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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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어린이였던 내가 이 책을 보았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밝고 명랑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었을텐데.

강아지똥에 대한 이야기다. 강아지똥은 스스로 아무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다. 주위에 있는 다른 존재들과 비교해봐도 자신은 하찮은 존재였다. 아니 아무런 쓸모가 없는 존재였다. '난 왜 세상에 태어났을까? 커다란 개가 싼 개똥도 아닌 조그만 강아지가 싼 강아지똥으로. 개똥이라면 사람들이 주워가기라도 할텐데...' 강아지똥은 이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계절이 바뀌어도 누군가 강아지똥에게 존재하는 이유를 말해주는 존재는 없다. 그런데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찾아온 어느날 땅을 삐집고 바깥세상으로 나온 민들레가 강아지똥에게 말한다. 강아지똥아 네가 거름이 되어 나를 도와야 나는 예쁜 꽃을 피울 수 있단다. 강아지똥은 너무나 기뻐 내리는 비에 자신을 녹여 기꺼이 땅속으로 들어갔다. 자신을 모조리 내준 강아지똥은 민들레 꽃으로 아름답게 피어났다.

강아지똥이 민들레를 꼭 안고 부서지는 그림은 눈물마저 자아낼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세상에 강아지똥도 이렇게 존재의 이유를 갖고 있는데 사람이야 더 말할 게 뭐가 있을까? 그걸 찾아가는 과정은 힘들겠지만 꿋꿋하게 기다리며 찾다보면 언젠간 나를 모두 바쳐도 아깝지 않은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사람들의 삶은 강아지똥의 삶보다 힘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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