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상 범우비평판세계문학선 28
샬럿 브론테 지음, 배영원 옮김 / 범우사 / 1997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중학생이었습니다. 그때 제 기준으로 판단하기에 제인에어가 사랑한 로체스타씨는 사랑받을만한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죠. 아무리 어린시절 가족에게 배신당하고 속아서 한 결혼이고, 실질적으로 그의 부인은 이미 미쳐서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고해도, 자신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깜쪽같이 숨긴 채 나이어린 제인에어와 결혼하려 했으니까요.

게다가 제인에어를 유혹하기 위해 그가 사용한 방법-제인에어 앞에서 다른 부유한 여인과 곧 결혼하려는 듯 보여 질투심을 자극하는 행위-도 상당히 유치하고 저급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유부남임이 판명되어 제인에어와 결혼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보여준, 상처받은 난폭한 짐승같던 모습은 어린 제가 보기엔 썩 두렵기까지 했죠.

그래서 저는 제인에어가 로체스타씨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숀필드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했을때, 이성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그런 행동이 지극히 당연하다고만 여겼죠. 나쁜 사람이니 떠나야 하고, 함께 있는 게 옳지 않으니 떠나야 한다고요.

하지만 한해한해 나이가 들어가면서 좀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으니까요. 제인에어에겐 그에게 숨겨둔 부인이 있든, 그것을 속여서 자신과 결혼하고자 했든 어떻든 간에, 그렇게까지 해서 자신과 함께 있고자했던 가엾은 사랑, 에드워드 로체스타씨에게서 떠나가는 일이, 그녀가 평생 겪었던 그 어떤 일보다도 훨씬 슬프고 고통스러웠을을 것입니다.

나는 이제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세인트존과 같은 예의바르고 젊고 고상한 미남에게서는 결코 느끼지 못하는 사랑을 로체스타씨와 같은 결점투성이의 중년남자에게서 느끼는 제인을요. 사랑은 동화와 같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은 아름답고 선량한 왕자님들이 아닙니다. 우리와 비슷한, 조금도 강하지 않은, 때로는 착하지도 않은 그런 사람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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