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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에 꼭 알아야 할 101가지
시드니 J. 스미스 지음, 나선숙 옮김 / 큰나무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세상을 움직일 준비가 된 남자와 결혼하고 싶다!”
나는 평소 결혼에 관심이 많았다. 인생을 행복하게 만드는데 결혼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혼이 성공적이어야 직업적으로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거니와. 이 책을 읽고 내가 이미지로 상상했던 것들이 명료하게 언어로 정리되는 것을 느끼면서 명쾌해졌다. 특히 내가 결혼에서 중요시하는 것들이 나올 때는 탐욕스럽게 읽어나갔다.
며칠 전에 한 남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실망한 적이 있다. 내가 “우리 같은 사람들이 세상을 움직이는 거예요”라고 말했는데 그 남자가 “글쎄요, 제가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이 될지는 모르겠네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기왕 뭔가를 할 거라면 그 분야에서 한 획을 긋겠다고 생각할 만큼 야심이 큰 사람인데-지금은 소설을 쓰고 있는데, 나는 소설이 아닌 다른 일을 하더라도 그 분야에서 대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그 남자는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 남자에게 어느 정도의 호기심을 갖고 있던 나는, 그 말 한마디 때문에 그를 다시 보게 되었다. 남자친구 후보감이었던 그는 그 말 한마디로 큰 점수를 잃은 것이었다. 내 친구도 그 얘기를 듣더니 별로인 것 같다고 귀뜸해 주었다. 그런데 이 책에도 그런 비슷한 말이 나온다.
‘서로가 어느 정도 야망을 갖고 있는지 잘 파악해보자. 차이가 많이 날 경우에는 배우자의 태도가 바뀔 거라고 기대하지 말자. 그런 성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두 번 정도 더 만나보고 이 남자를 계속 만나야할지 말아야할지 판단할 생각인데, 지금 상태로는 두 번 더 만나 봐도 ‘야망의 차이’ 문제가 결정적으로 걸려서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결혼 직전에 이상형을 만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하는 질문을 들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럼 결혼상대자는 이상형이 아니란 말인가? 나는 결혼상대자는 당연히 이상형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다. 핸드백도 이런 걸 사야지, 마음 먹고 구입하고, 서점에 가서 책을 살 때도 어떤 책을 살지 미리 정해놓고 가면서 어떻게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를 선택하는데 자신이 꿈꾸는 이상형의 기준에 걸맞게 고르지 않는단 말인가? 아무래도 위의 질문에 나오는 ‘이상형’이라는 말은 핀트가 약간 어긋나 있는 말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형이란, 결혼 후 어떤 매력 있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그래도 지금 내 남편이 나와 한평생을 함께 하는데 딱 걸맞는 이상형이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나와 야망의 크기가 비슷하고, 독서와 영화를 좋아하며, 아이를 포기할 만큼 자기 일에 전력을 다할 각오가 되어 있는 사람, 세상을 움직일 마음가짐이 되어 있는 사람, 바로 그런 남자가 내 이상형인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면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이상형’을 어떻게 하면 구분할 수 있는지, 만약 잘못 판단해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살게 되면 어떤 문제가 일어날 것인지 친절하게 가르쳐준다. 경제적인 부분, 성적인 부분, 공통취미에 관한 부분, 등등 그 기준 또한 아주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너무 다양한 기준에 대해 얘기하고 있어 한 주제에 대해 깊게 파고들지는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결혼은 어느 한 가지가 잘 맞는다고 성공적이라고 판단할 수 없는 만큼, 여러 가지 복합적인 부분들까지 잘 맞는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목 그대로 결혼 전에 꼭 알아야 할 것들이 맞기에 망설임 없이 추천해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