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죽어서 묻히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장례식에 모인 조촐한 가족, 친지들의 감정은 다양하다. 슬픔, 사랑, 증오. 평범한 사람(everyman)이었던 그의 삶은 어땠을까. 이야기는 유년기로 거슬러 올라가 한 남자가 살며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보여준다.그는 살며 세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겪는다. 첫 번째 이혼 후 만난 두 번째 부인 피비는 그와 딸에게 충실한 여자였다. 그러나 그가 쉰이 되었을 무렵 권태기가 찾아오고 자신에게 강렬한 성적 욕망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그것에 솔직하고도 충실했다. 그는 왜 성적 욕망에 탐닉할까. 삶이 느슨해졌을 때 찾아온 욕망을 이행함으로써 자신이 생생하게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이유야 어찌 됐든 그것은 결국 그를 몰락으로 이끈다. 외도가 발각되고 쫓기듯 한 세 번째의 결혼에서도 그는 실패한다. 그러나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이 살아있음을 증명하고 싶다. 조깅하던 젊은 여자를 유혹한다. 실패한다. 어느 순간 돌이켜보니 그는 늙어 있다. 신체는 질병에 시달리기 시작하고 홀로 남은 그의 삶은 비참해진다. 그는 탈장 수술을 받던 소년 시절부터 늘 주변의 죽음에 둘러 싸여 있었다. 자신도 많은 질병으로 내내 고통받는다. 노년에 주변인의 죽음을 하나, 둘 목도하던 그는 자신의 죽음도 머지않았음을 안다. 주위엔 아무도 없다. 그제야 늙는 것이란 단지 신체적으로만 원치 않았던 모습으로 쪼그라드는 게 아님(164p)을 깨닫는다. 이리도 비참한 노년은 마치 대학살 같다 (162p).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므로 보편적이다. 동시에 죽음은 당사자의 일이며 다른 사람이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모든 죽음은 개별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죽음 앞에 모두 평범한 사람이지만 진정 평범한 사람으로 죽기는 두려워한다.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찾으려 하고 족적을 남기고 싶어 한다. 소설 속 그는 망각을 걱정하는 일은 일흔다섯에 가서 하면 돼! (39p)라고 외쳤다. 그러나 그 말은 어김없이 돌아와 그를 찌른다. 삶에 불행은 필연적이다. 버티고 서서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83p). 작가는 노년의 허우적거림을 치부를 까발기듯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인생의 기로마다 욕망대로 움직이며 주변인들을 고통스럽게 만든 그에게 내려진 업보 같지만, 통쾌한 느낌은 없다. 안쓰러울 뿐이다. 흔해빠진 죽음 앞에선 나 또한 평범한 에브리맨이기에. 나는 과연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초연할 수 있을까? 그때는 젊음을 갈구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할 수 없다. 사람들은 벚꽃에 환호한다. 짧은 시간 동안 피어 있다 지기 때문이다. 부재는 존재를 증명한다. 죽음이 있기에 살아있는 날들은 빛난다. 치킨을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