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 SF 미스터리 나비클럽 소설선
천선란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2035 SF 미스터리 』

천선란 외 / 나비클럽





지겹게도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 상황을 보면서 앞으로의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무척이나 하게 됐다. 희망적 메세지로 "코로나가 끝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나요?"라는 질문을 끝도 없이 듣게 되는데 해가 지날수록 그에 대한 대답도 귀찮아 "일단 끝나고 생각해 볼게"라고 대답한다. 벌써 이렇게나 무덤해 진 것이다. 그동안의 동향을 보면 에볼라, 사스, 메르스 등 다양한 전염병에 위협을 받을때마다 인간은 연구와 발견을 통해 쉼없이 해결책을 제시했는데 코로나만큼 인간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도 없는 것 같다. 과연 코로나가 종식이 된다면... 우리는 지금의 불행을 발판삼아 앞으로의 삶을 소중히 여길것인가?라고 생각하면 왠지 그것도 어려울 것 같은 이유는 누구나 어려움을 겪었던 전염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삶의 격차가 더 벌어진 것... 우리는 이 사실을 직시하며 이 책을 마주할 필요가 있다.


<2035 SF 미스터리>는 코로나 이후의 인간의 삶을 밝게 보지않았다. 세계적으로 보면 기술과 과학이 발달한 부유한 국가는 자국 내의 부익부빈익빈이 존재하고 망국으로 인한 난민이 물밀듯이 밀려오면서 노출된 범죄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 뿐만아니라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논리적인 사고와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존재들로 실제 인간과 구별되지 못하는 사회에서 인간의 자리를 AI에게 내어주는 냉혹한 현실... 게다가 거침없이 휘두르는 권력에 무참히 무너지는 서민은 그저 한번 쓰고 버려지는 도구일 뿐이었다. 과연 조지오웰과 올더스 헉슬리가 말하는 디스토피아 세계가 도래하는 것 마냥 섬뜩했던 <2035 SF 미스터리>... 재미에 가독성을 더했지만 미래에 이와같은 현실과 마주할까 몹시 두렵기도 했다.









그런데 다 같지는 않을거야.

기억이 다르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났던 책은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였다. 많이 언급되었던 유전공학, 유전자 변형, 복제 인간 등의 스토리는 우수한 유전자조합으로 2세를 탄생시킨다거나 복제인간의 출연으로 영원의 삶을 누리는 인간... 인간윤리를 따져가며 옳고그름을 판단하기 전에 과연 영생을 누리는 것이 진정 인간이 바라는 삶인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듯 하다.


자폐증으로 기억의 순간을 한컷의 그림으로 보관했던 푸코... 소년에게 친구는 형밖에 없었다. 하지만 백혈병을 앓고 있던 형이 생을 마감했을때, 푸코는 형과 자신의 아지트인 옥수수 밭에서 죽었다는 형과 마주하게 된다. <옥수수 밭과 형>에서 만난 형... 기억이 같다면 똑같은 형이라는 말... 잘 보내주는 것 또한 인간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었던 이야기...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코피노... GMO처럼 인간의 배아도 크리스퍼라는 유전자 가위로 편집해 돈이 필요한 여자에게 이식하는 권력형 범죄... <에덴의 아이들>에게 천국은 없었던 씁쓸한 이야기...


특히 현실화되고 있는 메타버스 세계를 보여준 <고난도 살인>은 수사망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지만 '내'가 아닌 가상의 아바타의 존재로 삶의 만족을 느끼는 현실을 보며 퇴행하는 인간의 종말을 보는 듯도 했다.


'내'가 없는 미래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텔레포트의 존재로 윤택한 삶을 누리는 인간은 어쩌면 발달하는 문명에서 육체적으로 퇴화하는 과정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복제인간, 유전자 교정, 난민 수용 등의 지금 우리가 겪는 사회문제가 앞으로는 더 커질것을 직시했던 <2035 SF 미스터리>는 메갈로폴리스의 현실과 마주하는 듯 하다. 한국 추리소설 작가의 짧은 단편이었지만 쉽지않은 과제를 제시한 탄탄한 스토리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상의 어릿광대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7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허상의 어릿광대 』

히가시노 게이고 / 재인

 

 

 

 

 

