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스 오브 뉴욕 (2disc) - 아웃케이스 있음
마틴 스콜세지 감독,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외 출연 / 엔터원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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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이주민(구교도)과 미국 원주민(신교도)(사실 WASP들이 원주민이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말이지만, 영화 속에서는 자신들이 뉴욕 토박이라고 그리 불러댄다)들이 한판 벌이기 일보 직전이다.
백인 빈민층들이 상류층들을 향해 '당신들의 자식들부터 전쟁터로 보내라'며 폭동을 일으킨다. 그러면서 흑인들을 보이는 족족 죽인다.
정부 해군들은 대포를 쏘아대고, 군대를 파견하여 폭동 주모자들을 몰살시키려 하고 있다.
<갱스 오브 뉴욕> 마지막 장면,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장면이다.
결국 미국이라는 나라의 탄생은 이렇듯, 구교도와 신교도의 대립, 자본가와 빈민들의 대립, 중앙과 지역의 대립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그러한 뉴욕의 갱들, 그 시작은 미국의 현재와 다를 바 없다.

그 어떤 나라보다 자유로운 것 같지만, 세상 모든 독과점의 모범을 보여 주고 있는 빌 게이츠가 세계 1위의 기부자라는 아이러니, 그 반대편에서 돈 놓고 돈 먹는 데 귀재인 워런 버핏은 누구보다 승부사 기질이 강한 아날로그 부르조아지의 모범을 보이는 동시에 35조를 기부하는 아이러니를 선보이는 나라.
그 어던 나라보다 많은 이민자들로 구성된 나라이지만, 결국 WASP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나라.
대학 어디를 가도 자유로운 토론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의견이 존중된다는, 민주주의의 중심에 있는 듯 보이지만 결국에는 부시 같은 인간이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 수도 있는 나라.
그 기원을 너무나 적나라하게 잘 보여 주는 <갱스 오브 뉴욕>.
그 동안 미국 현대사회의 치부를 <좋은 친구들> <분노의 주먹> <택시 드라이버> 등을 통해서 유감없이 보여 줬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아예 그 기원을 쫓아 들어간다.
놀랍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현상들이 역시, 그저 한순간의 모순이 아님을, 그리고 겉으로 드러나는 자유와 평등이 결국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기본적인 파워 게임을 파악한다면 위선에 불과할 수도 있음을 너무도 잘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일상이다.
일상에서 그들이, 혹은 우리가 이러한 자본과 차별과 불평등의 모순을 인지할 수 있는지, 보편적인 일상의 민주주의가 어디까지 진실이며, 의미가 있는 것인지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다.

디카프리오는 이제 포스트 로버트 드니로, 스콜세지의 2기 페르소나가 돼 가고 있다.
한동안의 방황은 스콜세지로 인해 극복되어, 분노의 표정, 고뇌에 가득찬 몸짓, 혹은 유쾌한 시선 등을 자유자재로 연기해 내고 있다.
이는 그동안 짐 쉐리던의 휴머니즘 영화로 인해 내 관심에서 멀어졌던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카리스마가 있었기에 또한 가능했다. 마치 <카우보이 비밥>의 비셔스를 연상시키는, 비정하면서도 개똥철학이 명확한, 그러면서 인생의 고뇌를 가득 담고 있는 비열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미치광이 캐릭터는 정말 원더풀!이다.
그리고 카메론 디아즈. 작지도 크지도 않지만, 그 시대에 있을 법한 잡초 같은 여성상을 제대로 재현하고 있다. 과하게 여성주의를 내뿜지 않지만,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미인형이 아닌 디아즈의 얼굴은 야비하고도 아름답게 잘 드러나고 있다.

거칠지만 어지럽지 화면은 인물과 장면을 또렷이 응시하면서 영화에 몰입할 수 있게 하며, 예상보다 한 박자 빠른 편집(카메론 디아즈를 향해 칼 던지기 묘기를 보여 주는 장면은 그 정점을 보여 준다. 도대체 어느 순간에 칼이, 어디서 어떻게 던져질지 보는 이의 예상을 깨 버리는 그 순간은 섬뜩함은 편집과 촬영의 극치를 보여 준다. 또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표정과 카메론 디아즈, 디카프리오의 리액션은 더할 나위 없이 마에스트로의 작품임을 느낄 수 있게 해 준다.), 과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사운드의 활용은 쉽지 않은 영화에 재미까지 더해 준다. 또한 언제나 그렇듯이,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결코 하나하나가 쉽게 다뤄지지 않는 그 연출력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지경이다.

