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작가의 데뷔작 『표백』을 읽었을 땐 글에 일정 부분 공감하기도 했지만, 글이 청년세대의 좌절감을 부채질하기만 하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했었다. 그러니까 청년세대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너무나 노골적인 글로 보였다는 이야기다. 만날 민족 정서를 자극해서 책 파는 김진명 작가의 변형 같기도 했고. 2015년 5월에 발간된 『한국이 싫어서』도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글이라는 점에선 이전 작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청년세대의 좌절감을 이야기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좀 더 나아가 광범위한 한국 사회의 폐부를 찌르는 데 아마 우리들 대부분은 이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이 책은 가난하고 그저 그런 학벌의 20대 여성이 한국에서의 삶에 환멸을 느끼고 호주로 이민을 가는 이야기다. 책에 묘사된 한국 직장생활과 서민의 삶도 앞이 안 보이지만 한국에서도 호주에서도 서로를 괴롭히지 않고는 살지 못하는 한국인의 민도는 더욱 암담하게 느껴진다. 나 역시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초식동물을 벗어나지 못하는 계층이다. 잘 되어도 사자는 죽어도 될 수 없고, 남이 건들기 힘든 코뿔소 같은 초식동물이나 되면 다행이다. 사회는 약육강식의 정글이지만 구성원의 대부분은 초식동물이다. 그렇기에 특히 젊은이를 위시한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이 책의 담론-헬조선 담론-이 절절히 와 닿을 것이다. 어쨌거나 한국이 싫어도 우리는 한국에서 살아야 하고, 그게 비록 초식동물의 삶일지라도 적어도 마음이나마 편하게 풀 뜯어 먹으며 살고 싶으니까.이전 작보다 일침은 더 날카롭고 통렬해졌다. 문장도 훨씬 세련돼졌다. 읽히는 글을 쓰려면 먼저 유명해져야 한다고 기존 문단 권력을 비판했던 장강명 작가는 시의성을 누구보다 잘 꿰뚫는 이야기들을 써냈고, 그로 인해 이제는 확실히 '읽히는' 작가가 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