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스타 수술 팀의 영광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1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워낙 과학, 수학, 의학 쪽 스릴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은 좀 특별했다.
사실 추리소설로서는, 마지막 동기 설정도 약했고
플롯도 치밀한 편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족하다.
하지만, 읽는 내낸 사람을 빨아들였던 건
인물 묘사 때문이었다.
특히, 주인공 두 캐릭터는 압권이었다.
다음 권을 보게 만드는 힘은 캐릭터다.
요즘 들어 일본 소설을 보면서 느끼는 점은
무언가 드라마, 영상화를 염두에 두었거나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듯한 느낌이다.
그만큼 캐릭터화돼 있고
장면과 묘사가 아기자기하다는 뜻이다.
어쨌든 꽤 흥미로운 의학 캐릭터 만화경 추리 소설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 - 20세기를 온몸으로 살아간 49인의 초상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글을 조금이라도 써 보면
참 애매한 분량이 있음을 안다.
더구나 한 인물의 이야기를 원고지 10매 내외에서 한다는 일은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백과사전을 바탕으로 정리한다면야 뭐가 어렵겠냐만
서경식 선생이 이 책
<사라지지 않는 사람들>에서 하듯이
인물을 찾고
그 인물의 포커스를 잡고
중요한 말과 평을 덧붙여서
그렇게 짧은 분량 안에
꼭 하고 싶은 말을 해낸다는 것은
그만큼 그 인물에 대해 많은 조사와 애정을 쏟아붓지 않으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50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참으로 존경스러운 서경식 선생님
참으로 다시 보게 된 책 속의 초상들...
난 한참 멀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 - 인문학의 눈으로 본 신자유주의의 맨 얼굴
엄기호 지음 / 낮은산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남자 이야기>라는 시청률 꽝의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다.
이 드라마가 재밌는 게 너무 티나게 지금 정권을 타깃으로 하고 있어서 슬쩍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정확하게 신자유주의의 본질을 짚어 주고 있기 때문에
그 대담한 지적을 확인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싸이코패스 재벌(김강우)은
'나는 우리나라에서 500만명만 남으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라고 이야기하고
'나머지 4천500만은 어쩌고?'라는 질문에
'글쎄, 결국 모든 건 500만에 들지 못한 사람들의 변명 아닐까?'
'다들 그 500만에 들기 위해 안달하지 않을까? 당신은 아니야?'
라는 식의 대답을 한다.

이 싸이코패스가 꿈꾸고 있는 모로코, 혹은 두바이 같은 경제특구의 이름은
바로 '명도시'이다.
그리고 그 명도시 개발을 위해 세입자들을 몰아내는 모습은
'용산 철거 참사'와 다를 바 없다.
특히 이 드라마가 무섭도록 정확하게 짚고 있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도, 경찰도, 그 무엇도
그저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점이다.
돈이 정치가를 내세우고
공권력이 돈의 눈치를 보고
언론은 그저 편의에 따라 쓰는 도구인 세상.

이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가 생각났다.
'언제나 누구나 망하리라'는 공포에 사로잡혀서
어릴 때부터 착실하게 돈을 모으는 법보다는
당연히 돈을 굴리고, 자신을 관리하고, 남을 올라서는 법을 배우고
88만원 세대가 되지 않기 위해 중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청년기를 통째로 바치고
그렇게 버둥거리다가 결국은 명퇴하여 치킨집을 차려
수십만의 또 다른 치킨집 사장과 경쟁해야 하는
우리의 모습.

문제는 이 신자유주의 사회가
그저 경제적 곤란함과 양극화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까지도 바꾸어 버린다는 데 있다.
그때 신자유주의가 우리에게 내리는 정언명령이 바로
'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이다.
너무도 무시무시한 사회이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진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이를 외면하거나 그러고 싶어한다.
나는 아니다.
나는 탈락의 공포, 예외가 되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는 몇몇 소수의 이야기일 뿐
노력하면 다 벗어날 수 있다고.