스콜세지.
이 노장의 행보가 어디까지 갈지 계속 궁금하다.
<애비에이터>를 보고, 극장에서 <디파티드>를 보고, 예전의 <좋은 친구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 <분노의 주먹> <카지노> 등을 다시 보면 또 한번 행복한 충격파가 계속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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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크리스 웨지 감독, 이완 맥그리거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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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그래도 제법 나쁘지 않은 두 개를 같이 묶어 팔기에 알렉스 프로야스의 <아이, 로봇>과 애니메이션 <로봇> DVD를 구입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로봇>을 봤다.
집에 놀러온 조카가 우리집 DVD를 찬찬히 살펴보다가 <로봇>을 보더니, 삼촌 이거 진짜 재밌는데, 그랬을 때,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그 녀석 말이 맞았다. 이거 진짜 재밌다. 물건이다!
똥폼 잡지도 않고, 과도하게 패러디 하지도 않지만, 적당히 조여 오는 이야기에, 나름대로 개성 있는 캐릭터들, 그리고 무엇보다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듯한) 시원시원한 어드벤쳐 씬들은 90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을 충만하게 해준다.
최근에 본 어떤 영화, 애니메이션보다 캐릭터들이 생생한 게 가장 마음에 든다.
물론 내용은 성장, 그리고 꿈이라는 극명한 주제 아래, 로봇의 대도시에 들어가, 로봇 박사가 된다는 뻔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그레이드를 추구하여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의 사회, 낡은 것들이 갖고 있는 미덕 등 쉽지만 쫀득쫀득한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아마도 <토이 스토리>보다 150% 정도 3D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잘 살린 애니메이션이 아닌가 한다. 억지로 사람에 가까워지려 노력할 필요도 없고, 애써 현실 세계를 복제할 필요도 없이, 상상한 것만큼 그대로 옮기는 정직함이 이 애니메이션을 더 자유롭고 멋지게 만들어 준 원동력이 아닌가 한다.
어릴 적 보았던 명랑 모험 만화의 계보를 잇는 듯해 또한 기분이 좋다. 일본 소년 만화들도 조금 더 컴팩트하게 이런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또 픽사의 최근작 <카>와도 맞닿아 있다.
둘 다 나름대로 진일보한 테크닉과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의 경지를 열었다는 평을 받을 만하다.
<로봇>은 시리즈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보여지는데, 나로서는 시리즈가 계속 나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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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무진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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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칼의 노래>밖에 읽지 않았다.
꽤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에 대해 아는 것은 그의 작품이 아니라, 이러저러한 풍문뿐이었다.
그리고, 몇 년 전 <칼의 노래>를 읽고 나서, '아, 김훈 김훈 하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이었구나!'라고 어슴프레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첫 단편집이라는 <강산무진>을 손에 들었다.
여수에 여행 갔다가, 예상치 않게 기차를 타고 돌아오게 돼 근처 마트에서 한참을 고르다가 낙점한 책이었다. 최대한 짐을 가볍게 하기 위해 책을 안 가져가고, U10에 <사무라이 참프루> 두 편만 넣어 왔는데, 올 때는 갈 때와 다르게 비행기를 타는 여정이 안 잡히는 바람에... (결국은 전라선도 역시 타지 못하고 고속버스를 타고 와서, 강산무진 역시 많이 읽지 못했다.)

한 호흡으로 뱉어내는 문장에는 군더더기가 없으며, 거칠기까지 하다. 자꾸 날것의 냄새를 풍기면서도 모르는 걸 아는 체하는 느낌은 나지 않으며, 짧은 문장과 겹쳐진 사건들, 세세한 묘사는 자꾸 숨을 턱턱 막히게 한다.
그래서일까, 상당히 속도감 있고, 잘 짜여진 이야기는 한숨에 읽을 수 없어, 몇 주 만에 끝낼 수밖에 없었다. 지난 주쯤 만나 낮술을 마신 어떤 형 역시 사무실에 이 작품이 있었는데, 짜증난다고 했다, 몇 문장 이상 읽기 힘들다고 했다, 이놈의 비릿함은 문장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에게도 전해지는 것이었나 보다.

의도적인 듯한 기사체의 활용과 시적인 묘사의 맞섬은 묘한 향기를 내뿜는다. 거친 손의 시인이랄까. 고지식한 시인이랄까.
특히 건조한 문체에 얹혀서 풀어나오는 재개발, IMF, 명퇴, 광고 등의 소재들은 더도덜도 말고 딱 그만큼 주인공들의 곁을 맴돈다.
건조함. 의도된 날카로움은 예리하지도 현학적이지도 않기에, 그 아픔이 더 크다. 상처 위에 소금을 대고 벅벅 문지르지만 아무 표정도 짓고 있지 않은, 직업인의 모습 같기에 더 힘들다. 

