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 내 뼈 - 난생처음 들여다보는 내 몸의 사생활
황신언 지음, 진실희 옮김 / 유노북스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생처음 들여다보는 내 몸의 사생활 내 몸 내 뼈' 라는 타이틀에 끌린 건 이제 어느덧 40을 넘기고 중년을 향하면서 젊기만 할 줄 알았던 내 몸이 삐걱삐걱 여기저기 아우성을 쳐대서였다. 이제는 건강에도 신경을 쓰고 날 관리해야 할 나이가 됐다고 자각했지만 정작 어디를 어떻게 관리해줘야하는지는 정보부족이던 차에 만나게 된 책이라 반가웠다. '머리카락부터 엉덩이까지 종횡무진 가로지르는 내 몸 구석구석의 이야기'라고 하니 몸의 다양한 곳곳의 정보가 잘 담겨 있을거란 기대감으로 책을 펼쳤다. 근데 어랏? 내 예상과는 달랐다. 정보서라기 보다 신체 부위와 관련한 일상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라고 할까? 그래서 '몸 에세이'라고 했구나...하고 깨달았다.

신선하게 읽어내려간 '유쾌하게 써 내려간 몸 에세이'는 내 지난날의 건강 관련 에피소드들과 일상의 습관들을 다시금 되짚어보는 기회를 줬다. 우리 몸의 신체 곳곳은 언제나 몸의 주인에게 신호를 보내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단순히 감정적으로 민감하고 예민해서 반응해온거라 생각했던 일들도 신체의 반응이자 신호였던 것이다.

어릴 적부터 나는 몸의 면역이 떨어지거나 아플 때마다 등에 아토피가 돋아났었다. 내가 유독 보채고 울어대서 엄마가 내 등을 들쳐보면 어김없이 아토피가 울긋불긋 쏫아나 있었다고 한다. 엄마는 그때마다 수두약 같은 분홍색 액체를 듬뿍듬뿍 발라줬고, 그 연례행사는 20,30대까지 지속됐다. 어릴 때는 등이었다면 커가면서 목, 허벅지 안쪽, 팔,다리 등이 접히는 곳과 같이 땀이 많이 차이고 연약한 피부쪽에 많이 등장했다. 참 희한하게도 매사에 완벽함을 추구하는 나는 머리보다 몸이 먼저 피로감을 호소했고 그래서 뒤늦게 크게 앓기도 했다. 그런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나는 내 몸이 주는 신호를 받아들이고 휴식을 취하곤 했다. 업무로 밤샘 철야가 이어지거나 신나게 몇박몇일 여행을 다녀와도 몸이 항상 먼저 신호를 보냈다. 아토피가 여기저기 쏫아나 간지럽고 따갑고....내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몸이 무리를 하고 그 피로를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그러면 나는 두말 않고 하루종일 잠을 자거나 보양식을 한그릇 뚝딱 해치우고 쉬었다. 그러면 정말 거짓말처럼 아토피는 자취를 감췄다.

요즘 들어서는 조금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로해지면 혓바늘이 돋고 혀가 퉁퉁 붓는다. 혀가 부어 발음도 제대로 안되고 음식을 먹을 때도 고욕스러워 어쩔 수 없이 하루 푹 잠을 자고 쉬어준다. 그걸 무시하고 있다가 사실 요며칠 감기몸살이 내 몸을 덮쳤고 결국 하루종일 겔겔대며 일도 육아도 엉망이 되어버렸다. 내 몸이 나를 지키기 위해서 보내는 신호들....그렇게 우리는 내 몸과 소통하며 삶을 살아가야 한다. 내 몸은 내 삶의 자취(배둘레햄과 돌덩이 같은 어깨, 삐걱거리는 무릎관절이 바로 그 물증이다 ㅋㅋ)이자 내 일상의 기록이기도 하다.

우리는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혀로 맛보고, 피부로 접축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의 더 많은 육신을 통해 속세와 상호작용한다. 그래서 나는 머리카락, 얼굴, 어깨, 허리, 엉덩이, 발가락, 배꼽, 자궁, 포피에 대해 천천히 생각하고 느낀 후 빠르게 메모하며 적어 내려갔다. 생활의 이야기를 썼고, 해부학의 이야기를 썼고, 임상의 이야기를 썼다.

