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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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종종 어떤 것, 혹은 어떤 사람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끔 그것들의 이면을 발견하고 나서야 나의 이해가 실은 오해였음을 깨닫는다. 그렇다면 가장 가까운 가족들의 이면을 발견했을 때의 당혹감은 어떨까. 아버지가 하는 일이 이런 거였어? 어머니에게 숨겨진 애인이?? (ㅎㅎ)

 

이 소설은 이런 당혹감들을 말한다. 부유한 강남의 한 가정에서 어느 날 막내 아이가 사라진다. 막내 아이를 찾는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감추고 살았던 과거와 이면을 알게 된다. 생명 윤리는 고려되지 않는 장기 밀매. 질척거리는 첫사랑과의 관계. 어긋난 첫째와 둘째. 결정적으로 촉망받던 바이올린 유망주 막내에겐 아무도 바이올린을 좋아하느냐 물어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이 콩가루 집안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돌이켜보면 이런 진실들은 감춰진 것이 아니다. 그 실체를 마주하기 두려워 애써 외면해버린 것에 다름 아니다. 너는 모른다 나를. 나는 모른다 너를. 이 소설은 통속적이고 뻔한 플롯을 취하고 있지만 읽는 자신과 그 주변, 가족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하지만 엄마는 짱깨였고 엄마의 딸인 아이도 짱깨였다. 짱깨가 아닌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였다. 그것이 폭력이 세상을 지배하는 법칙이었다. 맞서 싸우기 위한 완벽한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어금니를 꽉 물고 참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몰랐다. 섣부르게 주먹을 내질렀다가 제풀에 위태로이 비틀거리는 꼴을 목격당하는 건 더 치명적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는 내면의 동요를 감추는 기술을 조금씩 배워갔다. 지상의 모든 아이들이 결국 그러하듯이. 1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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