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 개정판
김형경 지음 / 푸른숲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김형경 작, 푸른숲, 2003). 문이당이란 출판사에서 2001년도에 나왔던 책인데 푸른숲 출판사에서 올해 다시 나왔음. 이유는 알 수 없음.

구입 동기는 잊어버렸다. 알라딘에서 책을 살 땐 이 책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책을 받고 보니 전에 친구가 내게 읽어보라 권했던 책이었다. 친구는 후배 여자애가 읽어보라고 권했다고. 제목만 보면 연애소설이라 생각할 수 있다. 연애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 소설은 연애소설은 아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문학-소설-여성-정신분석'이라 할 수 있을 듯.

인혜와 세진은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둘은 어릴적부터 꽤 친한 친구였다가 대학생 시절에 헤어졌다가 '오.여.사'라는 모임에서 재회한다. 작가는 이 두 인물에 집중하면서 한국 여성이 겪게 되는 삶을 재현한다. 초반에 인혜와 세진은 상반되는 인성을 가진 인물로 묘사되지만 두 여성이 불편해하는(인혜는 은근하게 세진은 강렬하게) 이유는 결국 '한통속'인 요소에 기인한다는 점이 후반부에 드러난다. 결국은 사랑이 문제인데 비단 남녀간의 사랑에만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사랑이 우리네의 삶에서 커다란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 소설의 핵심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갖가지 정신분석 용어들, 예를 들어 페르소나, 투사, 전이, 역전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무의식, 그림자 등은 독자에게 난해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정신분석에 사전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해하기가 훨씬 쉽겠지만 이 소설을 읽기 위해 정신분석책을 반드시 들쳐볼 필요는 없다. 그저 인혜와 세진의 삶에 빠져들기만 하면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므로.

작가의 이야기 구성 능력은 훌륭한 편이다. 동시대를 사는 여성들의 삶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이다. 소설 곳곳에 드러나는 갖가지 관찰들과 사색들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은 지나친 반복일 것이다. 특히 세진이 정신분석을 받으면서 나타내는 반응들에 대한 서술은 너무 단조롭다. 그만큼 소설 속 세진이 겪고 있는 아픔이 크겠지만 뻔한 반복은 지겨움을 낳았다.

이 소설은 여성을 다루고 있다. 따라서 독자의 선두에는 여성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성과 남성을 나누기 이전에 두 존재는 모두 인간이므로 남성이 읽어도 무방하다. 여성을 다루지만 정신분석 방법에 따라 소설이 전개되므로 남성이 자신의 삶을 이해하는데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동시에 한국 여성들의 삶을 가슴 깊이 느낄 수도 있으니 오히려 최종 독자는 남성들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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