<내몸 내뼈> 들어가며 중에서

현재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일선에 있는 작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제 이야기가 있다고 하며 머리카락부터 항문까지 세세하게 신체가 이야기하는 것을 우리 일상의 이야기로 녹아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정보의학서라기보다 우리 몸과 우리가 함께 생활하는 이야기이다.

하루종일 우리의 모든 의식을 이행하며 움직이는 몸에 대해 이만큼 깊이 생각하고 들여다 본 적이 있던가. 끊임없이 보내는 신호도 귀찮고 바쁘다고 무시한 채 지내다 병이 나면 잘 버텨내주지 못하는 내 몸에 짜증을 내기도 했는데 이 변덕맞은 몸은 '나의 일부였고 나 자체'였던 것이다. 책을 덮으면서 하나 다짐했다. 이제 좀 더 몸이 보내는 신호를 잘 캐치하고 몸과 소통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말이다.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나를 존중하는 일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 소중한 기회였다.

#몽실서평단 #몽실북클럽 #내몸내뼈 #황신언 #유노북스 #몸에세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치자나무
아야세 마루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아야세 마루의 단편집 [치자나무]에는 떠나간 연인을 대신해, 그의 일부이자 마지막 선물인 한쪽 팔과 함께 사는 여자(치자나무), 운명이라 믿었던 사랑이 한낱 몸속에 기생하는 벌레로 인한 환상이었을을 알게 된 부부(꽃벌레), 저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꽃밭처럼 닿을 수 없는 것만 사랑하고 마는 두 남녀(사랑의 스커트), 남자와 여가자 낮과 밤 서로 다른 시간대를 지배하는 세계에서 사랑하면서도 서로에게 너무 먼 존재가 되어버린 부부(짐승들), 평생을 가족에게 헌신하다 공허함과 권태로움으로 이민자 소년과의 아슬아슬한 '인형 놀이'에 빠져드는 중년 부인(얇은 천), 남편이 불륜 상대와 함께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이혼을 감행하고 홀로서기에 나선 아내(가자와 여주), 종족 보존을 위해 산란을 마치고 죽음을 맞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에서 홀로 독신으로 남아 치구들의 삶과 죽음을 목격하고 기록하는 여자(산의 동창회). 이들의 각기 다른 삶과 사랑에 대한 총 7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사랑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지만 기괴하고 기발한 설정에 거부감을 느낄 사람도 분명히 있을 듯 하다. 가볍고 간질간질하게 볼 사랑이야기는 분명 아니다. 하지만 이 그로데스크하고 공포감마저 드는 사랑의 이야기야 말로 우리 인생 속 사랑이라는 녀석의 민낯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짧은 페이지 속 이야기가 이토록 묵직하고 철학적으로 다가오는 것도 그만큼의 묵직한 설정이 있었기에 가능할 것이다.

<치자나무> 속 사랑하는 사람의 신체 일부분만으로도 만족하며 삶을 유지하는 여자와 남편의 모든것은 오로지 나의 소유라며, 자신에게 상처를 준 남편과 불륜녀에게 분노하지만 결국 남편의 신체를 돌려받기 위해 자신의 팔을 내어주는 아내의 심정은 무엇일까. 증오와 복수마저도 온전히 소유하고자 하는 소유욕과 집착. 그 역시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당신은 믿고 싶지 않지?그렇게 그로데스크하고 지독한 일이 설마 나에게 일어날 리가 없다고, 그럴리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니야, 난 이제껏 수없이 봐왔어. 부조리와 폭력은 어떤 인간의 인생에나 아주 똑같이, 가볍게 나타나. 나와 당신에게는 그게 오늘이었던 것뿐이야.

[치자나무] 꽃벌레 중

흔히들 콩깍지가 씌였다고 표현한다. 운명의 상대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내 모든걸 다 주어도 아깝지 않고, 함께 미래를 꿈꾸고...그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우린 아름답고 깨끗하고 순수한 것만 보려하지만 실제의 삶 속은 그렇지 않다. <꽃벌레>에서 사랑에 빠지는 과정들이 몸 속에 기생하는 벌레로 인한 환상이라는 그 설정만 빼고 보면 이 이야기 역시 삶과 아주 닮아 있다.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 서로의 유효기간이 일치하지 않다는 것...그것이야말로 사랑의 비애이고 감내해야 할 고통일 것이다.

