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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 하서명작선 72 하서명작선 100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 하서출판사 / 1999년 3월
평점 :
절판


데이지는 어린애같은 여성입니다. 누군가에게 무엇을 베풀 줄 모르고, 오로지 받을 줄 밖에 모릅니다. 남편 탐 부캐넌이 부를 줄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그와 결혼했고, 다시 나타난 옛 애인 개츠비가 부와 동시에 남편이 주지 못했던 사랑 또한 줄 수 있을 것 같았기에 그를 따라 가려 했습니다. 그러나 개츠비가 죽고 말자 그녀는 곧 그에 대해 잊고 탐 부캐넌에게로 돌아가죠. 그녀는 아름답지만 스스로 피어나지 못하고, 주변에 향기를 전하지도 못하는 꽃과도 같은 이미지를 남깁니다. 그녀 자신의 의지가 있기는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건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그런 데이지에 비해 개츠비는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뤄나가는 남자지요. 가난했지만 데이지를 손에 넣겠다는 일념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했고, 그리하여 데이지를 유혹하는 데 성공했으며, 남편과 자신 사이에서 우유부단하게 결정을 하지 못하는 데이지를 밀어붙여 자신과 함께 하겠다는 결정을 받아냅니다. 그러나 데이지의 죄를 대신해 죽음을 맞은 그의 장례식에 데이지는 와주지 않지요. 개츠비는 데이지를 거의 차지할 뻔했지만, 데이지의 사랑을 얻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데이지는 자신에게 안락과 행복을 줄 수 있는 사람만을 사랑합니다. 그것이 그녀의 속성인 것입니다. 가난하거나 죽은 자는 그녀의 머리속에서 곧 잊혀집니다.

그러나, 그렇다면 개츠비는 데이지를 진심으로 사랑했던 걸까요? 혹시 꼭 데이지가 아니더라도 그에게는 평생을 걸쳐 집요하게 추구할 무엇, 꼭 가져야만 할 무엇-즉 꿈 또는 욕망이라 이름지을 수 있는 어떤 것-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요? 데이지의 진심 따위는 그에게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그녀가 자신의 장례식에 오지 않았다는 것을 설령 죽은 그가 알았다해도 어쩌면 조금도 슬퍼하지 않았을지도 모르지요. 그녀는 그 존재 자체로 그에게 의미가 있는 존재이지 그녀가 자신을 사랑했는지 아닌지는 그에게 어쩌면 중요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결국 데이지도 개츠비도 나에게는 그다지 이상적인 인간상은 아닙니다. 데이지는 너무도 속물적이고 개츠비는 너무도 자아도취적이죠. 게다가 내 생각에는 둘은 서로 사랑한 것도 아닙니다. 뿐만아니라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사랑한 것도 아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이야기는 끝이 너무 허무합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이야기와 이 허구의 두 캐릭터는 인간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고, 때문에 실제로 존재했던 어떤 실존인물보다도 오래 기억에 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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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
무라카미 류 지음 / 무당미디어 / 199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초반에 중년의 상처한 남자인 아오야마가, 20대 중반 정도의 나이인, 미모의, 그러면서도 순진한 여자와 사귀기를 희망한다고 친구에게 얘기하는 대목에서 나는 경악하고 말았습니다. 이게 웬 도둑놈 심보인가 했죠. 불가능한 바램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오야마는 그 바램을 말만으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그런 여자를 찾기 위해 사실은 찍지도 않는 영화를 위한 것인양 위장하여 오디션을 열죠.

그렇게해서 만나게 된 게 아사미였습니다. 그녀는 아오야마가 바랬던 대로 20대 중반이었고, 매우 아름다웠고, 신비로웠으며, 상냥했고, 몇 번의 성공적인 데이트를 하며 그녀 역시 아오야마와의 만남을 진심으로 기뻐하게 된 듯 했죠.

아오야마는 이제 자신이 이 오디션의 불순한 동기를 밝히면 이 여자가 자신을 경멸하게 될 거라고 걱정을 합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사미는 그의 고백을 듣고도 변함없이 그를 좋아한다고 말했죠. 아오야마는 이러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행운에 넋을 잃습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그 마음 그대로 당장 그녀와 결혼을 하겠다고 결심을 하죠. 그녀도 기쁘게 승낙을 하고요.

그러나 그에게 아들이 있다는 것을 미처 얘기 못했던 게 실수였을까요? 아들의 존재를 우연히 알게된 그녀는 왜 자신을 속였냐며 그에게 약을 먹이고 그의 다리를 기계로 절단하고 맙니다. 너무나 공포스러운 장면이었죠.