하지만 이제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가 아니다.
강남 부자는 3대가 가고
돈이 돈을 낳고
돈이 계급을 낳고
계급이 계급을 낳고
그들끼리 모여서 나머지는 저 멀리 어느 곳으로 쫓아 버리고
따라올 테면 따라오든가 말든가
그렇게 내치고 있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은 이러한 불균등한 사회에서
그것을 깨고, 더 힘든 사람을 돌보기보다는
오로지 '나도 저렇게 되어야지!'라는 쪽으로만 생각한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그토록 소중한 가치였던 '자유'가
이 시대에 신자유주의라는 싸이코패스에 의해
살짝 얼굴을 가린 채 다시 우리를 옥죄고 있다.
자유의 역습이다.

88만원의 현실보다 더 무서운 것은
88만원보다 더 벌기 위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죽도록 뛰게 만드는
신자유주의의 정언명령과
이를 눈치 채지 못하게 만드는
이 공고한 체제이다.

이 책 속의 한 소제목처럼
'탈락한 자에게는 쓸쓸한 묘비명조차 없는'
그런 사회이다.

더 이상 인간을 인간이게 놔두지 않는 사회
요즘 들어 자꾸 마음이 먹먹해진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
또 다른 자유를, 또 다른 대안을
쉬지 않고 생각하고 꿈 꾸고 일궈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묵공 초회한정 디지팩 (2disc) - [할인행사]
장지량 감독, 최시원 외 출연 / 팬텀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가장 훌륭한 정치가는 사람을 살리는 정치가이다.
그런 면에서 유덕화가 연기한 이상주의 묵가의 혁리는
언제나 꿈 꾸는, 보고 싶은 그러한 인물이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이상하게
안성기가 연기한 조나라 장수, 항엄중의 모습도 자꾸 떠오른다.
그 꿋꿋함, 품위를 잃지 않는 마지막 모습.

정치에 있어서,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이긴다는 게 무엇인지를 되묻는
차선의 정치가 말이다.

최소한 이 정도만 되어도
이렇게 쉽게 인간을 죽이고
인간을 비참하게 만들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휴머니즘이든, 정치적 아름다움이든
중요한 건 인간의 존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체인질링
안젤리나 졸리 외, 클린트 이스트우드 / 유니버설픽쳐스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감독 데뷔 이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는 언제나 질문을 던졌다.
어떻게 할 때 당신은 인간인가?
인간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런데 <미스틱 리버>도 <밀리언 달러 베이비>도
그 질문은 대부분 극한의 딜레마 상황에서 던져졌다.
그러기에 이스트우드의 영화는 윤리적일 수밖에 없다.

당당한 죽음과 생명, 인간의 조건
혹은, 한 인간의 살인과 그의 인간적인 아픔에 대한 연민에 대하여...
누구나 선택을 하겠지만, 그 선택에 대해서는 항상 100%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 선택의 과정이 있기에, 고민을 하기에
죽도록 마음이 아프기에 인간일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체인질링>은 약간 다르다.
딜레마 상황에서 윤리적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아이를 빼앗긴, 진실이 뒤바뀐, 감춰진 상황에서
눈물겨운 모성애를 보이기보다는
어떻게, 왜, 누구에 의해 그렇게 진실이 감춰지고 뒤바뀌는지에
더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전작들에 비해 그 강도가 덜하고
약간 싱겁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가는 길은 다르지만 이 영화 역시 같은 곳을 목표로 한다.
인간의 조건을 마음대로 바꾸는 이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
아니, 인간이 되는 길을 가로막는, 비인간이 되기를 강요하는
이 사회의 진짜 모습은 무엇인가를 보여 줌으로써
인간이 무엇인지를 다시 질문한다.

인간은 그저 자신의 노력만으로 인간이 될 수 없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인간이 된다.
하지만 이 사회는 너무도 태연하게, 혹은 조직적으로
그 공고한 시스템의 유지를 위해
한 인간을 파괴하고
인간이 되는 길을 막는다.

<체인질링>은 그 끔찍한 사회, 권력, 시스템을 보여 준다.
미리부터 겁을 먹고 방어하기 급급한
이 사회 말이다.
그 무엇보다 먼저인 것은 인간일 텐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