안다는 건 무엇일까. 공원을, 마을을, 공장을, 시스템을 알고는 있지만 나는 낮의 세계를 모른다. 모르는 채 사랑하고, 모르는 채 멀어져서, 안개가 깔린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처음 만난 남편과 둘이서 어두운 길을 걸었을 때 느꼈던, 처음으로 세계와 올바로 손잡은 듯한 행복감은 피부에 스며들어 잊을 수 없었다.

[치자나무] 짐슬등 중

서로를 사랑하는 듯 보이지만 우리는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랑한다고 해서 나의 세계와 그의 세계가 동일해질 수는 없다. 하지만 잠시 잡았던 그 손에서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끼고 나를 기댈 수 있다면 어쩌면 그와는 나의 세계를 조금 공유해보는 것도 좋지않을까하고 선택하는 게 결혼이 아닐까? 서로가 모르는 세계 속에서 우린 추악하고 나약한 또 다른 존재로서 존재할 수도 있다. 때로는 나를 감추고 숨겨야만 유지되는 사랑...그 역시도 존재하는 사랑의 방식이다. 과연 모든 걸 보여주는 게 진정한 사랑일까?

책 후반부의 단편들은 중년여성의 삶의 모습을 통해 사랑의 단면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나 역시 아이를 낳고 나란 존재가 잊혀지고 있는 일상 속에 지내다 보니 많이 공감이 가고 이해되는 이야기였다. <얇은 천>에서 오로지 가족에게 헌신하며 살아온 주부의 공허함...하지만 이 주부의 아슬아슬한 일탈이 짜릿하지만은 않다. 그 일탈 속에서도 그녀는 그 작고 보드라운 존재를 보호하고 아껴주는 것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그녀는 사랑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누군가 그녀를 필요로 해주길 바란것이 아닐까? 존재의 의미...사랑은 어찌보면 내가 그 곳에 있어야 할 이유를 부여해주기도 한다. 그렇기에 <가지와 여주>의 주인공은 남편이 불륜녀와 교통사고로 사망해 버렸지만 이혼까지 감행한 것이리라. 남편이 이미 죽고 없는데 이혼을 굳이 꼭 해야만하나....하겠지만 그 본연의 의미는 다를 것이다. 진정한 홀로서기란 그런 것이다.

책의 마지막 단편 <산의 동창회>에서는 이 수많은 비틀린 사랑의 모습들 속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종족을 이어가는 우리의 삶... 그 속에 숨겨진 희생과 고통을 기발한 설정으로 담아냈다. 교미와 산란을 더 없이 숭고하고 행복한 삶이라 하는 세상 속에서 독신을 주장하고 그 모든 모습을 기록하는 고독한 주인공의 모습 또한 우리가 인정해주어야 할 또 다른 사랑의 모습이라고 표현한 듯하다.

짦은 이야기들이었지만 아름답고 설레는 사랑의 감정, 추악하고 일그러진 소유욕과 집착, 사랑이 떠나간 자리에서 오는 공허함과 부조리, 사랑하지 않는 듯 하지만 자신의 삶과 주위 모든것들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삶의 자세....이 모든 것들이 담겨 있어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 초반 기괴한 설정속에서 잠깐의 당혹감만 이겨낸다면 아주 훌륭한 작품과 만났다는 걸 알게 될것이다.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치자나무 #아야세마루 #현대문학 #단편소설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기도 소타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효고 현에서 톱클래스 사립학교인 유리가하라 고등학교에는 '유리코님'에 대한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유리코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이 '유리코님'의 후보가 되어 그 경쟁에서 이긴 단 하나의 유리코만이 '유리코님'이 되어 절대 권력을 갖고, 그녀를 거역하면 불행이 찾아온다는 기묘한 전설이다. 원치않게 '유리코님' 후보가 된 야사카 유리코는 전설에 대해 알게되자 불안해진다. 누군가와 경쟁을 해서 권력을 취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렇게 하지않으면 자연스레 도태되어 학교를 떠나게 되거나 불행이 닥치게 된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런 그녀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하나 있으니 또래답지 않게 영민하고 이성적인 절친 미즈키다. 미즈키는 '유리코님' 전설은 미신일 뿐이고, 과거 '유리코님의 힘으로 일어났다고 알려진 불행들은 단지 사람에 의해 일어난 것을 전설과 연관시켜 생각하게 만든 것 뿐이라고 안심시킨다. 하지만 이런 평화는 유리코 후보중에 한 학생이 옥상에서 떨어져 죽는 사건을 시작으로 깨지고만다. 결국 같은반 학생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야사카 유리코가 '유리코님'이 되기 위한 방법을 실행에 옮기고, 그녀를 괴롭히던 여학생이 사고를 당하게 되는 등 '유리코님'의 힘을 믿을 수 밖에 없는 일들이 하나둘 일어난다. 이후 유리코 후보가 하나 둘 살해되고 그녀는 미즈키와 함께 유리코님을 연구하는 '흰 백합 모임'을 찾아가 '유리코님'의 진실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과연 그녀는 최후의 '유리코님'이 되어 살아 남을 수 있을까....진실은 무엇일까...