그러니까 아사미는 자신을 세상의 단 하나뿐인 존재로 사랑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겁니다. 자신 말고도 또다른 소중한 존재-아들을 가진 사람, 더욱이 그 사실을 숨기기까지 한 아오야마는, 어린시절에 그녀를 가혹하게 학대했던 의붓아버지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지, 전혀 그녀가 원하던 사랑이 아니었으므로 그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의 사랑을 우롱한 그의 죄를 응징한 것입니다.

이 책을 덮으며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형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오야마가 만나고 싶어했던 여자, 그리고 그런 여자인 아사미가 만나고 싶어했던 남자. 내가 만나고 싶어하는 남자, 그 남자가 만나고 싶어하는 여자. 그 바램의 차이들은 때로 너무나 커서 이 소설에서처럼 극단적으로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힐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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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상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28
샬럿 브론테 지음, 배영원 옮김 / 범우사 / 1997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중학생이었습니다. 그때 제 기준으로 판단하기에 제인에어가 사랑한 로체스타씨는 사랑받을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죠. 아무리 어린시절 가족에게 배신당하고 속아서 한 결혼이고, 실질적으로 그의 부인은 이미 미쳐서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고해도, 자신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깜쪽같이 숨긴 채 나이어린 제인에어와 결혼하려 했으니까요.

게다가 제인에어를 유혹하기 위해 그가 사용한 방법-제인에어 앞에서 다른 부유한 여인과 곧 결혼하려는 듯 보여 질투심을 자극하는 행위-도 상당히 유치하고 저급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부남임이 판명되어 제인에어와 결혼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보여준, 상처받은 난폭한 짐승같던 모습은 어린 제가 보기엔 썩 두렵기까지 했죠.

그래서 저는 제인에어가 로체스타씨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숀필드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했을때, 이성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그런 행동이 지극히 당연하다고만 여겼죠. 나쁜 사람이니 떠나야 하고, 함께 있는 게 옳지 않으니 떠나야 한다고요.

하지만 한해한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좀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으니까요. 제인에어에겐 그에게 숨겨둔 부인이 있든, 그것을 속여서 자신과 결혼하고자 했든 어떻든 간에, 그렇게까지 해서 자신과 함께 있고자했던 가엾은 사랑, 에드워드 로체스타씨에게서 떠나가는 일이, 그녀가 평생 겪었던 그 어떤 일보다도 훨씬 슬프고 고통스러웠을을 것입니다.

나는 이제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인트존과 같은 예의바르고 젊고 고상한 미남에게서는 결코 느끼지 못하는 사랑을 로체스타씨와 같은 결점투성이의 중년남자에게서 느끼는 제인을요. 사랑은 동화와 같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은 아름답고 선량한 왕자님들이 아닙니다. 우리와 비슷한, 조금도 강하지 않은, 때로는 착하지도 않은 그런 사람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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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버빌가의 테스 - 서울대학교 인문학연구소 고전총서: 서양문학 16 SNUP 동서양의 고전 20
토머스 하디 지음, 김보원 옮김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은 건 중학교때였지요. 테스의 불운한 운명에 크게 영향을 끼쳤던 두 남자, 에인젤과 알렉을 모두 몹시 마음에 안들어하며 읽었다는 기억이 납니다. 이 소설에서 단연 악의 화신처럼 그려지는 건 알렉이죠. 그는 어리고 순진했던 테스를 성폭행하여 아기를 갖게 하고, 후에 다시 만난 테스가 어려운 처지에 빠진 걸 알자 그걸 기회로 그녀를 또다시 괴롭히고 유혹하여 테스의 일생을 망가뜨린 장본인입니다.

하지만 알렉과는 달리 테스를 불운한 인생에서 구원할 사람처럼 등장하는, 선량해 보이는 에인젤 또한 본시 구원자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이중적 사고와 우유부단함 또한 자타가 공인하는 알렉의 악행 못지않게 테스에게 큰 피해를 입히죠. 알렉이 공공연한 적이라면 에인젤은 친구인 척 하는 적과 같습니다. 에인젤이 저지르는 악행 또한 알렉류의 악행 만큼이나 잔인하고 비겁하며 약자에게 상처를 입히고 결국은 파멸하게도 하지만 뚜렷한 형태를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전자보다 더 위험한 거죠.

이 소설의 마지막에 테스는 자신을 버리고 갔던 남편 에인젤이 다시 돌아오자 마음의 동요와 갈등을 견디지 못하다가 정부 알렉을 충동적으로 살해합니다. 그래서 사형당하죠. 하지만 일이 그 지경이 되었는데도, 그녀는 에인젤을 조금도 원망치않고 순순히 그의 행복을 빌어주며 떠납니다. 그런데 저는 아내가 사형당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별다른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듯 평온해 보이던 에인젤이 무척 끔찍하게 느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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