물론 수컷의 냄새가 강하지만, 그건 이 적나라한 날것의 이야기들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길 수도 있겠다. 누구나 그러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직업군이 등장하지만, 대부분 병을 안고 있거나 암을 안고 있거나, 어딘가 모를 인생의 끝간 데 없는 외로움의 막장에 다다라 있다. 그건 여자도 남자도 마찬가지다. 젊은이도 늙은이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헛헛함, 허무의 끝이기도 하겠지만, 그냥 유한할 수밖에 없는 시간의 어느 한 지점에서는 반드시 나타나는 그런 모습이 아닐까 한다.
그러고 보니 두 편밖에 안 읽었지만, 그의 작품들은 꽤 캐릭터에 치중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다. 그가 구축한 인물이 좀 냉정할 만큼 벌거벗은 게 문제이긴 하지만...

힘들지만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다.
앞으로 지난 작품들을, 급하지 않게, 천천히 챙겨 읽을 생각이다.
제발 대하소설만 안 쓰길 바랄 뿐이다, 김훈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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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발탄 - [초특가판]
유현목 감독, 최무룡 외 출연 / 영상프라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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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화질 보정이 잘 안 됐더라도
어렵사리 구한 필름이라 화면 오른쪽에서 불이 타더라도
사운드가 제대로 안 잡혀, 한글 자막을 나오게 해서 보더라도
이 영화는 걸작임에 틀림없다.
우울한 사회, 갈곳없는 군상, 나약한 가장, 외로운 시인, 돈은 없지만 영혼을 팔지 않으려는 후까시, 치매에 걸린 노인...
초중반에는 최무룡의 후까시가 빛나지만, 끝에 가면서 부인 잃고, 극에 치닫는 치통에 갈 곳을 몰라하는 김진규의 방황 씬은 너무도 숨막히고 어지러운, 최고의 장면이었다.
유현목 감독의 인터뷰 역시 재밌는데, 노장의 오만에 가까운 자부심은 훌륭한 영화가 있기에 인정할 수밖에 없다.
필름마저 제대로 구하기 힘들어 재촬영도 못하고 아쉽지만 그대로 써야 했던 열악한 환경에서 만들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더 감탄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대사톤은 문어체이고 약간씩 과장된 연기가 느껴지지만, 지금 봐도 지극히 리얼리즘에 충실하면서도, 현란한 편집에 의해 약간 모던한 느낌까지 주는 영화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비전문 배우들로 엑스트라를 쓰면서도 인물들은 전체적으로 다 살아 있으며, 흑백의 질감들은 어렵고 어려운 현실, 그리고 갑갑한 심리를 너무나도 잘 표현하고 있다.
보고 또 봐야 할 영화에 올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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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 스토리 - 10주년 기념판
존 라세터 감독, 톰 행크스 외 목소리 / 월트디즈니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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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봤다. 워낙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디즈니 DVD이다 보니, 그리고 워낙 초기작이다보니 자주 품절이 되다 보니... 이제서야 구입해서 봤다.
10주년 기념판이라 그런지 화질, 음질 아주 만족스럽다.
특히 각각의 장난감들의 특성을 살린 질감은 아주 훌륭했다. 바비 인형 같이 보이는 애는 빤질빤질 윤기가 흐르고, 조잡한 플라스틱 장난감 같은 것은 그 엉성함이 아주 잘 드러났다.
확실히, CG로 뭔가 새로운 걸 해 보고 싶다는 시도에 딱 맞는 이야기와 소재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너무도 스테레오타입의 주인공들, 그리고 인간들의 묘사는 조금 걸렸다. 그리고 장난감은 장난감일 뿐이라는 설정 역시 이해가 잘 안 됐다.
미치광이 소년은 <니모를 찾아서>의 치과 소년을 떠올리게 해서 좀 웃겼고, 미치광이 소년 집에 있는 변종 장난감들은 팀 버튼스러운 캐릭터들도 아주 맘에 들었다.
이 녀석들이 좀 더 활약을 했더라면 훨씬 더 색깔 있는 애니가 됐겠지만, 그러기에는 주 연령대가 애매해질 수 있으니 이해해 준다.
얼른 2도 봐야겠다.
근데 요즘 통 영화를 못 보고 있다. 왜 이렇게 주말이 부산스러운 걸까?
이번 주에도 제대로 영화 보면서 지내긴 힘들 거 같고...
뭐 운때가 안 맞는다고 생각해야지 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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