최근에 읽었던 미스테리 중에 정말 최후의 반전이 이렇게까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건 처음인것 같다. 보통 어느정도 그렇지않을까....하는 의심을 품으며 읽게 되기 마련인데 역시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수상작!! 짝짝짝!!

더구나 한번의 반전이 아닌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라...ㅋㅋㅋ 첫 반전은 혹시...하며 의심했던거라 "오호~ 그럴줄 알았지~ 히히힛"하며 내 추리력에 흐뭇했는데 마지막 2,3장은 정말 거기까지? 라고 생각되어졌다. 마지막 반전은 뒷통수를 탁 치며 작품전체를 다시금 곱씹으며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작가의 의도인듯 하다.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거기 숨어있지 않을까?

미스터리 소설은 절대 스포금지!! 궁금하신 분은 꼭 끝까지 읽어보시길~~^^

일본은 미스터리 장르소설이 아주 발달했고 인기있는 곳이라 미스터리만 전문으로 다루는 문학상도 있고, 유명한 작품들은 드라마나 영화화 되어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다.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역시 제1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작이고 2020년 드라마화 되어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어렸을적부터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좋아해 추리소설작가를 꿈꿔와서 그런지 이야기의 소재, 전개 모두 훌륭했고 그 속에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과 인간의 내면들을 잘 담아내 앞으로의 작품도 기대된다.

학교에는 어디든 기묘한 전설이 한두개씩은 있다. 하지만 비현실적이면서도 공포스러운 이 '유리코님'이 전설이 오래도록 이어 내려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그것은 학교에서 행해지는 집단 따돌림, 입시 스트레스, 크고 작은 갈등들을 초자연적인 힘으로라도 극복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간절한 바램이 아니었을까? 학생들의 세상은 좁지만 그렇게에 그들에겐 그곳이 전부이기에 자신을 둘러싼 절망들을 전설로 포장해버린건 아닐까....흥미롭게 읽어내려갔지만 요즘 학생들의 절망과 외로움이 느껴져 안타깝기도 했다.

이 소설에는 탐정 뺨을 두세번 칠만한 멋진 추리능력자가 있다. 유리코의 친구인 미즈키인데, 그녀는 똑부러진 사고와 논리적인 판단으로 흐트럼없이 사건을 해결해간다. 또래 여학생들이 실체없는 것들에 두려움을 느낄 때 그 실체를 찾아내고 그 속에 감춰진 진실을 향해 돌진하는 그녀의 캐릭터는 너무 매력있지만 뭔가 작품과 동떨어지는 위화감이 있었다. 그 이유는 결국 그랬구나....하고 알게됐지만.....

