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담 보바리 - 이브 생로랑 삽화 및 필사 수록본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브 생로랑 그림, 방미경 옮김 / 북레시피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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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담 보바리 』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 이브 생로랑 그림 / 북레시피

 

 

 

 

 

1857년에 출간된 <마담 보바리>는 대중적인 도덕적 윤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바 있다. 프랑스 여성은 사랑만을 갈구하며 가정의 파탄을 가져올 정도로 그렇게 부도덕한 여자는 없다는 것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작품은 관습적인 도덕을 과감하게 벗어남과 동시에 겉으로 보여지는 사실을 넘어 미를 창조해 냈다는 '모더니티의 대명사'로 평가 받고 있다. 당시 15살이었던 이브 생로랑이 이 책을 접하면서 어떤 환상에 매료되었는지 '플로베르 탄생 200주년 특별판'을 기념하여 삽화 13점과 필사본을 수록했다고 한다.

 

<마담 보바리>를 보면 샤를 보바리의 아내 엠마를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지만 읽는내내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뒤섞여 귀족여성으로서의 삶을 살았던 두 보바리 부인의 시점에서 읽어 나갔다. 아들을 잘 키우고자 샤를의 삶에 관여했던 어머니 보바리, 그리고 샤를의 아내로 그저그런 매일을 보냈던 아내 보바리를 보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여성의 삶이 철저하게 가면에 가려진 것이라면 마음껏 분출할 수 없었던 내면의 욕망은 결국 몽상과 환각 속에 처절히 감춰둬야 했던 그녀의 이중적 삶을 보여줬다. 이 모든 것을 들여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이 책이 전하는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고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

삶은 대체 왜 충만하게 채워질 수 없는 것일까?

삶이 무엇엔가 기대는 순간 그 것은 왜 바로 썩어버리는 것일까?

 

 

 

샤를 보바리는 부족한 면이 있지만 부모님 말씀에따라 성실하게 살아왔다. 잠시 성실하지 못해 낙방한 적도 있지만 이후 열심을 다해 의사시험에 합격했다. 아내만 얻으면 모든 것을 다 이룬다는 어머니 말씀에 결혼을 했지만 아내는 왠지 억척스럽고 이상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베르토농장 지주의 다리가 부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간 샤를은 지주의 딸 엠마를 보고 그녀의 아름다움에 매료되고 만다. 그녀를 마음에 품었지만 아내가 있던 샤를... 빨래를 널다 갑작스레 쓰러져 생을 마감한 아내 앞에 샤를은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이후 샤를 보바리는 베르트 농장을 수시로 드나들었고 자신의 딸 엠마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지주는 결혼을 허락한다. 보바리 부인이 된 엠마, 토트에서의 부푼 삶을 기대했지만 여전히 나른하고 권태로운 날이 지속됐다. 어느날 무도회에 초대받은 그들 부부는 환희에 휩싸인 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영원히 기억될 무도회의 추억은 별 볼 일 없는 시골의 일상에 균열을 가져왔고 더이상 견딜수 없었던 엠마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번잡한 파리의 삶을 꿈 꿨던 그녀는 지도를 그리며 손가락 여행을 했고 이곳을 벗어나면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야망없는 남편은 그저 한심할 뿐이었으니 엠마의 우울감은 극도로 심해져 결국 토트를 떠나게 된다. 그렇게 떠난 3월... 그녀는 임신중...

 

그렇게 자리잡은 곳에서 만난 레옹... 책을 읽는 것도, 바다를 좋아하는 것도, 공통점이 많았던 그들은 둘만의 대화를 시도했고 동요되는 마음을 어찌할지 몰라 가슴을 졸이게 된다. 순진한 이 작은 청년은 떠났지만 추후 재회를 하게되고... 그 사이 사랑이란 무기로 엠마의 마음을 쥐고 흔들었던 나쁜 남자 로돌프로 인해 완전히 무너지게 되는 엠마... 그녀는 무엇때문에 이렇게나 사랑에 목메었을까? 그 사랑을 남편 샤를과 딸 베르트에게선 왜 찾지 못했던 것일까? 사랑하는 가족이란 이름으로 너무나 무심했던 샤를은 정말 엠마의 상태를 몰랐을까? 아니면 알아서 모든걸 주관했던 어머니와 똑같은 눈높이로 엠마를 바라본걸까? 속상한 마음에 수많은 궁금증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마음이 나약해진 사람에게 더 죽으라고 벼랑끝으로 내몬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어머니 보바리 부인이 내뱉었던 잔소리, 사랑을 쟁취하고 거침없이 걷어 차버린 로돌프, 버거운 사랑에 거리를 두었던 레옹... 무언의 방관자였지만 독자인 나는 샤를 또한 피해자란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 대한 갈증 그리고 사랑받기 위한 열망... 그리고 아픔... 어쩌면 지금의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이겨내고 오늘을 버텨냈기에 나 자신을 당당히 마주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마담 보바리>는 모든 불행이 나를 향해 있더라도 그럼에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다짐을 선사하는 힘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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