤부터
바다는 끝도 모를 어둠과 아무것도 없음
그야말로 심연의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마치 밤마다 '죽음 뒤 나'를 상상할 때처럼
끝도 시작도 그 깊이도 알 수 없는
무한의 시공간이 주는 두려움 말이다.
그 두려움을 마주선 인간은
'나는 누구인가?'
'세상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절실하고 절절하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기에
나름 기대하고 있던 모양새가 있었는데
막상 대하고 나니
생각보다 책의 깊이가 꽤 됐다.

두려움을 마주 서지 못한다면 인간이 아니다.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두려움과 마주 서야 하며
두려움을 안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두려움 때문에 피하기만 한다면
그건 인간이 아니다.
피하기만 한다면 그건 두려움이 아니다.
그리고 그 도망 끝에는
더욱 심한 폭력으로 상대를 누르려는
왜곡이 나타난다.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저들은
그렇게 두려움을 두려워하고 있다.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있다.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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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선언
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지음, 강유원 옮김 / 이론과실천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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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공산당 선언>을 읽기 전에 

준비운동 차원에서 읽어 두면 좋을 강유원 선생님의 해설서)

강유원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을 때도 그랬지만
이 책을 다시 읽어 보니 더욱 더 명확해진다.
맑스의 분석이 이놈의 시대에 던져 주는 메시지가 참으로 많다.
아니, 어쩌면 그때의 자본주의와 지금의 자본주의가
본질적으로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다.
노동하는 사람과 관리하는 사람, 이윤을 얻으려는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생각해 본다면
지금의 미친 세상을 보면서 긁적거리거나 갸우뚱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시공간을 압축해서 최대한 이윤을 얻어야 하는 자본주의 앞에서
대운하를 외치는 지금 정부는 정말로 자본주의를 모르는 녀석들이라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참 와닿는다.
차라리 자본주의라도 제대로 공부하시지!
<공산당 선언>을 반자본주의 테제로 곧이곧대로만 받아들인다면
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맑스의 방법론은
자본과 자본주의에 대한 분석이 우선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맑스의 자본과 자본주의에 대한 꼼꼼한 고찰과 분석은
아직도 유효하고 곱씹을 만하다.

그리고 그 밑바탕에는 분명
'인간'이 있다.
지금 시청과 청와대, 여의도 어디에서도 살펴볼 수 없는
그 종족 말이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더욱 절실해지는 때이다.
그건 진보도 보수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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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쳐라, 세계화! - 반세계화, 저항과 연대의 기록
엄기호 지음 / 당대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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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과 연대, 청년실업, 난민, 이주노동, 성노동, 슬럼, 해방신학, 공정무역과 혁명세, 교육권, 식량주권, 건강권...

저자의 이야기는 항상 흥미진진하다.
이렇게 살아야 한다, 저렇게 싸워야 한다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짱돌을 던지고 있는 저자의 경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옥에 대한 극사실도이며
그곳에서 '깨닫고' '배운' 살아 있는 투쟁의 교실 풍경이기에
그 공감의 깊이가, 울림의 폭이 적지 않다.

폼 잡고 독자를 타이르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고
담담하게, 드라마틱하게 자신의 경험을 적어 내려간 글은
그 어떤 문건보다, 에세이보다, 사회과학서보다 감동적이며
공감의 깊이와 의지의 되새김은 두툼하다.

오늘, 다시 되새겨본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
저 신자유주의 세계화 신봉자들이 우리에게 강요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인간임을 잊어 버리는 것이다.
추모하지 않고, 돌아보지 않고, 보듬지 않는 것

제발, 닥쳐라, 비인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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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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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오래 미뤄놨던 숙제를 해치운 느낌이랄까.
그리고 그 숙제를 해치운 느낌은 '고마움'이랄까.
희노애락 가득한 삶을 표현하면서도 이 땅을 굳게 딛고 있는 시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정말 놀랍고 또 놀라운 작품이다.
누구나 이야기하는 걸작이 괜히 걸작이 아님을 새삼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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