우리내 인생살이 자체가 가끔 허상을 좇는 듯 하다. 앞으로의 확고한 계획으로 원하고자 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한 우물만 파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오히려 나 스스로가 바라는 바는 허상이고 정신을 차리면 그에 반하는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허상의 어릿광대>라는 책의 제목을 보니 세상에 속해 있는 아주 작은 존재인 나는 누구의 어릿광대로 살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했다. 매번 삶의 중심은 '나'고 그런 '나'로 인해 변화를 일으킨다고 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는 우리가 아닌듯 싶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미스터리를 당당히 추천하는 이유는 잔혹한 범죄와 넘치는 트릭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 벌어질 법한... 아니면 벌어지고 있는 문제를 소재삼아 변화하고 있는 암울한 현실을 드러내고 어쩌면 미연에 예방하고자 하는 문제를 직시하고 있기에 더욱 공감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허상의 어릿광대>는 총 7가지 단편을 수록하여 과학적 트릭을 포함한 심리적 문제, 그리고 수많은 반전을 포함해 독자에게 재미와 적지않은 감동 또한 선사하고 있다.

 

 

 

 

 

 

벼랑끝에 서 있는 사람을 현혹하여 아픔을 위로해주는 '구아이회'... 마음을 정화 해준다는 이곳은 대부가 행하는 염의 효력이 대단하다고 한다. 초자연적인 힘으로 구원한다는 이곳을 취재하기 위해 찾은 사토야마 나미는 죄의 기운을 씻기위한 행위를 버티지 못해 창문으로 뛰어내리는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정화의 방엔 과연 어떤 물리적 트릭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리고 이 종교가 비밀리에 숨기고 있던 진실은 과연 무엇인지...

 

스치는 생각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현상을 분석하려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자신의 마음에 들지않는다고 계획적으로 괴롭히고 조종하려했던 <3장 들리다>에선 직장내의 따돌림이나 무시, 그리고 자신의 의중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회 부적응자에 대한 사건을 보면서 왠지 남의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청에 시다리는 이들 또한 정신적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에 의심때문에 말하지 못하고 혼자 겪어야했던 고충을 보면 변화하는 사회에 옳지 못한 행위를 하는 이들의 처벌은 그야말로 미약한 수준이니 반복되는 범죄의 심각성을 사회가 내버려두고 있는 건 아닌지 몹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7장 연기하다>에서는 무엇이 이토록 무감각한 인간을 탄생시켰는지 허무함을 남긴 사건... 나쁜 사람은 벌을 받아야 마땅하나, 인간 스스로가 죽음을 심판하는 것에 대한 범죄는 있어서는 안된다. 현실감 있는 연기를 위해 위험행위를 한다는 것... 거기에 트릭 또한 재현했다는 것은 인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최근 게임하는 사람들이 인터넷 세상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는 사례가 잇달아 일어나는 실정이니 읽는내내 오소소 소름이 돋기도 했다.

 

천재 물리학자 유가와와 엘리트 형사 구사나기의 캐미가 돋보였던 <허상의 어릿광대>

특히 이들이 나타나면 사건의 트릭은 감히 엄두도 못낸다. 과학적인 기술을 알지도 못하거니와 변화무쌍한 반전과 트릭은 그저 가독성의 놀라움만 안겨줄뿐...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문제 또한 기가막히고 현실감있게 재현하여 혹! "이 범죄가 지금 일어난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만드는 혼동을 주기도 했다. 믿고 보는 히가시노 게이고... 역시 장난 없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담 보바리 - 이브 생로랑 삽화 및 필사 수록본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브 생로랑 그림, 방미경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마담 보바리 』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 이브 생로랑 그림 / 북레시피

 

 

 

 

 

1857년에 출간된 <마담 보바리>는 대중적인 도덕적 윤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바 있다. 프랑스 여성은 사랑만을 갈구하며 가정의 파탄을 가져올 정도로 그렇게 부도덕한 여자는 없다는 것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작품은 관습적인 도덕을 과감하게 벗어남과 동시에 겉으로 보여지는 사실을 넘어 미를 창조해 냈다는 '모더니티의 대명사'로 평가 받고 있다. 당시 15살이었던 이브 생로랑이 이 책을 접하면서 어떤 환상에 매료되었는지 '플로베르 탄생 200주년 특별판'을 기념하여 삽화 13점과 필사본을 수록했다고 한다.