가볍게 읽어내릴 수는 있지만 마지막 책을 덮을땐 많은 생각을 하게해주는 이런 미스터리 소설 너무 좋다!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기도소타 #그리고유리코는혼자가되었다 #해냄 #일본미스터리 #미스터리소설 #이미스터리가대단하다 #고노미스테리가스고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61년
이인화 지음 / 스토리프렌즈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도 문자를 쓰는 인공지능들이 인간을 지배하는 2061년. 하지만 이도 문자 데이터의 저작권자인 한국은 파괴되고 한반도에는 이제 사람이 살지 않는다. 2030년대말부터 시작된 초보적인 시간여행은 곧 뉴런의 전기 신호를 복사해서 과거에 살던 다른 인간의 뇌로 전송하는 기술로 시간을 거슬러 과거를 탐사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발전하고 그렇게 시간여행 탐사자들이 생겨난다. 시공간 보호법 위반으로 복무 중이던 심재익에게 연방수사국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들의 목적은 팬데믹 바이러스 원형을 차지하고 훈민정음혜례본을 파괴하기 위해 그를 과거로 보내는 것이었다. 2061년 인류 멸망을 야기할 치명적인 전염병 바이러스 창궐이 인공지능에 의해 예측된 상황. 즉 이 바이러스의 원형이 될 바이러스 균주의 시체를 확보하라는 임무를 맡게 된 것이다. 최악의 팬데믹을 막고 역사를 되돌리면 잃었던 가족을 다시 되찾을 수도 있다는 말에 설득 된 심재익은 1896년 재물포로 이동한다. 이도 우파, 이도 좌파, 반이도파들은 각자 서로의 목적을 위해 이미 그곳에 탐사자들을 보냈고, 그들을 둘러싼 미스테리한 사건들, 그리고 각각의 목적으로 훈민정음혜례본을 차지하려는 격돌이 시작된다.

역사와 sf가 어울어진 새로운 매력의 소설이 등장한 듯 하다. 이인화 작가의 작품은 정조의 독살설을 배경으로 한 <영원한 제국>으로 처음 접했다. 그리고 이번엔 한글을 소재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스릴 있는 전개의 <2061년>으로 오랜만에 만나게 됐다.

역사를 좋아하고 흥미있게 찾아보지만, 이렇게 역사를 소재로 한 소설들을 보면 늘 놀라움을 느낀다. 역사 속 하나의 에피소드나 인물들을 소재로 끄집어 내 한편의 서사를 만들어내는 그 상상력, 그리고 역사를 왜곡하지 않으려고 끊임없이 고증하고 연구하며 써내려간 노력들이 여기저기 담겨있는 것을 보면 존경스럽다고 할까....

알 수 없는 바이러스들의 공포, 발전하는 인공지능 기술들로 인해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미래...작가는 지금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실감하고 있는 현상들을 토대로 상상력을 발휘해 <2061년>을 탄생시켰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가 팬데믹에 빠진 현실과 적절히 비교되면서 주인공을 둘러싼 여러 집단들의 목적과 행동들이 현실에 대입되어 더 긴장감과 공감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한글은 가장 발달된 문자, 모든 언어가 꿈꾸는 알파벳이라고 한다. 이런 알바벳을 대영제국이나 미합중국 같은 지구 문명의 중심부가 아니라 한국인이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문자학적 사치'라고 말해진다. 나의 소설은 이 '문자학적 사치'에 대한 탐구이다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는 한글이 일깨워준 온순하고 겸허한 희망에 이 책을 헌정한다고 했다. 다양한 위기에 삶에 균열이 생기고 무서운 공포가 뻗어가고 있는 작금의 시대. 작가가 왜 한글이라는 소재를 소설에 끌여들였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스릴 넘치는 공상과학 영화 한편을 본 듯하지만 작가의 '문자학적 사치'에 대한 탐구가 어떻게 녹아들었는지 느껴보는 재미도 솔솔하다. <영원한 제국>에 이어 <2061년>도 영화화 될 거라는 확신이 선다.

#몽실북클럽 #몽실서평단 #2061년 #이인화 #스토리프렌즈 #팬데믹 #이도문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티 오브 걸스 - 강렬하고 관능적인, 결국엔 거대한 사랑 이야기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아리(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뉴욕의 2010년 4월, 89살이 된 비비안은 옛 연인의 딸 안젤라에게 편지를 받게된다.

'비비안, 엄마도 돌아가셨으니 이제 당신이 아버지에게 어떤 분이셨는지 편하게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녀는 그가 그녀에게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기나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1940년 여름, 열아홉 살의 그녀의 이야기가 그렇게 시작된다.

