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의 일곱 개의 달
셰한 카루나틸라카 지음, 유소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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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어두운 심장'으로 데려가는

진지한 철학적 유희

『 말리의 일곱 개의 달 』

셰한 카루나킬라카 장편소설 / 인플루엔셜






말리 알메이다, 너는 유령이다

현상하지 않은 필름이자 말하지 못한 말

지워진 기억, 전해지지 않을 편지이다



다채로운 문체와 거침없는 입담을 선사하는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은 스리랑카의 아픈 현대사를 그린 역사소설이기도 하지만 유쾌한 언어의 유희로 인간상을 보여주는 풍자소설이기도 하다. 이 책을 마주하기 전 26년간의 기나긴 내전을 겪었던 스리랑카를 알아볼 필요성이 있다. 1983년에 시작하여 2009년까지 정부군과 반군의 세력이 충돌하였는데, 실론 섬의 타밀족과 스리랑카 원주민 싱할라족의 종교분쟁을 시작으로 영국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쌓였던 불만이 터져버린 것... 그것의 반발로 타밀족과 싱할라족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면서 학살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는데 보지않았음에도 그 참혹한 현장을 그려낼 수 있었다.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은 사진기자 말리의 죽음을 통해 세상에 드러난 사실이나 카메라 속에 남겨져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역사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사후의 세계에서 일곱번의 달이 지기전까지 자신의 죽음을 밝히려 고군분투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되풀이되는 혼돈의 역사와 마주하고 싶지않은 현실을 그려내고 있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고통도, 놀라움도, 마지막 숨도, 한 번 더 숨을 쉬고 싶다는 바람도 없지만,

그래도 너는 검은 망토를 입을 자를 따라가기로 한다.



주인공 말리 알메이다... 그는 현재 죽음 앞에 서 있다.

사진기자인 그는 1983년 당시 타밀족의 집에 불을 지르고 주민을 학살하는 야만인들의 행태와 그것을 방관했던 정부의 관료들을 보았다. 마을 곳곳에서는 정부와 반군의 내전이 지속되었고 수도 콜롬보에서는 독재자를 등에 업었던 암살단 무리들이 공산주의자를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죄 없는 감금과 고문을 일삼았다. 죄가 있거나 없거나는 아마도 그들이 말하는 입에서 결정되었을듯....

그렇게 말리 알메이다도 사라졌다. 사후 세계인지 저승인지 알 수는 없지만 흐릿한 형체를 한 영혼들이 무수히 많은 곳... 죽음 앞이지만 곧 깨어날 것이마 마지막 달이 뜨기전에 빛에 도달해야 한다는 지시를 받은 말리는 자신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고 그 비밀을 찾기위해 검은 비닐을 두른 세나와 동행을 하게 되는데... 그의 마지막 기억은 카지노 그리고 베이라강에서 훼손당한 자신의 시신과 마주하게 된다.

한편 말리의 가족은 실종된 그를 찾기위해 경찰서로 향했고 돈을 받은 형사는 시체 청소부로부터 조각난 시체를 머리를 찾으라 지시한다. 그들조차도 무고한 시민을 보호하는 것인지 권력자를 보호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베이라강에 버려진 시체의 신원은 그들도 모르는 일이다. 문제는 사라진 그를 찾는 이들도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 일곱번의 달이 뜨기 전까지 말리의 행보는 과연...



전해지지 않을 편지는 그대로 잊혀질 것인가?

말리 알메이다의 침대밑에는 현상하지 않은 그의 필름이 숨겨져 있다.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은 검증 가능한 증거를 통한 사실로서의 역사인지 아니면 기록으로서의 역사인지...? 언젠가 조국의 전쟁과 분열을 판타지 소설로 보게 될 날을 소망한다는 작가의 말이 짙게 다가오며 현상하지 않은 필름이라는 기록을 말리 알메이다라는 영혼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던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진지한 철학적 유희라는 평으로 2022년 부커상을 수상한 <말리의 일곱 개의 달>은 스리랑카의 현대사를 만난 특별한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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