 

<마담 보바리>를 보면 샤를 보바리의 아내 엠마를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지만 읽는내내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뒤섞여 귀족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았던 두 보바리 부인의 시점에서 읽어 나갔다. 아들을 잘 키우고자 샤를의 삶에 관여했던 어머니 보바리, 그리고 샤를의 아내로 그저그런 매일을 보냈던 아내 보바리를 보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여성의 삶이 철저하게 가면에 가려진 것이라면 마음껏 분출할 수 없었던 내면의 욕망은 결국 몽상과 환각 속에 처절히 감춰둬야 했던 그녀의 이중적 삶을 보여줬다. 이 모든 것을 들여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이 책이 전하는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고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

삶은 대체 왜 충만하게 채워질 수 없는 것일까?

삶이 무엇엔가 기대는 순간 그 것은 왜 바로 썩어버리는 것일까?

 

 

 

샤를 보바리는 부족한 면이 있지만 부모님 말씀에따라 성실하게 살아왔다. 잠시 성실하지 못해 낙방한 적도 있지만 이후 열심을 다해 의사시험에 합격했다. 아내만 얻으면 모든 것을 다 이룬다는 어머니 말씀에 결혼을 했지만 아내는 왠지 억척스럽고 이상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베르토농장 지주의 다리가 부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 샤를은 지주의 딸 엠마를 보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만다. 그녀를 마음에 품었지만 아내가 있던 샤를... 빨래를 널다 갑작스레 쓰러져 생을 마감한 아내 앞에 샤를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샤를 보바리는 베르트 농장을 수시로 드나들었고 자신의 딸 엠마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지주는 결혼을 허락한다. 보바리 부인이 된 엠마, 토트에서의 부푼 삶을 기대했지만 여전히 나른하고 권태로운 날이 지속됐다. 어느날 무도회에 초대받은 그들 부부는 환희에 휩싸인 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영원히 기억될 무도회의 추억은 별 볼 일 없는 시골의 일상에 균열을 가져왔고 더이상 견딜수 없었던 엠마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번잡한 파리의 삶을 꿈 꿨던 그녀는 지도를 그리며 손가락 여행을 했고 이곳을 벗어나면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야망없는 남편은 그저 한심할 뿐이었으니 엠마의 우울감은 극도로 심해져 결국 토트를 떠나게 된다. 그렇게 떠난 3월... 그녀는 임신중...

 

그렇게 자리잡은 곳에서 만난 레옹... 책을 읽는 것도, 바다를 좋아하는 것도, 공통점이 많았던 그들은 둘만의 대화를 시도했고 동요되는 마음을 어찌할지 몰라 가슴을 졸이게 된다. 순진한 이 작은 청년은 떠났지만 추후 재회를 하게되고... 그 사이 사랑이란 무기로 엠마의 마음을 쥐고 흔들었던 나쁜 남자 로돌프로 인해 완전히 무너지게 되는 엠마... 그녀는 무엇때문에 이렇게나 사랑에 목메었을까? 그 사랑을 남편 샤를과 딸 베르트에게선 왜 찾지 못했던 것일까? 사랑하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너무나 무심했던 샤를은 정말 엠마의 상태를 몰랐을까? 아니면 알아서 모든걸 주관했던 어머니와 똑같은 눈높이로 엠마를 바라본걸까? 속상한 마음에 수많은 궁금증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마음이 나약해진 사람에게 더 죽으라고 벼랑끝으로 내몬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어머니 보바리 부인이 내뱉었던 잔소리, 사랑을 쟁취하고 거침없이 걷어 차버린 로돌프, 버거운 사랑에 거리를 두었던 레옹... 무언의 방관자였지만 독자인 나는 샤를 또한 피해자란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 대한 갈증 그리고 사랑받기 위한 열망... 그리고 아픔...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오늘을 버텨냈기에 나 자신을 당당히 마주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마담 보바리>는 모든 불행이 나를 향해 있더라도 그럼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다짐을 선사하는 힘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만들어진 유대인
슐로모 산드 지음, 김승완 옮김, 배철현 감수 / 사월의책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타국에 있어도 나라에 문제가 생기면 든든히 결집한다는 유대인의 힘... 하지만 허술한 민족의 개념으로 어떻게 쓰러지지 않는 불굴의 민족이 되었는지 기대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 박노해 사진에세이 1
박노해 지음,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느린걸음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살고 싶은 하루를 마음껏 살 수 있기를... 선물같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