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 - 황중환 가족 이야기
황중환 지음 / 살림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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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신문만 봐서 그랬을 거다.

가족 일상사를 소재로 한 만화는 오직 <비빔툰>뿐이라고 생각했다. 홍승우의 실력과 안목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다른 걸 볼 필요를 느끼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우연히 <Family>를 봤다.

이 정도면 홍승우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홍승우처럼 무언가를 기가막히게 잡아내는 실력은 뒤지지만 가족에 대한 큰 그림과 소소한 일상은 충분히 잘 표현되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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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
임준수 지음, 류기성 사진 / 김영사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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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이 책 서평을 신문에서 읽고 머리가 아찔했다.

우리가 신앙처럼 떠받드는 '단일민족'이란 게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검은 눈동자를 지니지도 않았고(실제로 한국인 중에 검은 눈동자를 지닌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대부분 갈색 눈동자 아닌가?) 피부도 노랗지 않은, 파란 눈동자에 하얀 피부를 지닌 백인이 우리보다 더 우리 같고, 우리보다 더 이 땅을 사랑했다는 사실이 내 편견 한 구석을 허물었다.

그래서 책을 구입해서 읽고 수목원에 들렀다. 겨울이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내 안에 꿈이 싹트기엔 충분했다. 돈이 거의 없어서 넓은 땅을 마련하지는 못하겠지만 돈을 모아 좁은 땅이라도 얻어서 거기에 나무를 심으련다. 고 민병갈 할아버지처럼 다양한 나무를 심지는 못하겠지만 이 땅에 사는, 살게 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나무를 심겠다. 이게 이 땅이 내게 준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일 것 같다.

책에는 실망이 크다. 무엇보다 글맛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게 거슬린다. 위인전처럼 고 민병갈 할아버지를 추앙하는 투의 글만 듬성듬성 들어선 게 못마땅하다. 좀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좀더 입체적으로 인물을 그렸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못지않은 단점이 하나 더 있는데, 책에 실린 사진들에 편집자 주가 하나도 없다는 거다. 식물에 문외한인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도대체 이 식물이 뭐지?' 하는 의문에 사로잡혀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가 많았다. 주석이 필요 없는 사진일 경우엔 쓸 데 없는 글을 주저리주저리 다는 게 책 읽는 걸 방해하기 때문에 잘한 일이지만, 개개의 식물이 사진의 주인공일 때는 식물 이름 정도를 주석으로 처리하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아무런 주석이 없기 때문에 자료로서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사진이 그저 '풍경' 정도로 그치고 말았다. 편집진이 게을러서 그랬다면 반성해야 할 것이고, 원래 의도가 그랬다면 최소한 내 경우에 한정해서 볼 때 편집진의 미숙함이 눈에 무척 거슬린다.

그럼에도 별 셋을 준 건 이 책이 내게 소중한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 땅과 이 땅에 사는 사람들, 나아가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이라면 구입은 하지 않더라도(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위에 언급한 이유 때문에 돈이 좀 아까웠다. 생태적인 사유를 하는 이라면 당연히 구입하지 않고 도서관에 구입요청을 해야 할 것이다.)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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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 개정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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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김형경 작, 푸른숲, 2003). 문이당이란 출판사에서 2001년도에 나왔던 책인데 푸른숲 출판사에서 올해 다시 나왔음. 이유는 알 수 없음.

구입 동기는 잊어버렸다. 알라딘에서 책을 살 땐 이 책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책을 받고 보니 전에 친구가 내게 읽어보라 권했던 책이었다. 친구는 후배 여자애가 읽어보라고 권했다고. 제목만 보면 연애소설이라 생각할 수 있다. 연애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은 연애소설은 아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문학-소설-여성-정신분석'이라 할 수 있을 듯.

인혜와 세진은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둘은 어릴적부터 꽤 친한 친구였다가 대학생 시절에 헤어졌다가 '오.여.사'라는 모임에서 재회한다. 작가는 이 두 인물에 집중하면서 한국 여성이 겪게 되는 삶을 재현한다. 초반에 인혜와 세진은 상반되는 인성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지만 두 여성이 불편해하는(인혜는 은근하게 세진은 강렬하게) 이유는 결국 '한통속'인 요소에 기인한다는 점이 후반부에 드러난다. 결국은 사랑이 문제인데 비단 남녀간의 사랑에만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사랑이 우리네의 삶에서 커다란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 소설의 핵심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갖가지 정신분석 용어들, 예를 들어 페르소나, 투사, 전이, 역전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무의식, 그림자 등은 독자에게 난해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정신분석에 사전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해하기가 훨씬 쉽겠지만 이 소설을 읽기 위해 정신분석책을 반드시 들쳐볼 필요는 없다. 그저 인혜와 세진의 삶에 빠져들기만 하면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므로.

