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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 시 조찬모임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http://hestia0829.blog.me/221080701672
실연당했습니다.
스위치를 꺼버린 것처럼 너무 조용해요.
혼자 있으면 손목을 그을 것 같은 칼날 같은 햇빛.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영화제를 주최합니다.
실연 때문에 혼자 있기 싫은 분들은 저랑 아침 먹어주실래요?

백영옥 작가를 처음 만난건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이였다. 아직 끝나지 않았을 이야기 속에 주옥같은 글귀들을 가득 심어놓았다. 어울리지도 않았던 빨간머리는 로맨틱 소설의 예쁜 주인공을 따라갈만한 미모도 아니였고, 참깨를 불규칙하게 뿌려놓은 듯한 엉뚱한 얼굴에다가 할 말은 꼭 해야하는 성격탓에 내 마음에 전혀 남아있지 않았었는데, 작가의 책속에 남겨진 문장들은 나를 흔들어 놓았었다.
그러다 어느날 받은 생각지도 못했던 메일은 다시금 작가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했고 이전과는 전혀 달랐던 예상치도 못했던 스토리는 하루만에 다 읽어버리는 웃을 수 없는 기막힌 날도 만들었다. 아마도 백영옥 작가는 카멜레온인지 색을 달리 입어가며 은근 사람을 홀리는 재주가 있나보다.
쉽게 얘기하자면 책속에 「슬픔이여 안녕」이란 책이 자주 등장하는데 여기서 나오는 안녕은 헤어짐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안녕이라고 한다. 이 말의 뜻이 도대체 뭘까?? 한참동안 생각하지 않아도 답을 찾을 수가 있었다. 다시 시작하는 '안녕'은 헤어짐을 인정하고 새로이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되찾음에서 부터 시작 된다. 헤어졌으니 슬프고, 슬프니 슬픔을 품는 것이 아니고, 헤어짐의 슬픔조차도 내것이므로 안녕이란 마침표를 찍고 새로이 시작하는 스토리를 다시금 만들어낼수 있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거다.
'실연당한 사람들의 일곱시 조찬모임'은 지금도 실연당한 누군가가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아둔 판도라 상자 같은 거였다. 사강이 사랑했던 유부남 파일럿 H나 지훈이 의미없었던 10년간의 연애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던 것이 아니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누가 먼저 사랑이 식어 이별을 고했다는 것의 중요한 의미는 없다. 게다가 이별한 사람들의 일곱시의 조찬 모임은 이별이 나뿐만이 아닌 다른이들의 이별을 통해 위로를 받고 남이 기억했던 이별기념품으로 이별의 아픔을 견딜 수 있는 위로를 받기에 충분했으며, 그 이별을 빛나는 눈물로 닦을 수 있다면 쉬운 일 일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별이후에 찾은 장소가 여기가 아닌 다른 이국땅에서 이별을 공감한 다른 이에게 내면을 보여줌으로써 이전의 사랑이 진정한 사랑이였음을 찾았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이별선물은 없을 것이다. 다행인건 이별을 인정하는 자세와 고집스런 마음을 바꿔 다시 소중함을 찾아 새로이 시작하는 연인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한번의 이별과 새로 시작하는 인연처럼.....
이십대의 내 젊은 시절을 추억하며 지금의 시간이 얼마나 귀중하고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다시금 새기게 된다. 사람은 사랑을 시작하는 동시에 이별을 준비한다고 한다. 인간은 이 바보같은 짓을 계속적으로 하고 있고, 변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또다른 인연을 찾고 있다는 이야기를 어느 책의 귀퉁이에서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사랑에 충실하고 갈구하는 존재인것 같다. 그것이 연인이든... 연민이듯... 가족애든 말이다....
다시금 일어설 수 있는 무기가 있다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사랑은 그 색깔에 따라 지니고 있는 힘이 어마어마 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