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프라우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 지음, 박현주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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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우스프라우의 저자 질 알렉산더 에스바움은 원래 시인으로, 책속의 언어들이 시적이거나 에로스적인 느낌이 강렬하게 느껴지게 하는 글속의 심리묘사 또한 신선하게 하는 효과를 극대화했다고 한다.

     책을 읽기전 출판사서평을 보고 기대가 컷었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훌륭한 언어적 묘사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다.  책을 읽는 중 늦은 시각이 지나 다음날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 안나가 염려되어 쉽게 책을 덥지 못했다.

   페이지를 넘겨가며 책속의 인물을 면밀히 파악하려 애썻는데 안나 이외의 인물에게서는 특별히 안나에게 해가 되는 인물을 찾지 못했다.  기혼여성이라는 말에 불륜을 저지렀다고 해서 혹시 시어머니가 문제였을거라고 생각했다.   시어머니 우르줄라는 며느리가 집을 비울때 어린딸과 아이들을 보살폈고 외출이 잦은 며느리에게 싫은 소리 조금과 싫은 표정 정도는 지었을 뿐이였다.  시누이 다니엘라 또한 가정을 꾸려 별 간섭없이 지냈기에 문제될 것이 없었다.
  그럼, 아이들? 아이들도 여느 아이들과 별 다를게 없다.  불평불만에 아빠와 닮은 빅터, 눈치가 빨라 엄마의 힘이였던 찰스, 검은 머리색이지만 귀엽기만한 딸 폴리...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였다.

    그럼 진짜 문제는 남편 브루노가 분명했다.
그러나 아무리 책장을 넘겨도 납득이 갈만한 원인을 찾지못했다.  여행중에 만난 이방인들이 사랑에 빠졌고, 그래서 결혼을 했고, 지위있는 은행원인 남편을 따라 스위스에 정착한 미국인인 안나를 혼자 내버려뒀다거나 아주 약간 이중적이거나 서로 좋아했던 고독을 각자 즐긴 일이 큰 잘못이라고 하면 그게 문제였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체류자인 안나에게 독일어를 배우고 심리상담까지 권유하며 아이들에게도 꽤 아빠다웠던 가정적인 남편이란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안나의 심리상담사인 메설리 박사는 오히려 안나에게 끌려다니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체계적인 안나는 오히려 박사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며 자신이 답하기 곤란한 사항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그럼.... 안나....
그녀는 수줍음이 많아 낯선 사람과는 대화조차 하지않으려는 조심스런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그 이면의 그녀에게선 머리에서 골반까지 다다라 닫힌 그곳에 슬픔을 쌓아두고 은밀한 행위로 해소하는 도펠겡어 같은 또 다른 자아를 숨겨두고 있다.   그녀에게 유부녀가 불륜을 저지르는 이유는 슬픈여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거나, 한눈에 그냥 좋아했었다고 과거형으로 말한다거나 좋아하는 산책을 같이 해준다거나 하는 그녀의 불륜 상대를 보면, 어쩌면 남자는 그냥 그런 족속들이야라고 말해주며 안나를 잡아 말리고 싶었다. 

    안나, 그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가정의 한 가운데서 수동적인 여자로 살아갔어야했다.  그녀의 삶이 적막하고 나락으로 빠졌다고는 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사랑했었던 아님 사랑하는 가족이 있었고 친구와 이웃도 있었으며 나의 말을 진솔히 들어줄 상담사도 있었다.  그 사실을 빨리 깨닫길 바랬는데 너무나 늦어버렸다.   한편으로는 같은 여자로서 또는 기혼여성으로서 삶의 무던함과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나도 한때 밥해주는 기계란 생각도 했었으니까 말이다.  이러한 어둠속에서 빨리 깨어나오지 못하면 한 순간에 무너질 것 같아서  공부를 시작하고 지금도 책을 읽고 있는 것이다. 

안나...
그녀는 나약했고 연약했으며 누구도 그녀에게 삶의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찾아주지 않았다.  여기에서 중요한건 함께라는 거.... 
  안나, 어디서든 이제는 행복할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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