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
무라카미 류 지음 / 무당미디어 / 199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초반에 중년의 상처한 남자인 아오야마가, 20대 중반 정도의 나이인, 미모의, 그러면서도 순진한 여자와 사귀기를 희망한다고 친구에게 얘기하는 대목에서 나는 경악하고 말았습니다. 이게 웬 도둑놈 심보인가 했죠. 불가능한 바램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오야마는 그 바램을 말만으로 끝내지 않았습니다. 그런 여자를 찾기 위해 사실은 찍지도 않는 영화를 위한 것인양 위장하여 오디션을 열죠.

그렇게해서 만나게 된 게 아사미였습니다. 그녀는 아오야마가 바랬던 대로 20대 중반이었고, 매우 아름다웠고, 신비로웠으며, 상냥했고, 몇 번의 성공적인 데이트를 하며 그녀 역시 아오야마와의 만남을 진심으로 기뻐하게 된 듯 했죠.

아오야마는 이제 자신이 이 오디션의 불순한 동기를 밝히면 이 여자가 자신을 경멸하게 될 거라고 걱정을 합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아사미는 그의 고백을 듣고도 변함없이 그를 좋아한다고 말했죠. 아오야마는 이러한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행운에 넋을 잃습니다. 그리고 사랑에 빠진 그 마음 그대로 당장 그녀와 결혼을 하겠다고 결심을 하죠. 그녀도 기쁘게 승낙을 하고요.

그러나 그에게 아들이 있다는 것을 미처 얘기 못했던 게 실수였을까요? 아들의 존재를 우연히 알게된 그녀는 왜 자신을 속였냐며 그에게 약을 먹이고 그의 다리를 기계로 절단하고 맙니다. 너무나 공포스러운 장면이었죠.

그러니까 아사미는 자신을 세상의 단 하나뿐인 존재로 사랑해줄 사람을 찾고 있었던 겁니다. 자신 말고도 또다른 소중한 존재-아들을 가진 사람, 더욱이 그 사실을 숨기기까지 한 아오야마는, 어린시절에 그녀를 가혹하게 학대했던 의붓아버지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지, 전혀 그녀가 원하던 사랑이 아니었으므로 그녀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의 사랑을 우롱한 그의 죄를 응징한 것입니다.

이 책을 덮으며 사람들이 꿈꾸는 이상형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아오야마가 만나고 싶어했던 여자, 그리고 그런 여자인 아사미가 만나고 싶어했던 남자. 내가 만나고 싶어하는 남자, 그 남자가 만나고 싶어하는 여자. 그 바램의 차이들은 때로 너무나 커서 이 소설에서처럼 극단적으로 서로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힐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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