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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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의 연결 고리에 대한

따듯한 기록

『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

이향규 / 창비






마당 있는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이야기한다.

이게 얼마나 기분 좋은 경험인지는 그들도 알 것이라 생각하며.



마당이 있는 사람들에게 마당에 널은 마른 빨래의 냄새를 놓치지 말라고 한다. 얼마나 좋은 경험인지 그들은 알 것이라며... 당연히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이 느낌이 어떤 건지 확실히 안다. 추운 겨울을 버텨내고 따스한 봄을 지나 덥고 습한 여름이 되면 집안일 중 가장 큰 일인 이불빨래를 시작하게 되니까... 눅눅한 이불을 걷어내 세제와 유연제를 넣어 세탁기를 돌린다. 건조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불만큼은 뜨거운 햇볕아래 짱짱하게 널어놓는 이유는 더운 날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포송함이 주는 유쾌함때문이랄까? 한마디로 속시원하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릴 것 같다.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일상이 주는 소박한 행복에 대한 삶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각박한 세상이지만 삶의 쉼표가 존재할즈음엔 마음의 여유 또한 찾아오게 된다고... 저자는 사물을 통해 따스한 삶의 온기가 어떤 것인지 살포시 전해준다.





한 해가 저문다.

밤은 길고 장거리 운전은 지친다.

그래도 결국 우리 모두 머지않아 집에 닿을 것이다.

그때까지 무사하길,

우리 삶에 좋은 사람이 동행하길,

그리고 바라건대

우리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는 동행자이길 기원한다.



저자는 자신이 어렸을 때, 내 것이라고는 가져본 적 없는 '잉여'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가을에 넘쳐나는 도토리 그리고 시장에서도 헐값에 팔리는 도토리, 엄마가 자신을 도토리라고 부를 때마다 하찮은 존재로 느껴졌다고 한다. 아마도 첫째가 아닌 차녀들은 이런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 좋아하는 계절은 한국의 가을... 알록한 옷을 갈아입고 소소하지만 타지에서 마주하는 빨간 고추와 늙은 호박은 자신이 존재했던 흔적이었으므로...

이러한 도토리, 자전거, 노래, 빨래 등의 사물을 연결하여 작지만 소중한 삶들을 끄적인 작가의 에세이는 무척이나 따듯하다. 특히 한국 정서에 맞는 김치 등의 음식 이야기는 그녀가 고향을 얼마나 그리워하며 추억하는지 느껴진다.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은 잔잔한 일상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에세이로 나와 삶을 동행하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게 했고, 고마웠던 이들을 추억하게 한 책이었다. 잠시 짬나는 시간, 이 책을 통해 내 삶을 보듬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라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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