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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
임준수 지음, 류기성 사진 / 김영사 / 2004년 11월
평점 :
지난해에 이 책 서평을 신문에서 읽고 머리가 아찔했다.
우리가 신앙처럼 떠받드는 '단일민족'이란 게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검은 눈동자를 지니지도 않았고(실제로 한국인 중에 검은 눈동자를 지닌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대부분 갈색 눈동자 아닌가?) 피부도 노랗지 않은, 파란 눈동자에 하얀 피부를 지닌 백인이 우리보다 더 우리 같고, 우리보다 더 이 땅을 사랑했다는 사실이 내 편견 한 구석을 허물었다.
그래서 책을 구입해서 읽고 수목원에 들렀다. 겨울이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내 안에 꿈이 싹트기엔 충분했다. 돈이 거의 없어서 넓은 땅을 마련하지는 못하겠지만 돈을 모아 좁은 땅이라도 얻어서 거기에 나무를 심으련다. 고 민병갈 할아버지처럼 다양한 나무를 심지는 못하겠지만 이 땅에 사는, 살게 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나무를 심겠다. 이게 이 땅이 내게 준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는 길일 것 같다.
책에는 실망이 크다. 무엇보다 글맛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는 게 거슬린다. 위인전처럼 고 민병갈 할아버지를 추앙하는 투의 글만 듬성듬성 들어선 게 못마땅하다. 좀더 객관적인 시각에서 좀더 입체적으로 인물을 그렸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못지않은 단점이 하나 더 있는데, 책에 실린 사진들에 편집자 주가 하나도 없다는 거다. 식물에 문외한인 나는 책을 읽는 내내 '도대체 이 식물이 뭐지?' 하는 의문에 사로잡혀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가 많았다. 주석이 필요 없는 사진일 경우엔 쓸 데 없는 글을 주저리주저리 다는 게 책 읽는 걸 방해하기 때문에 잘한 일이지만, 개개의 식물이 사진의 주인공일 때는 식물 이름 정도를 주석으로 처리하는 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다. 아무런 주석이 없기 때문에 자료로서 가치를 지닐 수 있는 사진이 그저 '풍경' 정도로 그치고 말았다. 편집진이 게을러서 그랬다면 반성해야 할 것이고, 원래 의도가 그랬다면 최소한 내 경우에 한정해서 볼 때 편집진의 미숙함이 눈에 무척 거슬린다.
그럼에도 별 셋을 준 건 이 책이 내게 소중한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다. 이 땅과 이 땅에 사는 사람들, 나아가 다음 세대를 걱정하는 이라면 구입은 하지 않더라도(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위에 언급한 이유 때문에 돈이 좀 아까웠다. 생태적인 사유를 하는 이라면 당연히 구입하지 않고 도서관에 구입요청을 해야 할 것이다.) 한 번쯤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