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온다 리쿠 지음, 이지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2월
평점 :
예약주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언어의 한계를 초월하는 마스터피스

온다리쿠 30주년 기념작

『 스프링 』

온다 리쿠 / 클레이하우스





'그 애'도 아니고 '하루'도 아닌 '그'

그런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어서,

누나 부부도 본인들의 자식인 하루의 이야기를

어른들과 할 때는 '그'라고 불렀다.

무언가 그렇게 만드는 면모가 그의 안에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 특별한 아이였는데... '딸깍'하고 인생의 변환점으로 세상에 속하는 '그'로서의 삶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을 만나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점은 누구든이 무엇이 되기위해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었다. 싹이 돋아나지 않았던 어린아이... 어디에도 속하지 못 할 것 같았던 작은 생명이 결국엔 어딘가에 소속되어 스스로를 피워낸다는 희망을 북돋아 주는 이야기가 <스프링>속에 녹아 내려져 있다.

언어의 한계를 초월하면서 예술가의 이면을 그려냈던 온다 리쿠의 예술소설 「초콜릿 코스모스」 그리고 「꿀벌과 천둥」에 이어 발레란 소재를 들고 3부작 <스프링>이 찾아왔다. 아름다운 선율에 몸을 맞기듯 책 속의 주인공과 연관된 인물들의 히스토리를 통해 인문학적 예술을 완성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무척이나 설레고 기대했던 소설... 그 속에서 어떤 성장의 이야기가 펼쳐질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그 시절 나는 무엇을 보고 있었던 것일까.

당시의 일을 지금 떠올려봐도 잘 설명할 수 없다.

늘 눈앞에서 푸른색이나 초록색 바람이 거칠게 불었고,

그것을 보려고 눈을 힘껏 크게 떴던 그 필사적인 마음만 남아 있다.

무언가 거대한 것을 눈으로 포착하려고,

그 무언가를 온 몸으로 느끼려고 오감을 곤두세우던 마음만이.


자신의 세계에서 타인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던 날들... 천재적인 발레리노이자 지도자의 길을 걸었던 요로즈 하루의 어린 시절은 자신의 삶이란 것에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었다. 어린 아이라는 존재로 불리었을 때만해도 나 외에 그런 존재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을 뿐... 그것들이 세상에 존재하는 타인이라기보다는 무수한 덩어리, 사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는거...

모리오 쓰카사가 우연히 지나다 하루의 몸짓을 보고 차를 멈추지 않았다면 그의 인생이 어떤 갈림길에 놓여져 있었을지... 성장 후 오디션에서 눈에 띄었던 '이상한 녀석'이 아니라 세상에 묻혔던 아이였다면 이 소설의 행방은 찾을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천재적인 소년이 인정한 안무스승 장 자메를 비롯해 하루의 몸짓을 보고 자신의 발레학원으로 아이를 보내달라고 부탁한 모리오 쓰카사... 그리고 워크숍에서 그를 눈여겨 보았던 에릭 리샤드가 아니었다면 특별한 눈으로 세상을 마주하던 하루가 지금의 빛남을 만끽할 수 있었을까 싶다. 이 소설의 특별한 눈으로 다름의 미학을 일깨워 온다 리쿠만의 언어로 탄생한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그저 지나가게 놔두면 된다. (p.424)

일본소설 <스프링>은 인문학의 본질을 예술로 그려낸 이야기다.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세상은 나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며, 어느순간 '딸깍'하는 울림으로 삶이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한다. 새로운 시작이 두려운 누군가에게 온다 리쿠의 <스프링>을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