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 한국소설문학대계 6
염상섭 / 동아출판사(두산) / 1995년 1월
평점 :
절판


잘 알려져 있듯이 <무화과>는 <삼대>의 2부에 해당한다.

<무화과>에는 <삼대>의 주요인물인 조의관, 조상훈, 조덕기, 조덕희, 김병화, 홍경애, 필순 등이 각각 이의관, 이정모, 이원영, 이문경, 김동국, 최원애, 조정애로 이름만 바꾸어 모두 등장한다. 여기에 김홍근, 이탁, 한인호, 채련, 박종엽, 김봉익, 완식 등의 새로운 인물이 가세하면서 당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존재방식과 역사적 과정이 폭넓게 아로새겨진다.

염상섭은 <무화과>의 연재를 시작하면서 '우리 부모만 하여도 비틀어졌으나 꽃 속에서 나고 꽃 속에서 길리었다. 그러나 우리는 꽃 없이 났다. 무화과다. 우리 자식도 꽃 없이 났다.'고 밝힌 바 있다. 비틀어진 꽃에서 있을 수 없는 현실. '무화과'의 세계이다.
― 문학평론가 류보선의 '차디찬 시선과 교활한 현실' 중 ―

<무화과>는 '돈'을 둘러싼 여러 유형의 인물들의 싸움이다. 아편값을 구하기 위해 재산을 강탈하는 아버지 이정모, 돈과 여자 밖에 모르는 한인호, 며느리의 집에까지 돈을 요구하는 한인호의 부모, 이원영의 돈을 빼내어 술타령을 하는 신문사 간부들, 끝까지 악랄한 김홍근 등 모드 '돈'에 의한 악인형 인물들이다. 염상섭은 이렇게 '돈'에 의해 타락하는 여러 인물들을 내세워 당시 사회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당대 현실을 극복하는 가능성은 다시 제시되는 <무화과>의 긍정적인 인물들에서 그려진다. 이들은 '돈' 앞에서 굴복당하지 않을 철저한 자기의식을 가지고 있다.

염상섭 특유의 느린 전개와 구성으로 소설의 흐름을 잃어버릴 정도로 읽기에 힘이 들었다. 작가가 이러한 구성을 유지하는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게 당대의 현실을 세밀하게 전달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삼대>와 비교하여 꼭 한번 읽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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