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문장들+ - <청춘의 문장들> 10년, 그 시간을 쓰고 말하다 청춘의 문장들
김연수 지음, 금정연 대담 / 마음산책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을 잘 봐야 한다. <청춘의 문장들>이 아니라 <청춘의 문장들+>다. 플러스 기호가 붙는다. 사실 이 '플러스'는 2004년에 나온 오리지널 <청춘의 문장들>로 알고 산 것이다. 몇 페이지 읽고 나서야 알았다. 당연히 '오리지널'을 다시 주문해야 했다.


2004년 <청춘의 문장들>이 이제 궤도에 안착한 소설가가 젊은 시절을 회고하는 에세이라면, 2014년 <청춘의 문장들+>는 정상급 인기 소설가의 입장에서 자신의 소설 철학을 말하는 에세이와 인터뷰집이라고 할 수 있다. 왜 소설을 쓰는지, 소설 쓰는 데 힘든 점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등등.


김연수를 좋아하지만 감흥은 부족했다. 문장은 여전히 좋지만 왠지 김연수 마케팅의 정점인 느낌이랄까. 출판사가 이제는 대작가가 되어버린 김연수를 적극 이용한다는 음모론이 머릿속에 맴돈다. 김연수를 많이 읽어서 책이 오히려 뻔한 이야기로 읽혔는지도 모르겠다. 이해 불가능한 타인, 모르는 걸 모른다고 솔직하게 써야 한다, 뭐 그런, 그가 만날 하는 이야기들.


소설을 왜 읽느냐에 대한 이야기는 좋았다. 만날 소설책이나 붙잡고 있으면서 너는 이런 거 왜 읽어?라는 질문에 대답은 항상 궁색했던 게 사실이다. 으응... 인생의 대리 경험?? 그거 지어낸 이야기잖아, 읽으면 경험이 돼?? 으응... 그게 아니라면 재밌어서?? 만화책이나 봐. 그게 더 재밌어. 으응... 우물쭈물.


김연수는 삶이 대체적으로 짐작과는 다르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소설은 짐작과 달랐던 일들의 의미를 납득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어차피 이해 안 되는 세계, 이해 안 되는 텍스트를 통해 바라볼 수 있다는 이야기. 그러니까 소설은 납득 안 되는 것들을 받아들이는 일종의 체념. 김연수 말대로 안 되는 걸 안 된다고 말해주는 게 소설이라면 소설은 내게 있어 일종의 자위용 텍스트였던 것 같다. 이것 참 안 풀리는 인생이구먼 껄껄, 하면서 마음이 동했던 걸까?. 이제 이해는 조금 할 것 같다. 그러나 누가 너 이런 거 왜 읽느냐고 또 물어보면 여전히 우물쭈물 거릴 것 같다. 취향이니 존중해달라고 말하는 수밖에.


글쓰기에 대해선 어쨌거나 계속 쓰라는 당연한 말을 하는데 이건 그의 다른 에세이 <소설가의 일>에도 이미 잘 나와있다. 다만 뜨끔한 구절이 있다. "글을 쓰지 않고 막연하게 써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은 아무런 생각도 하고 있지 않다는 말과 마찬가지예요". 글쓰기 아니더라도 뭔가 해야겠다고 생각만 하는 게 얼마나 많던가. 겁나게 뜨끔하다.


계속 뭐라도 쓰면 글솜씨가 나아진다는 말은 사실이다. 나도 그런 경험을 했다. 계속 쓰다 보니까 는다. 다만 알맹이 없는 삶을 괜스레 시니컬한 척, 있어 보이게 쓰는 방향으로 엇나가는 게 문제지만... 고민 많은 척, 따뜻한 척, 시니컬한 척, 써대지만 키보드에서 손 놓으면 현실에선 저질 인간으로 돌아온다. 차라리 글을 안 쓰면 솔직한 인간으로 남을 텐데, 뭣도 아닌 글을 계속 써대니 삼중 인격쯤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정말로 언행일치 안 된다. 다 알고 있다는 듯 김연수는 말한다. "그러니까 글을 쓰기만 해도 우리는 글쓰기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거지요. 생각과 행동,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을 일치시키면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어디선가 그가 했던 "미문의 삶을 살아야 미문을 쓸 수 있다"는 말과 상통한다. 그러니까 잘 쓰려면 미문의 삶을 살아야 할 터인데, 이건 왠지 불가능하게 들린다. 마구 배설하듯 쓰고, 배설하듯 사는 건 가능하다 하하.


김연수 전작주의를 실천하려는 사람은 읽어도 좋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작가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도 이런 책은 별로일 것 같고 (차라리 청춘의 문장들이나 소설가의 일이 나음), 김연수 많이 읽은 사람들에게도 동어반복처럼 느껴질 것 같은 희한한 책이다. 만 이천 원이면 조금 짜증 냈을 텐데 팔천오백 원이니 그냥 넘어가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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