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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크리스 웨지 감독, 이완 맥그리거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그래도 제법 나쁘지 않은 두 개를 같이 묶어 팔기에 알렉스 프로야스의 <아이, 로봇>과 애니메이션 <로봇> DVD를 구입했다.
그리고 얼마 전에 <로봇>을 봤다.
집에 놀러온 조카가 우리집 DVD를 찬찬히 살펴보다가 <로봇>을 보더니, 삼촌 이거 진짜 재밌는데, 그랬을 때,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그 녀석 말이 맞았다. 이거 진짜 재밌다. 물건이다!
똥폼 잡지도 않고, 과도하게 패러디 하지도 않지만, 적당히 조여 오는 이야기에, 나름대로 개성 있는 캐릭터들, 그리고 무엇보다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듯한) 시원시원한 어드벤쳐 씬들은 90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을 충만하게 해준다.
최근에 본 어떤 영화, 애니메이션보다 캐릭터들이 생생한 게 가장 마음에 든다.
물론 내용은 성장, 그리고 꿈이라는 극명한 주제 아래, 로봇의 대도시에 들어가, 로봇 박사가 된다는 뻔한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그레이드를 추구하여 소비를 부추기는 자본의 사회, 낡은 것들이 갖고 있는 미덕 등 쉽지만 쫀득쫀득한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아마도 <토이 스토리>보다 150% 정도 3D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잘 살린 애니메이션이 아닌가 한다. 억지로 사람에 가까워지려 노력할 필요도 없고, 애써 현실 세계를 복제할 필요도 없이, 상상한 것만큼 그대로 옮기는 정직함이 이 애니메이션을 더 자유롭고 멋지게 만들어 준 원동력이 아닌가 한다.
어릴 적 보았던 명랑 모험 만화의 계보를 잇는 듯해 또한 기분이 좋다. 일본 소년 만화들도 조금 더 컴팩트하게 이런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또 픽사의 최근작 <카>와도 맞닿아 있다.
둘 다 나름대로 진일보한 테크닉과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의 경지를 열었다는 평을 받을 만하다.
<로봇>은 시리즈의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보여지는데, 나로서는 시리즈가 계속 나오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