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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 인간관계가 불편한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원제는 <인간 알레르기> 다.
정신과 의사가 27년간의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이 왜 다른 인간을 미워하게 되는지를 분석한 책이다. 인체의 면역 반응 중에 알레르기가 있는데, 꽃가루나 음식 같은 무해한 이물질을 제거해야 할 이물질로 인식하여 과도한 면역반응이 나타나 신체의 고통도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관계에서도 이와 같은 알레르기 증상이 발생한다는 말이다. 저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를 날마다 공격하는지, 평소 사이가 좋았던 동료나 친구를 만나기 싫어지게 되는 이유를 인간 알레르기로 설명한다.
는데 솔직히 알레르기에 애착 장애, 인격 장애들을 끼워 맞춘 감이 없진 않았다 (ㅎㅎ). 흥미로운 분석도 있었다. 저자는 알레르기는 항원에 감작된 이후 노출이 반복될수록 더 심해지는 경향을 띠는데 인간관계도 그렇다고 말한다. 나는 이런 분석을 혐오가 만연한 요즘 사회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도 누군가에 대한 혐오나 증오, 분노 같은 반응이 있었으나 요즘처럼 너, 나, 우리를 직접 향하진 않았다. 대개 신문이나 TV에 나오는 범죄자, 비리 정치인, 비윤리 기업들을 향했다. 생각해보면 이렇다. 산업화 이전엔 대개 구전을 통해 사람들이 항원(미운 짓들)에 감작 되고 TV와 라디오 시대를 거치며 항원에 대한 노출이 증가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며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고 초기 인터넷 시대에는 인터넷 기사와 인터넷 커뮤니티 안의 경험담으로 항원을 접한다. 인간에 대한 혐오 반응의 전파와 재생산은 이전보다 빨라진다. 최근 수년간은 SNS 시대라고 부를만하다. SNS 사용자가 급격히 증가하며 부정적 에피소드가 폐쇄적 커뮤니티를 통한 전파보다 더 빠르고 넓게 전파된다. 개인 입장에선 매일 부정적 항원에 수도 없이 노출되는 셈이다. 항원에 대한 노출이 반복되며 인간 알레르기는 걷잡을 수 없이 심해진다. 여혐, 남혐, 홍어, 통구이. 서로를 항원으로 인식한 결과다.
저자는 이런 과도한 인간 알레르기가 긍정적이지 않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감 능력과 자기 성찰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 정말 뻔한 이야기다. 원론적으로 틀리지 않지만 이 사회에 적용하기엔 왠지 아득한 말처럼 들린다. 사람들은 공감도 편 갈라가며 한다. 난 그저 자기 성찰 열심히 해서 내가 누구에게 항원으로 작용하진 않았나 반성해야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이것은 인간 알레르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정신적인 소화 능력이 미숙한 시기에는 타인의 말과 행동이 그대로 마음속 깊이까지 들어가 알레르기 반응을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높아지면 말과 행동을 분해하여 해독한 이후 소화하기 때문에 영양분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당신이 거북해하는 사람의 이물성은 본래 그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상처나 고통을 받음으로써 일어난다. 그것이 반복된 결과 상대의 인격에 대해서까지 거부 반응이 일어난다. 이런 거부 반응을 없애려면 발단이 된 불쾌하고 고통스러운 체험 하나하나를 곱씹어보고 무해한 수준이 될 때까지 분해해야 한다. 1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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