열아홉 살의 비비안은 명성있는 바사 여자대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황하다 결국 전 과목 낙제로 퇴학을 당해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바사 여자대학교를 졸업하고 매년 막대한 기부금을 보내는 엄마와 딸자식 문제까지 고민할 시간없는 사업가 아빠, 모범생에 모든 것에 유망한 오빠 윌터...그 집안에서 비비안은 그저 부끄럽고 무시하고픈 존재였다. 결국 부모님은 그녀를 뉴욕에서 극단을 운영하는 페그 고모에게 보내버리고, 그 일은 그녀의 인생의 크나 큰 변화를 주게 된다.

낡고 다 쓰러져가는 공연장 릴리 플레이하우스와 그 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그녀가 마음을 뺏기게 되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페그 고모는 그녀의 감시자가 아닌 그녀의 젊음과 자유를 응원해주는 든든한 지원자였으며, 그 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쇼걸 샐리아는 그녀의 이상이자 영혼의 단짝이 되었다. 할머니에게 전수 받은 바느질 실력으로 극단의 공연의상을 전담하면서 극단 단원들과 릴리에서 살게 된 비비안. 젊고 아름다웠던 비비안과 샐리아는 뉴욕의 밤거리를 누비며, 그녀들의 아름다움에 취한 남자들과의 쾌락적인 하루하루를 즐기며 지낸다. 그곳에서는 자유, 쾌락, 젊음, 허영심, 욕망이 넘쳐났고 그녀는 그 삶에 매료되어 간다.

놀면서 젊음을 낭비하지 말라고들 하지만 그 말은 틀렸어. 젊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고 그 보물을 귀하게 여기는 방법은 오직 낭비하는 것뿐이거든. 그러니 충분히 젊음을 누려라, 비비안. 마음껏 낭비해버려.

시티 오브 걸스 p195

그러던 중 페그 고모의 친구이자 유럽에서 유명한 여배우 에드나 부부가 전쟁을 피해 릴리로 오게 되고, 실력있는 극작가인 고모부 빌리까지 합세해 <시티 오브 걸스>라는 멋진 공연을 탄생시킨다. 그 공연의 남주인공으로 발탁된 안소니와 사랑에 빠지게 된 비비안은 그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알게되고 그에게 푹 빠지고 만다. 하지만 그녀의 완벽했던 뉴욕생활은 어리석은 그녀의 질투로 전환을 맞게된다. 한 번의 실수로 그녀는 사랑하던 이들에게 배신감과 상처를 주고, 자책과 수치심으로 모든 걸 버리고 뉴욕에서 도망치고 만다.

안젤라, 어렸을 때 우리는 시간이 상처를 치유해주고 결국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거라고 착각하기 쉽단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한 가지 슬픈 진실을 배우게 되지. 어떤 문제들은 결코 해결되지 못한다는 것. 바로잡을 수 없는 실수도 있다는 것.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아무리 간절히 원해도 말이야.

살다보니 그것이 가장 값비싼 교훈이었다.

어느 나이가 되면 우리는, 비밀과 부끄러움과 슬픔과 치유되지 않은 오랜 상처로 이루어진 몸뚱이로 이 세상을 부유하게 된다. 그 모든 고통에 심장이 쥐어짜듯 아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살아간단다.

그 후 비비안은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또 다른 인생을 겪게 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우정과 사랑을 지켜나가며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게 된다. 방탕했던 그녀의 삶에서 진정한 삶의 가치를 깨닫고 그녀는 사랑, 자유, 그리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게 됐을까? 안젤라의 아버지와는 어떤 관계였을까? 그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575페이지에 달하는 내용의 편지를 쓰며 긴 이야기를 해야만 했던 그녀의 그 후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길 권한다.

책의 중반부까지는 젊음과 아름다움에 고취된 한 여인의 방탕한 이야기였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시대를 앞서간 여인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인정하며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은 작가가 이 시대 여성들에게 진정 하고픈 말이 담겨있는 듯 하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다채롭고 흥미롭게 책을 읽다가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는 내 삶을 되새기고 추억하게 되는 여운이 있는 이야기다. 장담컨데 영화화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읽는 내내 안젤라에게 자신의 지난 삶을 담담하게 독백하는 듯한 문체가 내가 직접 비비안에게 이야기를 듣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친근하고 정다워 더 몰입할 수 있었던 듯 하다. 상당한 두께의 책이지만 가볍게 읽어지고, 이 시대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원하는 진정한 나와 나의 행복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