작가의 이야기 구성 능력은 훌륭한 편이다. 동시대를 사는 여성들의 삶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소설 곳곳에 드러나는 갖가지 관찰들과 사색들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지나친 반복일 것이다. 특히 세진이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나타내는 반응들에 대한 서술은 너무 단조롭다. 그만큼 소설 속 세진이 겪고 있는 아픔이 크겠지만 뻔한 반복은 지겨움을 낳았다.

이 소설은 여성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독자의 선두에는 여성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과 남성을 나누기 이전에 두 존재는 모두 인간이므로 남성이 읽어도 무방하다. 여성을 다루지만 정신분석 방법에 따라 소설이 전개되므로 남성이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데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동시에 한국 여성들의 삶을 가슴 깊이 느낄 수도 있으니 오히려 최종 독자는 남성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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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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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어린이였던 내가 이 책을 보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밝고 명랑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었을텐데.

강아지똥에 대한 이야기다. 강아지똥은 스스로 아무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다. 주위에 있는 다른 존재들과 비교해봐도 자신은 하찮은 존재였다. 아니 아무런 쓸모가 없는 존재였다. '난 왜 세상에 태어났을까? 커다란 개가 싼 개똥도 아닌 조그만 강아지가 싼 강아지똥으로. 개똥이라면 사람들이 주워가기라도 할텐데...' 강아지똥은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계절이 바뀌어도 누군가 강아지똥에게 존재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존재는 없다. 그런데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찾아온 어느날 땅을 삐집고 바깥세상으로 나온 민들레가 강아지똥에게 말한다. 강아지똥아 네가 거름이 되어 나를 도와야 나는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단다. 강아지똥은 너무나 기뻐 내리는 비에 자신을 녹여 기꺼이 땅속으로 들어갔다. 자신을 모조리 내준 강아지똥은 민들레 꽃으로 아름답게 피어났다.

강아지똥이 민들레를 꼭 안고 부서지는 그림은 눈물마저 자아낼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세상에 강아지똥도 이렇게 존재의 이유를 갖고 있는데 사람이야 더 말할 게 뭐가 있을까? 그걸 찾아가는 과정은 힘들겠지만 꿋꿋하게 기다리며 찾다보면 언젠간 나를 모두 바쳐도 아깝지 않은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사람들의 삶은 강아지똥의 삶보다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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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와 바다 이야기
마르틴 발저 외 지음, 크빈트 부흐홀츠 그림, 조원규 옮김 / 민음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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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일종의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림과 글이 일대일로 같이 있는 책에서 공간을 함께하는 그림과 글은 서로를 설명하고 있다는 생각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편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그림과 글을 연관지어보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삼분의 일 정도 보다보니 그런 생각이 무모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글과 그림이 서로 독립적으로 전개되면서 서로 완전히 어긋나지는 않기. 어쩌다가 우연히 글과 그림에서 서로 통하는 면을 발견했을 때는 인연이란 말이 떠오르면서 반가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 책에는 삶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감정들, 갈등들, 교감들. 나와 내가 포함되어 있는 세상의 순간들과 거기에서 갖게 되는 다양한 생각들. 따라서 어떤 글들은 이해할 수 있고, 어떤 글들은 이해할 수 없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내 맘을 쏙 빼놓지는 않지만 현실이면서도 온전한 현실은 아닌 그림들은 아름답기까지 해서 보기에 좋았다. 반면에 글은 너무 사적이란 느낌이 들어서 내게 낯설었다. 하지만 사적이란 점은 어떤 이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것이 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 어떤 이는 내가 될 수도 있다. 현재의 나와 앞으로의 나는 완전히 동질한 존재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고요함과 소박함으로 채워져 어찌보면 나른해지기까지 하는 이 책은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히 가꿔나갈 사람들에게는 좋은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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